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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찾아가는 여행은 늘 여운이 크게 남게 마련입니다.
전라남도 화순에는 전통적으로 조상대대로 겨울마다 복조리를 만들어서 파는 마을이 있습니다.
화순군 북면 송단리인데 마을 자체는 보통 시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동네에 들어서면 30가구 안팎의 가옥들이 보이고 뒤에 큰 대숲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숲에 있는 대나무들은 이 마을에서 복조리를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는 아닙니다.대의 종류가 다른 것이지요.
일단 제가 며칠 전에 신문지상에 실었던 기사내용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전합니다.
잔설이 히끗히끗한 전남 화순군 북면 송단리.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 물소리가 나지막히 들리고 등 굽은 할머니의 그림자가 수백년 복조리의 전통처럼 길게 뻗치는 산간마을입니다.
그늘진 토방에서 복조리를 만들던 아낙네들은 온기를 찾아 마당으로 내려앉습니다. 손에 침을 튀겨 가며 바지런히 산죽(야생대나무,시누대의 일종)으로 조리를 얽고 끝을 홀쳐매는 아낙들 입에서는 말 안 듣는 뉘집 아들 흉보기,지난 여름 홍수 얘기 등이 유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그 사이 복조리는 개수를 늘려갑니다.
전통을 엿보는 여행은 풍경 자체가 큰 볼거리는 아닐지라도 여운이 길게 남는 나들이입니다.송단리도 그런 여행지죠.
호남고속도로 옥과IC에서 화순 방향으로 약 9.5㎞ 가면 원리삼거리가 나옵니다.삼거리 못미처에서 왼쪽길로 들어가거나, 삼거리에서 원리 동네를 통과하면 송단1구라는 표석이 나타납니다.바로 송단리입니다.
송단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29가구 중 20가구 이상이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 조리를 만들었습니다.설날이나 정월대보름을 겨냥해서 약 두달간 만들죠.그러나 올해는 심한 홍수 피해로 겨우 10가구 정도가 복조리를 만들고 그 양도 매우 적습니다. 마을 다리가 끊어지고 전답이 황폐해져 살기가 팍팍해졌기 때문에 산죽을 자르러 갈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즉 마을 사람들은 예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기운이 빠져 멀리 산죽을 자르러 갈 기분이 나지 않는 겁니다.
산죽은 무더기로 논과 산이 만나는 지점이나 산중턱 등에 무더기로 자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송단리 사람들은 걸어서 약 20분 걸리는 백아산(해발 810m) 북쪽 골짜기에서 대를 잘라 옵니다.백아산 안골을 비롯해 검덕골 평주골 대판이 등지로 불리는 동네입니다.
"옛날에는 온동네 70가구 전부가 조리를 만들었지요.”
인근 동네에서 10대 후반에 시집 와 평생 복조리를 만들어 온 이점순 할머니(74)의 얘깁니다. 이 할머니는 손가락이 뭉툭해졌고 피부도 소나무껍질처럼 까칠해졌지만 매우 건강하십니다."그 동안 만든 조리를 늘어놓으면 저 논바닥을 덮을 거구만요.”
"돈을 깔면 돈바닥을 덮겠네요?”기자가 묻자 "돈 그리 벌었으면 이리 허리 휘게 살겄소?”반문합니다.그러나 표정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습니다. 삶을 순순이 받아들이는 시골 사람 특유의 여유와 관조가 엿보입니다.
한 사람이 복조리 한 개를 만드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 걸립니다.그러나 요즘 한 집이 하루에 만드는 양은 수십개,많아야 300개에 정도입니다.주로 택배로 팔며,방문자에게 직접 팔기도 하는데,한쌍(2개)에 1000원입니다.100만원을 만들려면 2000개를 팔아야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겨울 한철 한 가구가 복조리로 버는 돈이 많은 집은 300만~400만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100만원 넘는 집이 별로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전통은 쉽게 놓지 못 하는 것이 촌사람들입니다."노느니 염불한다고,조리 맹글면서 얘기도 나누도 용돈이라도 버니 얼마나 좋소.”역시 여유있는 말입니다.
택배주문은 이장댁(061-373-9514)으로 하면 됩니다.
주변의 온천 하나 소개하죠. 원리에서 약 7㎞ 떨어진 북면 옥리에는 온천휴양지인 화순온천이 있습니다.화순군에는 화순온천과 도곡온천 등 온천지역이 두 곳 있습니다.도곡온천은 좀 오래된 온천으로서 온천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 가는 데 반해,화순온천은 물이 미끈미끈하지 않은 알칼리성 온천수로서 수량이 풍부하고 시설이 좋아 주로 젊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화순온천 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곳이 금호화순리조트(061-370-5000 www.kumhoresort.co.kr)입니다. 객실이 17,23,27,35,48,71평형이 있는데 17,27평형이 가장 많습니다. 비회원 17평형 기준 (4인) 주중 8만원,주말 성수기 10만원 안팎이고.27평형(5인)은 주중 12만원,주말 16만원 안팎입니다.성수기나 특별히 몰리는 날에는 요금이 오릅니다.
이 시설은 무엇보다 시설이 넓고 쾌적합니다.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온천수영장,500명 동시 수용 온천사우나,물이 보글보글 끓는 노천탕(일본말로 '자쿠지'라고 하지요),130m 튜브 슬라이드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화순에는 별미가 많습니다. 남편 사평리 남면농협 건너편에 있는 전원식당(372-6004.373-7432)은 다슬기 음식 전문음식점입니다.다슬기탕,회,수제비 등을 내놓는데 초록빛을 띠는 탕국물은 색깔도 좋고 약간 씁쓸하지만 향이 독특하고 쪽깃한 맛이 그만입니다.탕이나 수제비는 5000원이고 다슬기부침개(7000원)도 있습니다. 전통찻집으로 전원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촌석림(373-6000)이라는 곳이 있습니다.강물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대요.사실 저는 시간이 없어 주위 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추천해주더군요. 화순은 까만콩으로 만든 두부(흑두부) 음식이 또한 별미입니다. 화순온천 부근에 재래식으로 흑두부 음식을 만드는 집이 몇곳 있습니다.리조트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줍니다. 백아산 관광목장(373-8080)은 목장에서 직접 기른 한우고기를 내놓는답니다.백아산은 빨치산과 관련된 산으로 꼭대기에서 보면 하얀 알들이 놓인 것같은 형상이랍니다.
가족끼리 가서 온천도 하고 별미도 먹고 운주사(화순온천에서 약 50분 거리 061-374-0660) 등을 구경하면 좋습니다.
**길안내:서울에서 운주사 가려면,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로 나와 사거리를 두번 지나면 제2순환도로로 연결됩니다.광주대 입구에서 좌회전해 도곡온천 방면으로 가서 온천을 지나면 운주사 이정표가 잘 돼 있어요.
**화순온천:서울에서 바로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광주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고 계속 직진.동광주 화순IC가 보여도 나가지 말고 계곡 갑니다.순천 창평 쪽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됩니다. 옥과IC가 보이면 빠져나와 오산 화순 방면으로 바로 우회전합니다. 긴 고개를 하나 넘으면 원리삼거리가 나옵니다.옥과IC에서 원리삼거리까지는 약 9.5㎞입니다. 화순온천까지 광주공항에서는 999번 좌석버스를 탑니다.광주 고속버스 터미널인 광천터미널 분수대 앞에서 금호리조트 셔틀버스가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