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수-사-도-북 종주(완성된 한양알프스)
◎ 일 시 : 2004. 5.22. 21:55 ∼ 5.23. 14:42. 날씨 : 맑음
◎ 산행지 :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5산 무박종주)
◎ 산행구간 :
▶불암산 : 중계동복지회관주차장(21:55) ⇒ 덕능고개(23:38) ..... 1:43 분 소요
▶수락산 : 덕능고개(23:38) ⇒ 동막골유원지 폐타이어계단(02:31) ..... 2:53 분 소요
▷식사 및 이동시간 : 02:31 ∼ 03:36 ..... 1:05 분 소요
▶사패-도봉산 : 범골들머리(03:36) ⇒ 우이동 한일교(08:25) ...... 4:49 분 소요
▷식사 및 이동시간 : 08:25 ∼ 09:01 ...... 46 분 소요
▶북한산 : 도선사입구 종점(09:01) ⇒ 불광동 대호APT옆길(14:42) ...... 5:41 분 소요
◆산행시간 : 16:47분
◎ 누구와 : 늘빈자리 단독종주(보조원 : 헤드랜턴, 스틱 2개)
※ 산행지 소개
▶불암산(507m) : 서울시와 경기 남양주의 경계를 이루며 덕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락산과 이웃.
정상부분이 온통 바위산을 이루고 있어 규모를 뛰어 넘는 기품을 자랑한다.
▶수락산(638m) : 서울의 북쪽 끝에 의정부시와 남양주군을 경계, 남쪽으로 불암산이 연결되어
있어 종주 가능. 산세가 웅장하고 산 전체가 석벽과 암반으로 되어 있어 도처에 기암괴석이
즐비.
▶사패산(552m) : `북한산 귀신'을 자처하는 산쟁이들 조차 잘 모르는, `숨겨진 1인치'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사패산(552m).
울창한 숲은 원시림에 가깝고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연상시키는 너럭바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 도봉산 포대능선과 연결돼있는 사패산이 지금까지 자연미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까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덕분이다.
더구나 북한산과 도봉산의 명성이 워낙 대단해 등산객들은 사패산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던 것.
▶도봉산(739m) :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능선상에는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
만장봉, 선인봉, 주봉 등의 암봉과 서쪽으로 다섯 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오봉이 있다.
선인봉, 만장봉, 주봉, 우이암은 각기 거대한 암벽들이다.
▶북한산(836m) : 북한산은 백운대(836m), 인수봉(810m), 국망봉(만경대 800m)등 세 봉우리가
삼각의 모양으로 서 있다 하여 삼각산이라 불러왔다. 화산 또는 부아악으로도 불리어 왔는데
산이 높고 깎아지른 듯 험준하여 등반하기 어려운 반면 주봉인 백운대 정상에 오르면
사방 1백리 반경이 모두 발아래 내려다 보여 그 경관은 실로 아름답다.
★ 산행시간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음은 야간산행이 많아 주간 도상훈련시 저장한 사진을 올린 것 임.
⊙ 산행기
▶ 끝없는 재도전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피곤한 성격 탓인가! 스스로의 올가미에 걸려 벼르고 벼른 재도전의 기회
①불수사도북 전구간을 셋으로 나누어 주간산행으로 도상훈련을 한 후
②새벽(00:25)에 출발을 하였으나 빗속에 도봉산 미로에서 길을 잃고 우이령으로 내려가 송추로
하산하여 1차종주를 실패하고,
③다시 주간(11:20)에 도전하였으나 같은 곳에서 길을 읽고 낙엽길 알바를 1:40분으로.......중도포기,
④두번이나 애를 먹인 도봉산 뜀·칼바위 부근의 등로를 주간산행으로 재파악 후 3차 도전을 시작한다.
▶21:55분 중계동마을복지회관 주차장 들머리를 넘어섭니다.
오늘은 기필코 성공을 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배낭에 꼭꼭 눌러 담고 천안아산발(19:44) 서울행
고속열차에 몸을 기댑니다.
▲ 학의 비상을 형상화한 천안아산역의 아름다운 모습
지워진 저녁놀 속으로 밀려드는 땅거미에 어쩔 줄 몰라 서성이는 쓸쓸한 들녘,
스스로 원해서 가고자 하는 그곳을 향해 가건 만은 마음은 저물어 가는 들녘을 닮아 갑니다.
아마도 두 번씩이나 연속된 실패로 인해 자신감속에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20:40분 경 서울역에 내려서니 용광로 같은 뜨거움으로 시내가 온통 불야성인지라 두리번거리며
촌티 내기 싫은 건방진 마음으로 익숙한 4호선 지하철로 발길을 옮깁니다.
긴 터널과 약간의 지상에 흔적을 남기며 달리는 지하철이 상계동전철역에 정차하는 틈을 타서
훌적 내린 후 10번 버스를 타고 중계동 들머리로 향합니다.
낯익은 복지회관의 지형을 살피며 주차장 쉼터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마치고 시계와
눈 맞춤을 하니 21:55분 .........밤새 고생하기로 한 쌍지팡이(스틱)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중얼중얼.
`오늘은 끝까지 나를 보좌하라 지난번처럼 부러져서 속썩이면 안 되느니라'.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샘터 가는 길목를 지나 공터에 올라서며 우로 90도 턴,
널빤지 다리가 기다리고 있는 작은 숲길로 접어듭니다.
S자를 180도 눕힌 역방향 모양으로 올라선 등산로는 약간의 오르막과 통나무계단이 앞길을 열어
주면서 본격적인 밤길산행을 알리는 어둠이 주위를 감싸며 날 시험하듯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며 가겠다는 텅 빈 머리에는 무용지물이로다.
조금씩 더해 가는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꽉 찬 듯한 느낌 속에,
오늘은 성공적인 산행이 되리라는 확신이 헤드랜턴의 불빛 따라 어둠 속으로 뻗어나고 있습니다.
22:04분 경 암봉 같지 않는 첫암봉을 스틱으로 봉쇄하면서 오르는 숲길 사이로 밤하늘 별들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날씨는 무지 쾌청이라 새벽녘에 춥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22:10분 경 몇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통나무길 역시 몇 번을 반복되더니 우측으로 뻗은
능선과 합류되어 본격적인 주능선길이 시작되면서 평탄한 흙 길이 열리고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결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의 간지러운 속삭임 소리는 산만한 마음을 실어 나르면서
한족한족 내딛는 열기마저 떨구어 어둠 저편으로 실어 나릅니다.
길고 짧은 오르막 통나무길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힘겹게 하고 있지만 수도권 시민들이
확실하게 남겨 놓은 발자취로 인해 등산로는 너무도 뚜렷합니다.
22:23분 경 혼자라는 외로움이 엄습해와 누군가가 뒤를 따라 오거나 앞서가는 일행이 이었으면
괜찮을 텐데.....아쉬운 홀로됨을 탓하는 사이 학도암에서 올라오는 왼쪽 길을 맞이하고 뒤로하면서
오르막 경사도는 점차 더 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30분 천보사 가는 길이 우측사면으로 갈라지며 계속되는 약간의 오르막길....불암산 정상이
어둠속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걸 보니 날씨가 맑긴 맑은 모양입니다.
22:40분 경 중봉 헬기장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목을 축이면서 바라보는 불야성 같은
도시의 불빛, 아직은 할 일이 많은 시간임을 짐작케 합니다.
22:49분 헬기장에서 4분 휴식 후 5분 여를 내려오니 묵묵히 서 있는 안내목이 깔딱고개라는
이름표를 달고 책임감에 겨워하면서 정상이 가까웠음을 눈짓하는 것 같습니다.
22:55분 경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암봉을 눕히며 올라서니 거북바위가 숨소리도 없이 엎드려
잠들어 있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 늘 잠들어 편히 쉬고 있는 거북바위
▲ 거북바위 위에서 바라본 불암산 정상 오름길
23:04분 급경사를 이루는 암봉을 이리저리 지나와 마지막 정상의 처마 밑 미로를 만나지만
이제는 우측 경사로를 이용 릿지 폼으로 가볍게 정상을 노크합니다.
어둠을 마다하지 않고 휘날리는 태극기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느낌으로 여유있게
펄럭이며 귀 인사를 하고,
막힘 없이 시원스럽게 불어왔다가 땀을 떨구게 하고 지나는 정상바람은 지금까지의 힘겨운
과정을 모두 잊게 하고 새로운 기운을 온몸에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 불암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석장봉
23:18분 경 석장봉을 우측으로 밀치며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폭포약수 갈림길을 뒤로하면
당고개 가는 좌측내리막길이 덕능고개 가는 능선길을 혼돈케 하지만은 꼬리표가 몇 개
붙어있는 오른쪽으로 약간 굽은 직진길를 따르며 이를 극복,
약 1분 여 후에 제법 큰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서지만 암봉 우측 경사로에 붙어 있는
로프를 이용하여 가볍게 넘어 섭니다.
또 다시 2분 여를 진행하면 범천봉 가는 오른쪽 갈림길이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지난번처럼 현혹됨이 없이 직진하며 앞길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 불암산 정상에서 본 범천봉
▶23:38분 불암산능선 끝자락이자 수락산능선 시작점 덕능고개
불암산 정상에서 20여분의 내리막길을 달려와 덕능고개에 당도......초병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 지...
과감하게 동물이동통로를 통과하여 수락산의 자락에 무사히 안착합니다.
철탑과 철조망으로 쌓인 건물을 지나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우측 경사로를 버리고
직진, 계곡 내리막길을 택하여 국궁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23:45분 경 급경사 내리막길을 2분 정도 내려오니 국궁장 울타리가 나타나며 울타리를
좌측에 두고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지면서 곧 바로 수암사 가는 임도를 만납니다.
임도 오른쪽으로 흐르는 동막골의 물소리는 시원함과 동시에 잡음 속의 적막감을 주면서
혼자 가는 외로움을 덜어 주고, 급수 보충할 수 있는 샘까지 제공해 줍니다.
23:59분 10여 분의 힘겨운 오르막 후, 예비군훈련장으로부터 올라오는 오른쪽 길과
합류되고, 다시 50m를 나아가니 도솔봉 오른쪽 능선길과 합류되면서 된비알로 인한
거친 숨소리는 작은 메아리 되어 산기슭 곳곳으로 흩어집니다.
00:18분 덕능고개 이래 2번째 철탑이 앞을 가로막고 서지만 오른쪽 호미걸이로 걸어
왼쪽으로 눕히며 돌아 올라서니, 곧 바로 30여 미터의 로프릿지가 반깁니다.
▲ 로프릿지
거친 콧바람과 힘찬 스틱의 고함소리로 로프릿지를 가볍게 밀치며 숨결을 고르니
능선을 스치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오르막 힘든 길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00:36분 계속되는 오르막과 된비알에 도솔봉 정상을 향한 마지막 힘내기가 한판 승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도솔봉의 암봉 아래에 앉아
지나온 불암산의 희미한 자태를 돌아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 도솔봉 정상 암봉
흐르는 구름사이로 떠다니는 별빛들......저들은 누구를 위해 빛을 발하며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일까?. 지난 추억과 오늘의 피할 수 없는 고된 삶의 응어리가 별 되어 서 있는 것은 아닌지......
00:46분 수락산 정상의 암봉이 시작되는 첫 관문이기도 한 가파른 치마바위를 숨가쁘게
올라 채니 위험하게 매달려 있는 하강바위가 눈에 들어옵니다.
▲ 떨어지지 않으려는 하강바위 모습
하강바위 문지기 격인 작은 암봉을 왼쪽으로 밀치며 돌아서니 빵모자를 건방지게 눌러쓴
하강바위가 쉬었다 가라고 고개짓을 하지만, 이웃한 코끼리바위를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 가짜코끼리바위(도솔봉에서 본 가짜) ▲ 진짜코끼리바위(아기코끼리임)
01:04분 코끼리바위를 좌로 돌고, 또 큰 암봉을 넘어서고,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오니
깊은 밤 졸고 있는 것일까? 철모바위가 옆과 뒷모습만을 허락한 채 앞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잘나 보이는 철모바위,......그래도 국토방위를 위해
한솥밥을 먹으며 같이 애쓰고 고생한 기억이 남아 있어 믿음직스러운 느낌입니다. ......."충성".......
▲ 꿈에도 잊지 못할 영원한 우리의 전우 철모바위
어둠속에 무척 수척해 보이는 철모바위와 잠시 회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01:08분 경
이름도 청아한 청학동 갈림길이 다가오면서 수락산 정상의 임박함을 예고합니다.
01:11분 불암산 정상보다는 오름이 쉬워 보이는 수락산 정상의 마지막 골목길 로프를 힘겹게
당기며 정상에 발을 내미니, 아무리 깊은 밤중이라도 늘 변함 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맞아주는
시원한 정상바람......마음과 몸을 차가움으로 감싸며 어루만지건만 따스함과 편한함을 느끼게
하는 마술을 선사하면서, 지금까지의 피로를 말끔하게 거두어 갑니다.
▲ 수락정상 직전의 오름길 ▲ 아래에서 바라본 수락정상
어둠 속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의정부시내의 화려한 야경,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세상의 암울한 모든 것들이 활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시름에 잠기는 데.
서쪽 건너편 도봉산의 희미한 자태는 혼탁한 생각을 떨구게 하고 갈 길을 재촉하면서
먼 그리움을 안겨주며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01:22분 그리도 기를 쓰고 오른 수락산 정상을 석별하고 내리막 안부에 이르니 남녀 10여 명으로
구성된 야간산행 팀이 헤드랜턴을 밝힌 채 야식을 들고 있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데 한 분이 "북한산까지 가십니까?" 물으신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몸은 홈통바위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학림사 갈림길을 지나 1분 여 후 홈통바위우회 경고판이 길을 막아 설 듯 다가오지만
가볍게 오른쪽으로 젖히며,
▲ 홈통바위가 있는 봉우리
01:38분 경 홈통바위에 당도하여 긴 숨을 한 번 들이킨 후 스틱을 고쳐 잡고 내려갑니다.
1차 로프릿지 약 50여 미터
2차 로프릿지 약 2∼30미터
3차 로프릿지 약 20여 미터
합이 약 100여 미터를 내려가는 데 약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
손바닥이 얼얼 거립니다.
▲ 홈통바위를 내려가기전에 한 컷 ▲ 내려와서 한 컷
01:52분 도정봉 정상에는 2개의 암봉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짧고 작은 로프를 머리에 이고 잠시
쉬었 다 가라고 눈길을 주는가 했더니, 그 옆에는 또 하나의 암봉이 마음놓고 다녀가라고 낮은 자세로
누워 있습니다.
도정봉의 도발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기에, 좌로 굽어지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수분 후 다시 동막골을 향한 마지막 무명봉(?)의 오르막이 숨고르기를 더디게 합니다.
02시 정각쯤에 마지막봉 정상에 이르러 직진로를 버리고 좌측으로 난 로프길을 택해 한 참을
내려가다 02:17분 경 산불감시초소의 1차 검문을 받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 발길을 조금 늦춥니다.
곳곳에 이어지는 나무계단길과 로프로 연결된 길이 너무도 뚜렷한 것으로 보아 의정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임을 알 수가 있고 시에서 상당히 신경을 써서 정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02:31분 동막골의 입구를 알리는 폐타이어계단을 뒤로하고 숨고르기를 하니 오른쪽으로 흐르는
동막골의 물줄기가 청아한 소리로 지쳐 가는 몸과 마음을 한층 맑게 해줍니다.
여기서 사패산입구 범골까지는 큰길 신호등을 3개나 건너야 하는 제법 먼길로
어림잡아 3∼40분 정도가 소요되는 데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해서리
동막교를 건너서 적당한 곳으로 들어가 떡라면과 김밥 1줄을 천천히 해치우고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터벅터벅 걸어 범골로 향합니다.
▶ 03:36분 범골 들머리를 들어서다
03:36분 굴다리를 통과하여 범골 들머리에 당도하니 쉼 없이 흐르는 범골의 물줄기는 구면인 듯
재잘거리며 시원함을 더해주고 11시 방향으로 우뚝 서 있는 제1봉(?)은 위풍도 당당하게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범골매표소를 지나고 5분 정도의 된비알 끝에 고요히 깊은 잠에 빠진 호암사를 우로 밀치고,
가파른 오르막을 5분 더 오르니 범골능선길과 합류되면서 훨씬 부드러운 산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길만 같으면 평양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4:25분 연속되는 오르막의 지겨움 속에 범골입구를 출발한지 49분만에 사패능선에 도착하니
산들이 미풍여가 땀으로 젖은 온몸을 시원함으로 달래주며 다음 길에 힘을 보태줍니다.
사패산0.6km라는 안내목을 따라 우측길로 접어들어 5분 여를 지나니 원각사 갈림길이 시선을
끌지만 0.3km남았다는 푯말만을 의식한 채 사패산의 오막길을 장악합니다.
▲ 사패산 동쪽 바로 앞에 있는 갓바위의 앙징맞은 모습
04:38분 마당같이 널찍한 사패산의 정상바위, 탁 트이는 조망과 시원한 바람, 동쪽 남양주쪽
하늘가엔 해오름의 징조가 시작되는 듯한 옅은 홍조기운이 서려있습니다.
▲ 조금씩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사패능선에서)
물 한 모금의 들이킴으로 사패산 정상을 떨구고 나와 발길을 재촉하여 짧은 오르막 2번, 제법 긴
오르막 한번, 그리고 도봉산 능선길 중 가장 된비알이라 여겨지는 암봉 아래 계단길 초입에
오르니 태능에서 출발했다는 남녀6명의 종주팀이 해돋이 그림을 담기 위해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디카를 준비하고 있길래 나도 합류하여 해오름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 해오름의 시작 ▲ 우리의 희망 햇님이 방긋
05:20분 경부터 해오름의 그림을 약 10분 동안 몇 컷을 담고 출발하여 05:40경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봉에 도착하니 앞서온 10여 명의 산행인들과 또 만납니다.
▲포대정상(모델은 도상훈련시 함께한 봉진님)
문득 떠오르는 생각, 오늘이 일요일이니 등산객들이 많으리라는 것,
그렇다 정체행열에 걸리면 대책이 없이 지체될 것이 뻔한 고로
가능하면 빨리 가야 북한산 백운대길에서 복잡한 행열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06:04분 한 번의 가파른 오르막과 시름 끝에 포대정상에 도착하였으나 바람이 없습니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가 되니 긴장감이 도봉산 전역에 감도는 것 같습니다.
▲ 포대능선 전망대에서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를 배경으로 늘빈자리가 멋진 폼으로 한 컷
이 틈을 타서 포대정상에서 아침햇살을 맞으며 요기를 가볍게 하고 9분 정도 지체 후
운무에 떠 있는 수락산 넘어 동쪽과 동두천 넘어 북쪽을 디카에 담았습니다.
▲ 포대에서 바라본 수락산 동쪽의 운무 ▲ 북쪽(동두천방면)의 운무
Y계곡의 와이어 곡예를 지나며 팔 힘을 기르고 나니 신선대가 앞길을 가로막아 서거늘!
이번에는 좌측으로 돌지 않고 정면 암봉릿지로 바로 오릅니다.
▲ 다락능선에서 본 선인봉과 만장봉의 위용
06:31분 신선대 정상에 오르니 남녀 한 쌍이 먼저 올라와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오렌지를 먹고
있습니다. 어떨결에 인사하며 권하는 오렌지 하나를 꿀꺽하면서 4분 휴식 후 반대편 와이어가
있는 직벽길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 포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인봉, 만장봉, 장운봉
이제는 제법 산행인들이 많아져 비켜서며 가는 경우가 종종 있으면서 정신 없이 발걸음을
몰아 치는데 원래 숏 다리인지라 효과가 별로 시원찮습니다.
07:40분 사진촬영을 줄이면서 정신 없이 재촉하며 달려온 길 어느새 우이암을 지척에 두는 곳까지
왔는데 우이암을 저장하고 위험로를 따라 내리막길을 달려갑니다.
▲ 우이능선에서 바라본 정겨운 오봉 가족사진
때로는 급경사가, 때로는 로프릿지가, 때로는 완만한 경사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우이암 능선길,
지루한 40여분의 힘겨움 끝에 우이동매표소(08:25)에 이릅니다.
▲ 우이암의 자신있는 포즈
우이동매표소를 지나 계곡물에 머리를 감고 발을 씻으며 잠시동안 피로를 풀어 마지막 코스
북한산의 아성을 향한 마음의 준비를 한 후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니 한일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우이능선에서 바라본 물개바위
정상적 종주길은 한일교에서 우측으로 돌아 용덕사를 거쳐 육모정고개를 넘어야 정도(진짜 정도는
우리령으로 가는 길이나 군부대 주둔지이므로)이나 이 구간이 휴식년제 구간인지라 한일교에서
좌측으로 내려와 도선사 가는 길을 따라 하루재를 넘기로 하고 도선사길로 접어듭니다.
즐비한 가게들, 음식점들, 그리고 점점 많아지는 거리의 산행인들........
적당한 곳을 골라 김밥 한 무더기를 주문하고 지나온 길을 돌이켜봅니다.
▲ 우이암능선에서 본 도봉산암릉들(칼바위, 뜀바위,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중계마을복지회관 들머리를 21:55분에 떠나 지금 08:40분이니 대략 11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5시간 이상은 더 가야 할 것 같은 데, 문제는 일요일이라 산행인파에 밀리면 많은 지연이
예견되므로 등정이 밀리는 암봉(인수봉,비봉)은 우회하기로 마음먹고
09:01분 김밥집을 출발하며 얼음물 500ml 두 병을 배낭에 담았습니다.
▶ 09:01분 종주의 분수령 백운대 가는 길
도선사 가는 오르막 아스팔트길,
슬슬 밀려오는 졸음은 어인 식곤증인가,
따가운 아침 햇살기운 마저 앞길을 방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힘겨운 오르막에 괴성을 지르며 날 추월해 가는 자동차들.............그것도 대형버스들.......
코끝이 아른거리는 매연을 들이킬 때면 육두문자가 저절로 나오더이다.
09:33분 경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고전 끝에 돌파하여 백운대매표소에 이르니 제법 많은
등산객들과 사찰 가는 차량과 인파들로 북적북적됩니다.
그러나 구경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곧 바로 입장권을 구입하여 09:38분 백운대를 향한
힘든 여정을 떠납니다.
백운대매표소에서 하루재까지 1.1km고갯길, 오늘의 구간 중 제일 힘이 드는 코스로 기억됩니다.
점점 많아지는 등산객들 때문에 정체될까봐 마음은 급한 데 발은 무거워 땅에만 붙어
있으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친 나를 추월하며 힘차게 지나는 데 그만 두 다리 길게 뻗고 한 숨 자고
싶은 마음뿐, 몸은 천근만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마지막 산이 아닌감, 또 다시 실패하면 안된다는 스스로의 위로로 몸과 마음을 달랩니다.
▲ 인수봉의 알찬 모습
10:00분 경 인수대피소를 지나고 다시 오르막을 20여분 오르는 길목엔 인수봉의 장엄한 위용과
웅장함을 바로 코앞에서 주시하며 오르니 그나마 덜 힘들었지만 비탈 와이어 길은 다소 정체현상
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줌으로 당겨 한 컷 더
10:20분 경 백운산장에 도착, 기사회생하는 기분으로 약 10분간 숨을 고르며 물을 보충하고
난 뒤 출발하여 10:42분 경 위문에 도착하였으나, 백운대 오름 길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체현상
을 빚으며 한족한족씩 느림보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 인수봉 좌측하단부를 돌아 백운대로 가는 와이어 오름길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간 지연시간을 예상하기가 힘들어 다음 기회에 오르기로 하고 그냥
용암문을 향해 위문의 좁은 문턱을 넘어 서면서 시원한 능선바람을 접합니다.
만경대와 용암봉의 우측사면에 설치된 보호봉과 와이어 안전줄로 이어진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고
다시 노적봉을 우측으로 밀며 완만한 평탄길로 접어드니 용암문(11:15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뒤돌아 바라본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의 모습
용암문 공터에서 잠시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덜고는 많은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쉼 없이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사이 동장대를 지나고 대동문도 지나고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도 지나
어느새 문수봉이 코앞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12:44분 청수동 암문을 통과하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쌍스틱에 의지하며
그야말로 빡시게 내려오는 데,
무릎고장을 방지하고자 스틱에 체중을 많이 싣다보니 손목과 팔에 힘이 너무나 듭니다
▲ 승가봉 쯤에서 바라본 비봉
승가봉은 언제 지나왔는지 모르게 지나왔고, 사모바위는 본 것 같기도 하고 안본 것 같기도 하고
오고가며 부딪치는 산객들이 쉴 만한 곳은 다 차지하고 먹거리를 펴고 점심들을 들고 있어서
편히 쉴 작은 그늘 마저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13:27분 비봉에 도착,
다른 곳은 몰라도 역사적 유물이 현존하는 비봉은 등정하리라 마음을 고쳐 먹었는데 웬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림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자동적 포기로 마음을 달래고는 다음 봉우리인 향로봉을 향해 스틱을 젖기 시작합니다.
▲ 가까이 갔으나 말도 붙어 보지 못하고 지나간 비봉
13:40분 향로봉 입구에 다다르니 위풍도 당당한 사고뭉치(추락사고가 잦아 출입금지 됨)
삼형제 암봉 중 맏이인 향로봉이 서서 기다리고 있지만 발걸음은 좌측 능선 사면길로 빠집니다.
▲ 3개의 암봉중 우측이 향로봉(추락사고 잦아 출입금지된 암봉인데...사람들이....)
향로봉 우측 사면 길은 초행자의 경우 잘 못하면 탕춘대로 빠지기 딱 쉬운 코스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면 우측 능선쪽의 길을 선택해서 올라서 내려가야 족두리봉으로 쉽게 갈 수가 있습니다.
(지가 여기서 몇 번 속은 적이 있걸랑요)
오늘은 구질구질한 핑계로 참 많이도 피해 왔습니다.
정체현상으로 백운대를, 비봉을,
무심한 발걸음으로 향로봉을.........종주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충하는 것인지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행보에 마음마저 처집니다.
다음 종주 때는 일요일이나 휴일은 피해서 하리라고 다짐하지만....
14:20분 어찌어찌 하여 마지막 봉인 족두리봉을 코앞에 두니 새로운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
▲앙팡진 족두리봉(수리봉)
스틱을 그대로 양 팔목에 건 채 족두리봉 좌측면을 공격하여 단숨에 올라서며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절묘한 능선과 암봉들의 어울림이 가슴으로 스며들며 해냈다는 벅찬 감흥으로
뜨거운 전율을 선사합니다.
▲ 족두리봉의 족두리부분
14:42분 좀더 쉬고 싶은 마음을 접으며 내려오는 길,
개설한지 얼마 안 되는 대호매표소를 지나 대호아파트를 바라보며 골목길을 돌아 나옵니다.
다음에는 반대의 코스를 택해 해볼 꺼나........
내리막 골목길을 걷는 시선은 먹거리와 사우나부터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