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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작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광한
인사동 헌 책방에서 김광한
인사동 골동품 가게 옆에 노점 헌 책방 입성이 변변치 못한 먹물든 중늙은이들이 간혹 기웃거리고, 온갖 책들이 패잔병 처럼 널려있는 가운데 언젠가 본듯한 낯익은 책 한권 15년전에 쓴 내 책이었네. "로만칼러", 한 사제(司祭)의 성장기를 쓴 그때가 문득 생각나 천원 주고 그 책을 사 펴보니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권 아무개 혜존(惠存)으로봐 권 선생에게 증정한 책이었네. 권선생이 누구였는지 그때는 잘 아는 사이였겠지. 그 책 읽어나 보았는지, 혹은 밥뚜껑이나 하지 않았는지, 혹은 파리채로 쓰이진 않았는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이사갈때 재활용품으로 내던져진 것을 고맙게도 고물 장사가 거두어서 여기까지 왔을성 싶은 내 불쌍한 혼(魂)이여.
책에게 물었다. 15년 동안 어디있었니? 험한 놈 만나지 않았니? 책이 답했다. 모진놈도 가끔 만났지만 살아난것만도 다행이지요. 주인님은 그동안 뭣했어요? 나도 너와 비슷한 신세였지. 책이 답했다. 한동안 그럴듯한 집의 서재에 꽂혔다가 비싼 전자제품 들어오는 바람에 퇴출돼 재활용품 쓰레기장으로 갔지요. 아! 운명이 기구하구나. 다른 애들은 어찌 되었는지. 쯧쯧쯧...
인사동 헌 책방 수많은 책들이 걸레처럼 누워있네. 태어날땐 번쩍이는 표지와 잉크냄새 산뜻한 내음 출판사 사장과 편집자 작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그 책들이 볼품없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 아마도 이 책을 사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주인이겠지.
인사동 건너편 탑골공원 앞 수많은 노인들이 점심밥을 타기 위해 줄 서있네. 인생 편편이 온갖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저 노인들도 한때는 귀할때도 있었지. 사람이나 물건이나 책이나 시간 지나면 고물이 되고 천해지는데 헌책방의 책들은 그나마 희망이 있어서 다행이지 우리의 늙음도 누군가 거두어 가면 좋으련만 늙음을 거두어 가는 주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하느님 부처님, 조물주님,상제님 윤회(輪廻)의 거친 바퀴일랑 굴리지 마시고 조용히 쉬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끝 註 잘쓰지도 못하는 시를 정동진 선생님이 내라고 해서 냅니다 시가 재미가 없다면 용서해주세요.내리시라면 내릴게요
인사동 입구 |
첫댓글 헌책방....글속에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본인이 쓴 책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고이 읽혀지길 원하셨을텐데...
되돌아 저작자에게,,그것도 헌 책방에서 접하셨을때의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셨을것 같기도 하구요...
글쓰는덴 문외환인 저는 마음으로 느껴지는 아련한 아픔도 묻어나고,
복합적으로 많은걸 느끼는데 표현할 재주가 없네요..
글 감사합니다.
제 인생도 되돌아보게되고,,,,
남은 인생도 설계해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