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세대인 저로서는 요즈음 증인들의 환경이 언뜻 부럽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세상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강력히 금지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교에 진학해봐야 중립(고교교련,대학 문무대 학군단 입소훈련)문제로 학비만 날리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검정고시학원에는 증인 청소년들이 흔했고 대학을 가기는 커녕 대학생 형제들도 중도에서 그만두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군대를 가게 되면 군영창에선 모진 고문과 구타를 견뎌야 했으며 교도소에 가서도 거친 분위기,불쾌한 환경,개인생활 부재를 이겨내면서 출판물도 몰래 보고 가석방이 없는 세월을 보내야 하였습니다. 출소하면 어김없이 전과자라는 굴레에 갇혀 이런 저런 사회적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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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의 선배세대에서는 군 영창에서 맞아서 죽는 일까지 있었고 출소하면 바로 예비군 문제로 재차 (아니 그 이상도) 투옥이 되는 일이 있었으니 그리 불평할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립가는 형제는 출정하는 전사와 같이 몇날 며칠 환송을 받았고 돌아오면 많은 회중 자매들의 대시를 받는 자잘한 재미도 있었답니다. 게다가 회중에서는 순감이나 장로들이 끝이 곧 온다고 선전하고 있었고 아주 짧은 시기(5년이나 10년 이내)안에 큰 환난이 와서 지금의 고통과 인내가 충분히 보상 받을 것으로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회중마다 고등교육을 포기하고 직장을 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하여 멀쩡한 성적 우수자들이 학교를 나와 파요니아를 시작했다고 대회에서 경험담 하는 일은 의례 관습적이었습니다. 누구나 세상의 장래를 그리 길게 보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파수대는 [우리는 장거리 경주의 마지막 직선코스를 뛰고 있다], [수평선상에 큰 환난이 보인다] 등의 표현을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인다운 삶은 지금 현생에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신세계라는 내세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대회 제목 자체도 마지막 때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늘 작명되어 있었습니다. 회중에는 학교 안 간다고 집에서 쫓겨난 어린 형제들이 꼭 한 두명 정도 있었습니다.그런 분위기에 고조된 장로들은,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이 해체되는 엄청난 일을 목격하자, 흥분한 전도인들을 더욱 더 용광로에 집어 넣었습니다. 이제 곧 유엔이 종교를 금지하고 탄압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습니다.당시에는 [우리가 영적생활을 하는 동기는 신세계가 아니라 하느님을 진정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자못 고상?한 말을 하는 형제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면 오히려 때에 대해 깨어있지 못하는 자로 전락되기 떄문이었죠.
이렇듯,당시의 한국 여호와의 증인 사회는 집단 부흥회의 모습이었습니다.
75년 거짓예언의 암흑기를 지나 한국 증인조직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매달 전도인 신기록이 경신되고 있었습니다. 격동의 80년대와 90년 초가 지나가면서 한국사회에는 여러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89년)대학의 문무대 의무군사훈련이 없어지고 (96년)고등학교 군사훈련과정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교도소내에 증인 출판물이 일부 허용되기 시작하였고 고문이나 구타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가봐야 학군단 문제로 인해 학사경고나 학점미달을 받을 게 뻔한 증인들은, 실제로 믿음 때문이 아니라 , [믿음]과 [충성]핑계를 대고 대학을 포기하곤 했었는데, 이런 핑계가 이젠 소용없어졌습니다. 학군단 문제로 친구들과 학교 눈치를 보던 소수의 대학생 형제들도 큰 스트레스를 벗어 던지게 되었습니다. 슬금슬금, 대학에 가는 형제들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였고 검정고시를 보는 형제들의 숫자는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때가 대략 90년대 초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였지요.
돌이켜 보면, 과거 증인들의 과감했던 (지금와 생각하면 무모한) 고교와 대학 포기는, 한국 사회의 여러 제도(교련,학군단,교도소전과)로 인한 원인도 큰 것 같습니다. 대학 가봐야 학군단 훈련때문에 학점이수 어렵고 전과생기면 학벌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당시 보수적 사회제도에다, JW출판물의 고등교육 폄하 기사들, 조직의 말이라면 무조건 맹종했던 학력짧은 장로들의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분위기 조장,..이런 것들이 상호상승 효과를 가져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증인에게 불리한 이런 제도들이 없어지자 젊은 증인들은 처세를 달리 하기시작했습니다. 슬쩍 대학도 가고 파이오니아도 하면 그 위태로운?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영적인 균형을 잡는다고 회중에서 칭찬하는 분위기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의 반전이 그 이전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영육간에 균형을 잡는다] [합리적으로 행동하라]라는 말들로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며 세상에서 적당히 학벌과 인맥을 쌓던 사람들...그들이 이제 40대 중반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로 올라오는 사람들...
이제 이들은 증인사회의 어떤 신인류로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요?
(다음에 이어집니다)
참고 : [어제의 오늘]1969년 고교 대학 교련교육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081826065&code=100203
첫댓글 지금 20대인 90년대생들은 .. 안타깝지만 일본처럼 달관세대가 되가는듯합니다 ..
저희때 이후얘들은 더할꺼고요 ...
예전에야 증인과 증인아닌사람듵의 생활수준
부터 직업의식들이 차이났지 ..
세상 사람들중 20대들은 봉사만 안한다뿐이지
직업의식 증인들과 비슷한경우많습니다 ..
달관세대라...재미있는 표현이군요. ^^
돈은 못벌어도 편하고 시간 적게들고 여가 많이 챙길 수있는일을 더 선호하며 ...
그건 증인이나 아니나 비슷합니다 ..
다만 증인들이 좀더 심할뿐이죠 ..
그만큼 전시간다니나 시간제 다니나 노후보장에서 큰차이가 없는 한국의 열악한 복지의
상황상... 일본은 사토리세대(지금 20대)랑 거의 같은선상에 놓인 상황이죠.. 일본이나 여기나 다를께 없습니다
블루님 같은 기성세대가 보기에..
저희가 배부른 세대라고 볼수가 있지만 ..
5포세대라 불리는 저희들도 일본 사토리세대랑
똑같은 불쌍한 세대입니다 ..
예전에는 적어도 증인을 안하면 좀더 나은삶을
살수있다는 희망으로 과감히 나갈수있는 원동력이 됐지만 ..
요즘은 사실 관념이 깨인 20대라 하더라도 ..
나가도 크게 다를것없는 .. 현실앞에서
과연 어린시절부터 맺은 인간관계를 다 포기하고 나올만큼의 메리트가 있는지 재보다가...
나오지않은 경우도 많아졌죠..
대신 대충대충 영적인 생활하는 젊은 증인들이 많아지고 이중생활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때문에 탈증비율도 아주 막 늘어나진않는것 같습니다..
네. 나름 세대마다 고충이 있을 겁니다. 증인조직이 인간관계로 사람들을 옭아매는 방식은...참. 안타깝습니다. 우리 세대랑 마찬가지겠지요.
그 약간의 정신적 자유가 있고 없고는 작은 차이같아도 작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론 비슷한 생활로 보일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관념탈출 이후와 그 전의 생활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정신이 다르다는 점은 내 인생 전체를 관통합니다.
물론 죽음의 위협요인 하나는 줄어들었죠. 저도 아마 제 자식에게 긴급상황 생겼을때 그 아이를 죽게 만들 부모였을수 있습니다. 그거 하나라도 벗어난걸 전 결코 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그런 연유로 죽은 사람을 보시면 그 차이는 크다..란걸 실감하실겁니다..그 정신적 자유란 인생의 모든 생활에 관여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도 선진국들처럼..
계층간의 이동이 불가능해졌죠
만약 최저시급이 시간당 만원씩으로 되고
노동법이 강해져서 대부분의 알바자리에서
그 액수를 준수한다면.. 시간제 일자리를 역으로 선호하게 될 껍니다 ...
탈증인이 되더라도 뼈를깍는노력이 아닌이상.
대다수의 5포세대들과 비슷한 삶을 살겠죠..
증인과 다른점은 자유가 있냐 없냐의 차이...
각종의무 (집회,봉사) 를 경감할수있다는정도 ..
아마 그이전세대들이 겪어온 것과는
전혀 다른세상에서 살게되겠죠 ..
잘 읽었습니다. 최근의 여호와의 증인 내부의 분위기나 요즘 세대의 성향으로 미루어보면, 취미삼아 종교생활을 하는 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핏 듣기로는 생활형 종교라고 하는 것 같던데, 광신적인 분위기의 상실이 점차 조직의 붕괴를 가져올지 오히려 반대일지 참 궁금합니다.
위의 다다님이 토로하신바도 있는데 확실히 이 대한민국이 이제 내리막으로 보입니다. 과거의 성장시기에 좀더 많던 기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예의 5포세대..라는 세대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게 온것같기도 하고.또 이 나라의 시대정신 자체가 제대로 갈 길을 잡지 못했던것 같기도 하고요.
기회주의자의 나라,짧은 시선의 나라가 되고 그에 걸맞는 일들이 오히려 칭송받고 또 선호되는 나라가 되었죠.
그 시대정신이 먼저인가 아니면 성장세 정지가 먼저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런상황에서의 증인 젊은이들은 어쩌면 극과 극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습니다.광신형과 눈치형..또는 순종파와 뺀질파..이런식으로.
시대에 대한 고찰이 담긴 글 잘 봤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은 짧다는걸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없겠지요
중립(난그냥 징역ㅎㅎ)이란건 떳떳함도 아니고 부끄러운것도
아니지 안을까요??!!
스스로의 경험치?
아주아주 많이 많이 부끄러운거 맞습니다.
허상을 지지하며 중립. 즉..아마겟돈 최종전쟁을 지지하며 그것을 위한 중립이라는거니까.
여호와의 증인의 아마겟돈이 의로운게 아닌한 부끄러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바리새적 허상의 의로움 아니겠나요..
평화주의자인척 군복무를 거부했지만 그 근간은 미래에 있을 전무후무한 대량학살을 지지하는..사상 유래없는 폭력을 고대하며 대한민국등에 대해선 중립.
이러는 이중기준 아니겠습니까. 실재로는 제대로된 평화주의자가 아닙니다. 아주 거대한 폭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었던거죠.
매우매우 부끄러운 위선적 정신세계입니다.
@stairway 전 그래요..젊을 때 조직의 세뇌에 의해 중립이라는 것을 선택해서 징역을 살았지만, 돌이켜 보면...이 경험이 나쁘지 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극한의 고통을 이기는 법,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사는 모습, 인간 말종들의 심리, 자유가 없는 것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선택해서 경험한 것은 되돌릴 수 없으니 회한만 할 게 아니라 좋은 의미를 건져내고 싶습니다. 다만..저의 다음 세대가 굳이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루스카이 경험한바에 대한 재해석이야 물론 할수 있겠죠..
그런 부면과 무의미한 부면 어느쪽에 중점을 두는가는 각자 다르겠지만,아무래도 당시의 신념이 틀렸다는게 확인된 지금은, 그리고 군복무 부재(징역전과)가 사회생활 곳곳에서 미치는 크고작은 문제들을 생각하면..부정적으로 해석할수밖에 없더군요. 틀림없다고 생각한 진리론..그것에 입각한 선택.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고..
여러가지 다른 경우의 수를 각오하는 선택과는 좀 다른 문제같습니다..
다음세대가 감옥에..? 끔찍한 일 아니겠습니까..ㅡ ㅡ 해석영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건 그냥 끔찍한 체험입니다. 평화주의의 정당함도.사회적 정당함도 그 무엇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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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크리스틴님도 우리 세대에 대해 잘 알고 계실테니..공감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