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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 추모 및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가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추모사와 연대사 등을 낭독하며 고 교수를 추모하고 최근 대학에 가해지는 정부의 압박성 정책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사진=이재익 기자) |
교수들 “사태 이렇게 된 데 우리의 무관심도 일조" 반성도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2학기 개강을 한지 한달도 안됐다.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마주해야할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평일임에도 여의도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은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직선제와 대학의 자율성 회복을 외치며 몸을 던진 지 한 달째가 되던 날이었다. 1200여명(경찰 추산 800여명)에 달하는 교수들은 그렇게 국회 앞에 모여 고 교수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대학 자율성 회복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간 강의와 연구를 이유로 무심했고 관심이 있었더라도 소극적이었던 스스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간간히 나왔다. 대학을 압박하는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선 모두들 입을 모아 규탄했다.
‘민주화의 불꽃 故 고현철 교수 추모 및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가 열린 지난 9월 18일 오후, 여의도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대학교수들로 가득 찼다.
교수대회가 진행될 현장에서는 이에 앞서 ‘악법 철폐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가 사전 대회로 진행되고 있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삭발을 통해 대학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교수대회의 시작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많은 교수들이 자리를 채우기시작했다. 현장은 묘한 열기가 느껴졌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집중하던 고집스런 모습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수대회는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추도사로 시작됐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은 “당신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대학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했다”며 고 교수를 애도했다. 김 회장은 “대학인은 당신을 닮아가겠다. 대학의 자율이 말살되는 치욕의 시간을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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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대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결의문을 통해 대학자치와 대학공공성 쟁취를 위해 △국립대 선진화 방안 철폐 △대학 자율성과 민주주의 보장 △대학평가 제도 및 구조개혁법 철폐 △대학구조개혁평가 부조리 자백과 책임자 처벌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강사법 철폐 등을 주장했다.(사진=이재익 기자) |
참석자들은 대학의 가치회복을 주장했다. 가치를 떨어뜨린 건 교육부의 정책이라며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계완 전국교수대회 조직위원장은 “대학은 지난날의 나태와 방종을 반성하고 고 교수의 이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밀미로 순수한 (대학의)정신을 말살하려는 모든 고등교육정책을 배격한다”고 선언했다.
교수들은 대학자치와 대학공공성 회복을 위해 △국립대 선진화 방안 철폐 △대학 자율성과 민주주의 보장 △대학평가 제도 및 구조개혁법 철폐 △대학구조개혁평가 부조리 자백과 책임자 처벌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강사법 철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탄사와 연대사의 큰 줄기는 ‘반성과 행동’이었다. 그간 대학정책에 소극적이었던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이제는 더 이상 그래선 안된다는 다짐들이 이어졌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교수들의 소극성이 현재의 여러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대가 국립과 사립의 단점만 모아놓은 어정쩡한 법인이 된 것은 당시 제대로 맞서 싸우지 못한 우리 교수들 때문이었다”며 “이 싸움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자리를 계기로 모든 대학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주명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은 “우리가 무뎌져 있는 사이 대한민국은 더욱 가진 자를 위한 특혜사회로 변질됐다. 대학은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교육관리와 재벌, 족벌 사학에 의해 망가졌다. 정부는 반학문적 정책 시행으로 미래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고 규탄하며 “비판적 지성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앞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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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대표단은 청와대로 이동해 대학자율성회복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허공에 던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대학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 밝혔다.(사진=이재익 기자) |
교수대표단은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대학 자율성 회복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 였다. 대표단은 “단순히 허공에 던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대학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효자동 주민센터에는 벌써 경찰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표단 교수는 4명인데 마중을 나온 경찰들은 정복과 사복을 포함해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웠다. 일반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 기자들에게 향했다. "어느 매체에서 나왔습니까?" 종로경찰서 정보관은 “서한 접수는 한 명만 할 수 있다. 기자회견 후 나머지는 여기서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교수들은 여야 당사를 비롯한 여의도 일대를 행진하며 대학공공성 강화와 대학자율성회복을 내내 외쳤다. 한 국립대 교수는 “다른 교수님들이 그러하시듯 대학이 가야 할 방향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그동안 정부 정책에는 공공성은 없고 대학을 줄세우면서 정부가 책임질 것을 떠넘기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교수대회 이후에도 ‘학문의 자유, 대학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대학교수회연합회’를 출범시켜 대안 제시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공공성,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의 교수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로 이동하던 대표단 교수 중 한명은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할 텐데”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거리행진 대열의 한 교수는 “군사 정권 때도 공부만 했는데…”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 그들이 거리로 나왔다. 교수들의 외침은 대학과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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