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월도 18(11번째 꽃가지의 노래)
예사랑 신동환
여기저기서 노오란 은행잎 같은 외로운 가을이 한 잎 한 잎 떨어진다
은행잎 떠난 자라마다 다시 올 봄을 준비해 놓고 11번째 꽃가지 아래
코발트색 바탕에 붉은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붉은 하늘을 쳐다보면 속눈썹에 붉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보면 손가락에도 붉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열 개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데
문득 11번째의 손가락처럼 갸름한 그대의 얼굴이 어린다
노란 은행잎 닮은 그대의 얼굴이 어린다
소리 없이 열 개의 손가락 밑 손금에는 고요한 시내가 흐르고,
고요한 시내가 흐르고, 시내 속에는 노란 은행잎처럼 밝은 얼굴
밝은 그대의 얼굴이 흘러간다
11번째 꽃가지는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고요한 시내는 흘러 노란 은행잎처럼 밝은 얼굴
아름다운 그대의 얼굴이 어린다
* 윤동주 님의 '소년'을 감상하고....
첫댓글 노란 가을이 길 위로 떨어지는 계절
떠나는 것은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라
아직도 붉은 피가 흐르네
하늘에 그려진 속눈썹에 이슬 맺히고
내 손등에도 붉은 눈물 번지네
손가락 마디마디 당신 얼굴이 어려
차마 이 가을 보내지 못하네
그리운 눈부처 흘러 내릴까봐
조용히 눈을 감는 저녁
잠들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매이네
노란 가을이 하늘 위에 열리는 계절
열매를 맺는 것은 다시 꽃피움을 기약하는 것이라
여전히 파란 물결 흐르네
하늘에 열린 모과에 서리 맺히고
내 손바닥에도 파란 서리가 생기네
손바닥엔 파란 강물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고
차마 이 가을 보내지 못하여
파란 강물에 모과잎 한 잎 한 잎 흘러 보내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고 너무 성급하게 봄을 불러왔다.
노란색으로 시작했다면 누렇거나 바랬거나 이런 단어들을 상상하면서 이미지를 굳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코발트색, 붉은하늘, 붉은물감들은 열손가락으로 모든 상상을 조각조각 내어버렸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여!
제발제발, 그대를 남발하지 마라.
너무 어린잎이 '그대'라 부르면 그대가 어설프지 않은가.
댓글을 달면 정중히 밥을 사겠다 그랬지? ^^
네, 오늘 점심 때 연락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