'쉽고 깊이있는 시 쓰고 싶어'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강정애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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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애씨 | “시는 제가 자존감을 갖고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게 해요.” 군북면 비야리 강정애씨가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은 2002년부터이다. 그전까지 그는 여느 주부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살림하기 바쁜 평범한 주부의 삶. 그러던 그는 톨스토이 등의 러시아 소설로 문학에 눈뜨기 시작했다. 음식점 운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카운터에 문학 서적들을 가득 쌓아놓고 어두운 불빛 아래 틈틈이 읽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창작의 꿈도 자라났다. 하지만 쉽게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오래 간직하던 꿈을 이루기로 마음먹은 것이 2002년이다. "가족들이나 살림에 매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눈치 보지 말고 열심히 한번 써보자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 그는 지금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의 시 창작전문모임 ‘경운서당’에서 철학과 시 창작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 중이다. "시에는 무한한 철학이 담겨 있어요. 철학이 없는 시는 시가 아니에요. 시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오래도록 곱씹어보면 그 시가 가지고 있는 시인의 삶, 철학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시를 읽는 재미지요."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안도현 시인과 백무산 시인으로부터 ‘생각과 언어의 결이 살아있다’는 평을 들었던 것은 그의 이런 철학이 있어 가능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함축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그로 얻는 기쁨은 몇 배나 더 크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쉬운 시를 쓰고 싶어요. 어려운 장치들을 시 곳곳에 만들어 놓은 시들도 있지만 그런 시 보다는 쉬우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시를 쓰는 게 시인으로서의 소망입니다."
주로 마을 주변을 산책하며 시적 영감을 얻는다는 그에게 주변의 모든 자연 환경들은 최고의 시 재료들이다. 요즘은 눈밭에 찍힌 고라니 발자국에 마음이 흔들린다는 그. "추운 겨울에 눈밭을 떠도는 생물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때 쯤 비로소 시집 한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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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울리는 글 쓰고 싶다' |
============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천재강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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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할’ 활동이 제가 문인의 길을 가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천재강 씨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옥천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학 동아리 ‘할’에 가입하면서부터이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작품 창작을 하고 토론을 하는 ‘스파르타’식 활동이었지만 돌아보면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그의 말. ‘할’ 출신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한 것은 김성규 시인과 유병록 시인에 이어 세 번째이다. "당시 선배들이 터를 잘 닦아 놨었고 학교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었죠. 덕분에 전국 백일장에서 ‘할’ 회원들이 큰 활약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할’의 명맥이 끊긴 것이 더 아쉽습니다." '할'활동을 통해 만난 선배 김성규 시인과 후배 유병록 시인은 그에게 큰 문학 자산이기도 하다. 좋은 문학 동료들 뿐 아니라 좋은 스승도 여기서 만났다.
"신동인, 김성장 선생님과 이진영(명륜당서점 대표) 아저씨는 빼놓을 수 없는 은인들이세요. 세계관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문학 동료와 스승들을 만난 고향 옥천은 그에게 소중한 작품 소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당선작 ‘켄타우로스의 시대’의 배경 역시 금강. 직접 경험한 것들이나 주변 환경에서 소재를 찾는다는 그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생기는 스트레스도 글을 쓰는 것으로 해소한다는 그는 박범신 작가의 ‘작가는 가슴에 늙지 않는 짐승을 키우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자신을 다잡는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재능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던 그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그의 생각.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과 노력이 오랜 시간에도 지치지 않고 그를 이끌었다. 등단의 기쁨과 함께 마음 한 편엔 ‘더 좋은 글’을 향한 목마름도 끓어오른다. "인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울리는 글을 쓰고 싶어요. 어렵겠지만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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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천재강 씨의 글 ================
종이 위로 뜬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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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강 <옥천고 문학동아리 할 4기>
※낮에는 그림을 그립니다. 항상 밤을 그린다고 엄마는 말하지만 전 어쩔 수 없어요. 해가 뜨면 전 자야하는 걸요? 아니면 베란다의 창살 쪽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 서서 놀이터를 바라봐요. 엄마는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가는 쇠들의 마찰음을 싫어해요.
"문을 닫아라, 문을 닫으라니깐" 엄마는 그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런 소리를 해요. 하지만 전 그냥 못 들은 척 놀이터를 바라봐요. 특히 햇빛에 반사된 아이들의 얼굴을요. 그리고 저는 웃어요.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만 웃어요. 그러고 있으면 항상 엄마의 손이 제 목을 감싸요.
"이제 문을 닫아야 해. 꼭 까마귀의 울음 같지 않아?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언젠가 너를 집어 갈 것 같아" 결국 엄마는 유리창을 닫고 잘 접혀진 커튼을 잡아 다닙니다. '엄마 그건 다 옛날 이야기예요.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요' 이 말을 하지는 못해요. 말을 하기 전에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는 걸요. 그럼 이제 제방으로 들어갈까요?※
지금도 그림을 그린다. 온통 검은색이다. 나는 세상에 검은색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유는 없다.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세상이 온통 깜깜해야 한다. 그래서 내 그림은 온통 검은색이다. 해는 내 그림에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보이면 안된다. 온몸에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검은점을 몰아내려면, 아니 더 이상 내 몸에 곰팡이가 피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
이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지겹다. 아니 지겹다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끝났다. 나는 항상 이 시간에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이제 그 시간이 끝난 것이다. 엄마가 다시 나왔나보다. 나는 방문을 조금 열고 엄마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아무렇게나 흐트러 놓은 엄마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가여워보인다. 검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긴치마는 움직일 때마다 굵고 짧은 주름이 생겼다.
방문을 열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치마를 잡고 흔들었다. 엄마는 내려다보며 내 볼을 왼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자" 엄마는 아직 다 채워지지도 않은 쓰레기 봉지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밖에 나가는 거지?" 엄마는 나에게 우유를 주었다. 나는 우유를 먹으며 거실로 갔다. 역시 오늘도 텔레비전은 아무것도 안하는구나.
꺼진 텔레비전을 다시 켜 확인해 보았다. 텔레비전을 끄면서 나는 우유를 옷에 쏟았다. 목을 뒤로 젖혀 우유를 먹으면서 텔레비전의 꺼짐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우유 방울이 턱을 타고 내려왔다.
"오늘도 쏟았구나. 하지만 괜찮다. 너라고 실수를 안하겠니" 엄마는 흰 수건으로 내 목을 닦으며 말했다. "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해" 엄마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 엄마는 내 겉옷을 하나씩 벗겼다. 나는 눈을 감았다. "제 몸의 곰팡이가 오늘도 늘었나요?", "아니다. 어제 그대로야", "그럼 눈을 뜰께요" 엄마는 아직도 내 몸의 검은 점을 세고 있었다.
"특히 이 검은 털을 조심해라" 엄마는 검은 점 중에서도 짧은 털이난 것을 가리켰다. 미지근한 물을 내 몸에 뿌리면서 엄마는 연신 눈물을 만들었다. "괜찮아요. 언젠가 말했었죠?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벌을 받아서 그렇다고" 엄마는 눈물을 닦았다. 옷을 다 갈아입었을즘 아빠가 왔다. 아빠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엄마를 안았다.
"됐어, 됐다구" 엄마는 "뭐가요"를 반복했다. "수술비가 마련됐다고. 동수 알지? 왜 있잖아, 회사동료라구. 그놈이 갑자기 애 사진을 달라더니 오늘 이렇게 돈을 주는 거야." 아빠는 통장을 보여주었다. 엄마는 말없이 아빠의 저녁상을 들고 왔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갔다.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 불빛에 조금 움츠려 들었지만 그저 가로등임을 알고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다. 밖은 어두웠다. "이제 우산은 필요없구나. 곰팡이가 더 이상 몸에 있지 않을 테니깐" 순간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낮에 버스를 탈 때도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도 항상 햇빛을 가려주던 우산을 보고 아이들은 재밌다고 웃었다.
"쓰레기를 버리듯이 모두 버려라. 이제 더 이상 검은색안 안된다. 알겠지?" 달이 떠 있었다. 잠시 구름에 가려졌지만 달은 더욱 환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검은 점이 모두 없어지면, 나도 저렇게 조금씩 어둠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림을 그려요. 온통 검은색이라구요? 맞아요. 검은색이예요. 아직은 검은색이 제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걸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것 보세요. 보이지 않는다구요? 그럼 더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이제 보이나요? 이렇게 두 개나 떴어요. 달을 두 개나 그렸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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