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파동에 기름 값 폭등까지 겹치면서 고사 위기에 빠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발벗고 나섰다. 서울 구로구는 28일 직원 300여명을 관내 구로시장에 내보내 단체로 장을 보게 했다. 구청 직원 손님들이 일제히 시장에 몰려나오면서 구로시장은 모처럼 물건을 사고 파는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이날'시장 방문행사'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일일출장명령을 내주며 시장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구로구는 시장 안에서 '뻥튀기 시연' '유랑극장공연' 등재래시장의 정겨운 모습도 재현. 분위기를 띄웠다.
서울 양천구고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선정했다. 오는 31일 신영시장에서 선포식을 가질 예정인 양천구는 "각설이 공연, 경품 추첨 등 전통 재래시강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성으로 재래시장을 다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위치한 중구는 관내 5개 재래시장에 총 44억원을 투입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6월부터는 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상인대학'을 운영할 방침이다. 상인들은 초빙된 강사로부터 '고객만족의 이해' '점포관리' 등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중구 지역경제과는 "남대문시장은 초광역권 시장이기 때문에 대전이나 부산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도 도매업자가 끊기는 등 영향을 받는다"며 "70%였던 도매업 비율이 점점 줄고 이제 산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도 매주 금요일을 "재래시장 이용하는 날"로 정하고 공무원들이 재래시장 이용에 솔선수범키로 결정했다. 구는 추석 전까지 관내 모든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만들어 상용화할 계획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AI파동, 미국산 쇠고기 파문, 기름값 인상 탓에 상인들이 모두 울상"이라며 "관에서 지원책을 내놓아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재래시장 활성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시내 5대 재래시장을 '하이서울마켓'으로 지정하고 시장별로 2년간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방에서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도내 17곳의 재래시장에 200억원을 들여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조성, 화장실 보수 등 시설환경 개선사업을 벌인다. 시장 상인 친절교육은 이미 실시했다. 대전시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 운영하기로 하고 토요일에는 관광객을 위한 '토요 전총시장 투어'도 실시한다. 시는 또 각 가정마다 가까운 전통시장을 정해 놓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시장축제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가족 한 시장 친구만들기' 캠페인도 벌이기로 했다.
순천시도 5억원을 들여 관내 남부시장과 북부시장을 대상으로 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상인 68명의 좌판에 이름표를 붙이는 등 판매의 투명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대학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건학 30주면을 맞아 지난 14일 '재래시장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경주성동시장 상품권 1억원 어치를 구입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팔기도 하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에게 학교 버스를 제공하는 행사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