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도하지 않은 나이트 편 ^^
그러니까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타기 바로 전날 밤이었어요.
우리의 일정은 청도-진안-북경-낙양-진안-청도 였거든요.
다른 배낭팀들은 가기전에 어느곳을 갈건지 미리 코스를 정하는데, 저는 너무 머리가 아파서 '배짱'만 가지고 무작정 갔었어요.
북경은 꼭 간다는 생각만 갖고요.
물론 공부하면서 많이 참고했던(유적지와 차편을 중심으로) 책 '자신만만'에서 화베이지방 -중국이 워낙에 크니까 다른 지역으까지 다니기에 저희는 너무 병아리 수준이었거든요-을 찢어서 가지고 갔죠. 그때그때 동선을 생각해서 기차표를 샀는데(기차표와 관련된 얘긴 다음에,, 처절했죠 T_T) 낙양에서 청도로 바로 오려고 했는데 기차표가 없는거에요. 기차도 보객이라고 가장 느린거밖에 없고..그래서 어쩔수 없이 진안을 다시한번 들려서 왔죠..서론이 너무 긴건 아닌지 ^^;
북경에서 진안까지 14시간동안 기차를 타고(침대칸이라 밤에 잤다고 생각하면 되요) 중간에 좀 놀다가 또 청도까지 4시간 30분동안 기차를 타고 왔어요. 이제 서두에서 얘기했던 26일날 밤 ^^
중국의 호객행위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정도로 심한것이거든요.
하나의 일화를 얘기하자면, 이건 다른팀이 경험한 것인데요.
배낭족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우는 '양수오'란 곳이 있어요. 그곳의 한 산에서 물장수 아줌마가 물을 사라고 목에다 아이스박스를 연결해서 산 밑에서 팔고 있었대요. 중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에요. 그날따라 사람들이 좀 적었던지 아줌마가 계속 이 배낭팀들만 공략을 하면서 따라오더래요. 물이 별로 먹고 싶지 않아서 계속 안산다고 그러면서 산을 올랐는데 그 아줌마는 "쟤들이 언젠가는 물이 먹고 싶어지겠지" 하는 독한 맘을 먹으시곤 정상까지 따라가서 결국 3원짜리 물1병을 팔았다네요..--이거 정말이에요!!
암튼,,(이런단어 써도 되나? 요정의 입에서 나오기엔 너무한 단어^^)
'삐끼'-다른단어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18세 미만은 눈 감으세요.^^
들에게 시달리다가 겨우 숙소를 잡은 우리들은 사워후에 지쳐서 쓰러지기에 이르렀어요. 근데, 마지막 밤이 너무너무 아쉬워서 같이 갔던 제 후배와 저는 도저히 그 밤을 그냥 잠으로 보낼 수가 없었죠.
그래서 자는 동생들을 그냥 두고 택시타고 놀러가기로 했어요.
11시 30분에.
역 근처에 놀곳이 많잖아요, 그래서 택시아찌한테 정확하게 말한다고 말을 했는데 '칭다오짠'이라고. 근데 아찌가 갑자기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는거에요. 계속 칭다오짠이라고 해도,,아찌는 버스역인지 기차역인지 구체적인것을 원하는 듯 했지만 언어가 안되는 우리는 몸으로 보여주기로 했죠. 제 후배가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칙칙폭폭'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아찌 얼굴이 환해지면서 '아~!' 그러시더니 우리를 어디론가로 (아주 가까웠음) 데려갔어요.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이게 아닐텐데,,그러는데 저쪽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이더군요. 그 아찌는 제 후배의 몸동작을 춤을 추는것으로 오해를 하신거였어요.
그래서 전 원하지 않게,-어쩌면 원했을지도 모르죠 히히- 체육복 바지에 맨얼굴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언제나 차고 있는 여권 밸트를 차고 지갑과 회화책이 든 가방을 매고 나이트에 들어가게 됐어요.
처음엔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런 옷차림으로,,과연,근데 가보니까 천차만별이였어요. 곽부성머리 한 사람에서부터 배나온 아저씨까지 아주 다양하던걸요. 한국에서의 요정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신나게 춤을 추었지요. ^^ 가방을 메고서
한국노래가 너무 많이 나와서 한국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이런 노래쯤은 다 안다는 듯 그렇게 중국인을 가장하며 따라불렀죠.
중국 나이트의 특이한 점은 블루스 타임이 없다는 것과 사람들이 부킹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서비스로 해바라기씨를 준다는 것과 테이블 비를 받는것이 아니라 맥주값만 받는다는것이에요.(한병에 20위엔 정도)
시간이 지날 수록 여자들이 옷을 덜 입고 오길래 민망해진 우리는 한시간 반정도 놀다가 숙소까지 종종걸음으로 걸어서!!! 왔답니다.
좀 무서워서 절대 말을 하지 않았죠(외국인이거 들키면 큰일 날까봐^^)
얘기가 너~~무 길어서 지루하시죠?
경험했던걸 다 얘기할려면 이것도 모자라요. 첫 여행 다녀와서 할말이 많으니 이해해주세요,,,물의요정,,원래 촌스럽잖아요^^
(2)눈물의 피자헛 편
북경에서의 둘째날,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던 귀하게 자란 동생친구와 중국을 우습게 보고 샌들을 신고 온 제 동생이 슬슬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여행 간 이상 많이 보고 싶은 요정의 방식이 자신들의 방식과 다르다나요? 수박 겉핥기 식의 여행을 끔찍히도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널널하게 일정을 잡았는데도 불구하고요...
또 먹는게 남는거라는 그들의 생각과 밥은 굶더라도 볼것은 봐야된다는 제 주장이 팽팽히 대립되던 날이었죠. 하기야 여행 초반에는 여행 경비를 아끼려는 마음에 음료수 사 먹는것 조차 눈치를 줬으니 동생들의 불만이 있을만도 했었죠. 그렇지만 사 달라는대로 다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답니다. 제 동생은 유난히 식탐이 많은 미식가거든요. ^^
그 날은 자금성과 경산공원과 중국미술관을 갔었어요.
잘 모르는 여행 초보자로서는 중국에서는 자금성과 만리장성만 보면 성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므로 아침부터 들떠있었죠. 천안문 광장에서 멋있는 공안 청년과 사진도 찍고-사실, 사진찍자고 했는데 안된다고 하길래 그 뒤에 바싹 붙어서 공안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찍었어요. 히히.
중국 사람많은거야 다들 알잖아요. 거긴 늘 일요일 같답니다. 언제 밖에 나와도 사람들이 북적대거든요. 일주일에 하루씩 노는데 다들 쉬는 날이 다른건가? 암튼 얼마나 이상했던지 같이 갔던 제 후배랑 심각하게 논의한 적도 있었다니까요. 근데,,거기는 사람이 워낙에 많으니까 식당에서도 인사하는 사람, 차 따르는 사람, 주문받는 사람,,다 다르다고 했었잖아요~
그리고 공안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공안들은 (참, 공안은 우리의 군인이랑 비슷한것 같아요.) 거리의 장식품 처럼 아무런 하는 일없이 간격 맞추어서 한명씩 서 있기도 한답니다. 거기 서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정말 장식용 사람 처럼요.뭐? 믿을 수가 없다고요? 에이~ 진짠데,,, 이따금씩 제식훈련 같은걸 재미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 하루종일 서 있는걸 보면 가엾기도 해요.
천안문을 지나 어마어마하게 큰 자금성과 자금성 안에 있는 고궁박물원을 다 둘러보고 자금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산공원에 오르고 나니 진짜 배가 고팠어요.
중국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작은 간식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던데, 중국 사정을 몰랐던 우리들은 쫄쫄 굶으며 다녔죠.(에구, 물론 아침은 먹고^^)
아무리 걸어도 식당이 보이지 않길래, 우리는 좀 나이 든 공안에게 이 근처 식당이 어디있냐고 물었어요. 중국어 회화책을 가져가서 하고 싶은 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중국어를 몰라도 소통할 수 있죠. 대답은 어떻게 듣냐고요? 들으려 하면 다 들려요!
아저씨들이 가르쳐준 식당은 아무래도 너무 비싸 보여서 우린 싼 식당을 원한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싸다고(아저씨가 두명이었는데 한명이 비싸지 않냐고 했더니 외국인에게는 싸다며 막 우겼어요. 이것도 저절로 다 들리더군요~^^) 배고프다고 보채는 동생들에게 보이지도 않는 싼 식당으로 가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식당에 들어갔죠.
이럴수가!!!!
무슨 밥이 그렇게 비싼지. 도저히 그 가격엔 밥을 먹을 수가 없겠더라고요.(그땐 그랬지,,,나중에는 그 정도?? 우스워지더군요 ^^)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동생과 말다툼을 계속 했어요. 제 동생은 먹는것도 문화를 보는건데, 그리고 돈도 많이 남았을텐데 왜 그렇게 벌벌떠느냐~ 저는 하루 방값이 얼만데 이 돈으로 밥을 먹느냐,,,결국 비싼 밥을 기분 나쁘게 먹어야했죠. 얼마나 기분이 좋지 않았으면 중국 식당의 필수 회화인 "부 야오 샹차이"란 말도 하지 않았겠어요??
'샹차이'는 중국인들이 죽고 못사는 향채에요. '샹차이'이름은 참 예쁘죠? 근데, 한국인들이 먹기에는 고문같은 존재에요. 씹으면 씹을수록 속이 메스껍고 ,,,뒤틀리고 으으윽!!! 그들은 그 역한 향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맥도날드 햄버거 속에도 샹차이에 담가 둔 피클이 씹히고, 과자를 먹어도 샹차이 향이 나고,,,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추장 볶음, 고추장 비빔,,,등을 시도때도 없이 먹는거랑 같다고 생각하심 될거에요.
그래서 샹차이를 먹었냐고요? 그럴리가 있겠어요? 얼마나 비싼 식당이었던지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샹차이를 뺐더라고요..거기 생활해보니까 외국 사람들의 입맛도 생각하는 고급 식당에서는 향차이를 쓰지 않는 것 같았어요.
북경지도를 펴고 겨우 찾은 중국미술관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헤매어서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점심때 동생과 다툰 것도 있고, 귀하게 자란 동생 친구가 패스트푸드를 너무나도 원해서 -중국인들이 입맛도 점점 서구화 되어 가지만 패스트푸드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에 가서 세트메뉴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감자튀김만 먹거나 햄버거만 먹거나 콜라만 먹거나,,그러죠. 온 가족이 다 와서 손자만 먹거나,,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비싸거든요- 애들에게 따끔한 깨우침을 주려고 피자헛에 갔어요.
거기서 우리가 먹은것은 콜라피쳐 하나, 미트 스파게티하나, 피자 중간 크기로 한판, 그리고 샐러드였어요. 그걸 주문하고 나자 종업원이 놀라며 물었보는게 아니겠어요? 정말 다 시킨거 맞냐고..그녀의 얼굴에는 정신나간 외국인을 보는 표정이 역력했어요.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건 '미친짓'(날로 과격해져만 가는 요정의 언어들...이러면 안되는데~~T_T)이었어요. 속으로는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지만 이번 한번 뿐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시켰어요.
얼마가 지났을까? 쬐금한 피자한판과 윤기 없는 스파게티 한 그릇과 그냥 콜라에 레몬 두개 띄워서 3배 가격을 받는 콜라가 등장했어요. 샐러드 그릇과 함께.
깜짝 놀랐죠.
돈이 얼만데 겨우 이걸 갖다주다니!!
아마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을거에요..'그래~ 샐러드라도 많이 먹고 가야겠다'는.....제 동생이 샐러드를 가져왔어요. 다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자기 맘 대로 가져왔으니 다음번엔 다른 사람이 가져오랬죠. 오랫만에 먹어보는 피자와 샐러드가 맛있긴 맛있었는지 접시들은 순식간에 비워졌고 제가 샐러드를 가지러 운동화를 질질 끌고 (발이 앞아서 벗고 있었거든요) 샐러드바로 갔어요. 양배추를 조금 덜었을까? 종업원이 오더니, 짧은 영어로 "Only one. sorry" 그러는게 아니겠어요?
뭐?? 아까 그렇게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그제서야 제 눈에는 마치 탑처럼 쌓고 있는 중국인들의 샐러드 그릇이 보이더군요. 그들은 맨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온갖 정성을 다해서 샐러드 그릇을 채우고 있었어요.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으면 과일이며 야채들이 쏟아지지 않고도 샐러드 그릇 위로 우뚝 솟을 수 있겠어요?
흑흑,,,,
진작에 알았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이미 먹은걸 어떡해요~
우리는 그 때, 5일치 방값을 한 끼 식사로 날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한국에서부터 가져간 '봉지라면'- 봉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잘 뜯어서 속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동생들이 가르쳐준 추억의 그 음식-을 해 먹었답니다.
(3)추억의 직업 오라이~ ^^ 편
중국의 진풍경 중 하나가 버스 타기에요.
한국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다짐을 하고 떠난 우리팀도 결국 중국간지 3일만에 그들처럼 되어버리고 말았죠.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스를 탈 수가 없었거든요.
중국에는 자가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자전거나, 버스나, 택시나 딸딸이라고 불리우는 세가지(연구결과) 종류의 차를 타고 다니더라고요. 딸딸이의 종류를 우선 말씀드리자면, 앞은 자전거인데 뒤에 가마처럼 사람이 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 (이것도 위가 뚫린것과 막힌것의 두 종류가 있어요.) 또 앞은 오토바이인데 뒤가 가마처럼 된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인력거처럼 사람이 직접 끄는 것이 그것이에요.
버스도 이층버스, 전동버스, 긴버스, 짧은 버스,,,등등 얼마나 다양한지.
버스 정류장도 우리처럼 노선에 있는 정류장마다 다 서는 곳이 아니라 같은 길이라도 20번버스가 서는 곳, 100번 버스가 서는 곳이 다 다르고 그 버스의 해당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하죠.
중국 버스는 정류장에 서면 앞문, 뒷문이 동시에 열려요.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차례차례 질서를 지키면서 타야 한다고요?
땡~ 틀렸어요. 그렇게 하다간 버스 놓치기 쉽상일거에요.
우슨 몸에다 힘을 꽉 주고 무조건 밀고 들어가야 해요. 일단 버스가 서면 사람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완전 아수라장이되죠.
시골에만 그런게 아니냐고요? 북경의 가장 번화가인 왕푸칭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했으니까 검증된 사실이겠죠.
중국에서는 요령만 있음 공짜로 버스를 탈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워낙에 아수라장으로 밀고 밀치며 버스를 타기때문에 우리처럼 한명씩 타면서 돈을 낸다는것을 상상도 할 수 없거든요.
무조건 빨리 타서 일단 앉고 봐야 되니까요.
그러면, 버스 차장들이 돈을 받고 버스표를 끊어줘요. 사람들이 워낙에 많으니까 누가 돈을 냈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으니까요.
쬐끄마한 직사각형의 종이인데, 연구결과 매일 색이 바뀌긴 하지만 모아뒀다가 그날그날 눈치껏 보여주면 공짜로 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너무 붐비거나 아님 버스차장이 조금 게으른 경우에도 당연히 공짜로 버스를 탈 수가 있겠죠? 우리는 눈에 잘 띄는 외국인이니까 꼬박꼬박 버스비를 냈지만 제가 관찰한 결과 버스비 안내는 사람들도 참 많았어요.
버스차창도 참 힘든 직업중의 하나에요. 돈 안내는 사람 많으니 돈 내라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야죠. 다음 내릴 곳도 얘기해줘야죠..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버스차장이 있었잖아요. 우리나라 버스차장은 보통 10대후반의 여성이었는데,,,,, 시대 소설 보면 가난한 집의 누나는 꼭 버스차장으로 돈벌러가잖아요 *^^*
근데, 중국의 버스차장들은 젊은 남자에서부터 아줌마까지 아지 다양한 것 같았어요. 또한 버스 안에 그들만의 공간도 확실히 확보하고 있고요.
히히히...
요정이 웃는 이유는?
중국에서 4번 버스비 안내고 내린 기억이 떠올라서. ^^
첫번째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뒷편에 있는 우리에게 버스차장이 돈을 받으러 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그걸 알게 된 영악한 요정이 일부러 뒷쪽에 자리를 잡은 뒤에 앞에 서있던 두 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들켜버려 버스비를 내야되자 버스 차장이 다른 사람에게 버스비를 받는 틈을 타서 그 영수증을 얼른 보여줌으로써 공짜로 탈 수 있었던 것.
세번째는 북경의 전통 유물의 거리 '류리창거리'에 가는 버스를 탔다가 너무 늦어서(중국상점은 보통 9시에 문을 닫고 9시 30분이 되면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요.) 문을 닫았을 것으로 판단하고선 그냥 내려서 숙소가는 버스타자며 두 정거장인가 가다가 내린적이 있거든요. 우리가 류리창 거리를 버스안에서 물어봤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가 외국인인걸 알아요. 조금 타다가 그냥 내리니까 운전기사 아저씨가 "표!"(발음이 같음) 그랬는데, 요정이 뒤를 힐끔 돌아보면서 당연히 알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What??" 그러면서 내려버렸지요~ 히히히
네번째는 그때도 버스비 안내기로 작정을 하고 전문으로 갔는데 전문이 종점이었던 그 버스의 차장이 한산해진 틈을 타 우리에게 버스비를 받으러 왔더라고요. 젊은 청년이었는데, 일행이 몇명이냐고 묻더군요. 느낌상 한정거장만 더 가면 되니까 못알아 들은척 시간을 끌면 남동생들 버스비는 안내도 될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애매한 표정을 계속 지으면서 못알아 듣는척을 하니까, 제 후배가 "언니, 그냥 두명이라고 얘기해요?" 그러길래. 두 명이라고 얘기하고선 버스비 2원을 떼어먹었죠..
버스비 겨우 1원인데,,너무하지 않냐고요?
재밌잖아요~~~~@@@
걱정마요,,버스비 떼어먹을땐 '곤니찌와~' 했으니까요 *^^*
(4)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소림사편.
만리장성을 마지막으로 북경 일정을 끝내고 우리 일행은 '낙양'으로 향했어요. 낙양까지 보객(비둘기호) 딱딱한 침대를 타고 한 10시간정도 간 것 같은데,,암튼 침대에는 상, 중, 하가 있다고 했었잖아요. 우리는 중 2개 상2개로 끊어서 몸집이 큰 동생들이 중에서 잠을 자고 후배랑 요정은 상에서 잠을 자게 됐죠. 아래로 갈수록 비싼 것이라 상은 천장과의 거리가 좀 좁아요. 하에 있던 꼬마를 사귀어서 2시간남짓 그림을 그려가며 얘기를 하고 난 후에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에 일어났더니 전날에는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목이 안 구부려져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더군요.
낙양에는 '룽먼석굴'이 가장 볼거리인데 정말 말로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곳이에요. 바위산에다가 천여개가 넘는 불상을 조각해 두었거든요. 거기 입장료가 가장 비쌌는데(40원) 우리가 아무리 몸을 비비꼬며 '쉐성'을 외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더라고요.
참, 낙양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삐끼'아줌마 얘기에요. 기차에서 내려 낙양땅을 밟는 순간, 우리는 삐끼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들이 서로 좋다고 내세우는 '빈관' (우리나라 모텔 수준의 숙소)을 골라야했죠. 10여시간,,의 기차여행으로 너무 피곤해진 우리는 적절한 가격이면 그냥 삐끼아줌마를 따라가기로 합의를 하고, 후배와 요정은 다음 지역의 기차표를 사러 가고 동생들은 삐끼아줌마를 따라 숙소를 둘러보러 갔어요. 처음에 200원이라 했던 방을 110원으로 깎았다면서 으쓱하길래(요정이 깎았으면 30원은 더 깎았을테지만...) 그 숙소에 머물기로 했어요. 우리의 문제는 다음 여행지의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것이었지만 삐끼아줌마는 빈관에 가면 기차표가 있다는 요상한 말을 하며 우리를 숙소로 데리고 갔죠.
(낙양은 좀 시골이에요..그래도 안동보다는 발전됐다고 얘기하면,,안동에 사는 우리 도우미 식구들이 의기소침해 질까요? ^^*)
그때부터 요정과 삐끼아줌마의 불꽃튀는 접전이 시작되었답니다@
이 아줌마는 호객이 직업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말을 잘하고 흥정을 잘하겠어요? 얼굴에는 배낭족들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생각해보면 챙길것은 다 챙긴다는걸 알수가 있죠. 요정이 누구에요? 절대 호락호락 하지 않거든요!! 낙양에서 가장 절실히 느낀건데 중국 기차역과 숙소 주인과는 거대하고도 은밀한 비밀조직으로 얽혀져 있는것 같았어요. 우리들이 사려면 없던 표들을 숙소 주인은 구할 수가 있거든요. 청도행 표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더니 그 아줌마는 800원을 달라고 하는거에요!!! 물한병에 1.5원, 택시 기본요금이 5원, 방값이 55원인데 800원이 말이나 되는거에요?? 요정을 우습게 봤지~
요정은 '돈없는 쉐성(학생)'임을 누누히 강조하면서 아줌마에게 갖은 애교와 (나중에는 애걸~) 아양을 다 떨어야했어요.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 사정을 안타까워했지만,,(표정연기는 일품이었죠) 끝까지 가격을 내리지 않더군요. 1시간의 사투(!)끝에 한명당 수고비 20원씩 주기로 하고 표를 부탁하게 되었어요.
숙소도 잡았고 기차표도 구했으니 우리는 이제 씻고 시내를 둘러볼 준비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이 아줌마가 방에서 나갈생각을 하지 않는거에요.. 우리에게 아직 볼일이 남아있었던거였죠.
낙양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낙양과 78km떨어진 곳에 있는 쑹산으로 가서 그 유명한 '소림사'를 둘러보거든요. 낙양의 아찌들중에는 소림사까지 차편을 운영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봐요. 이 아줌마는 숙소에 묵는 사람을 그 아찌에게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어요. 기차표가 끝나니까 또다시 장사꾼의 얼굴을 하고는 우리에게 "쇼림~ 쇼림~" 하면서 소림사 안내 책자를 꺼내는거에요. 그 아줌마랑 한번 흥정하면 기본이 1시간이니까 오늘 가지 않고 내일 간다며 그 아줌마를 밀어냈어요.
룽먼석굴과 시내를 둘러보고 일찍 잠자리에 든 우리,,피곤했던지 빨리 잠이 들었죠. 근데 몇 시간쯤 잤을까?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삐끼아줌마가 "쇼림~ 쇼림~" 하면서 우리를 깨우러 온거에요!!!!!
어떻게 그럴수가! 소림사 가자고 깨우러 오다니 우리 상식으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후배가 졸린 얼굴을 하고 아줌마를 돌려보내고 몇 시간쯤 더 잔 후에 소림사에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그 아줌마가 또 왔어요. 이제는 징그러워지더군요~ '쇼림~ 쇼림~"하면서....
1인당 왕복으로 30원씩을 받는대요. 하지만 소림사까지 시외버스 차편이 있다는걸 아는 요정이 어떻게 30원*4=120원을 내고 소림사로 갈 수가 있겠어요?
요정은 우리끼리 가겠다고 얘기를 하고, 그 아줌마는 꼭 같이 가야된다고 하고,,나중에는 요정은 '뚜이부치(미안합니다)' 그 아줌마는 '쇼림~ 쇼림~' 완전히 코메디가 되어버렸어요. 20원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그래도 '뚜이부치'하면서 숙소를 나가려고 하자, 그 아줌마가 마지막에 제시한 가격이 뭔 줄 아세요? 참나, 황당해서!!!
왕복20원이 가장 마지막이었잖아요? 근데, 편도로 10원을 제시하더니 그걸보고 반이나 깎아준거래요..완전히 조삼모사인거있죠? 화가나려는걸 간신히 참고는 숙소 밖으로 나갔어요.
근데, 이게 왠일,,,
우리가 그날 그 숙소에 묵었다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찌 10여명이 우리를 따라오면서 "쇼림~ 쇼림~"그러는게 아니겠어요?
우선 밥이나 먹고 가자고 식당으로 가려고 했는데도 계속 따라오길래 그냥 과일이나 사 들고 소림사로,,아니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소림사에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또 아저씨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표파는 아줌마에게 우리에게 표를 팔지 못하게 막고는 자기들 차를 타라고 난리였어요. 10여명의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서 못알아듣겠는 말들을 큰소리로 하는걸 듣고 있노라니 머리가 노랗게 될 지경이었죠.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반가운(그당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말.
'Can you speak English?' 얼마나 반갑던지,, 혜성처럼 나타난 그 청년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돈이 없는 학생이니 싼 가격으로 갈 수있도록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청년은 이리뛰고 저리뛰고 중국말 했다가 영어했다가 ,,,정말 고마웠었죠.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 그저 고맙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가격은 아직도 30원이었어요. 길바닥에서 흥정하느라 흘려버린 시간도 꽤 되고 동생들도 지치고 요정도 지치고,,,우리를 돕느라 수고하는 그 청년에게도 미안하고,,그 청년은 "그래도 우리끼리 가는거니까 버스타는거 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낙양으로 오는 차편이 많으니까 더 싸게 올 수 있을 것이다"라며 요정을 위안했어요.
비록 값을 깎을 수는 없었지만 도움을 받은것이 고마워서 머리를 숙여 고맙다고 했는데, 택시인 줄 알았던 차가 승합차인거에요..뭐,, 그래도 그정도면 괜찮죠..근데 그 청년도 그 차에 같이 타는거에요!! "이상하다 우리가 걱정되어서 같이 가려고 그러나??" 그런데 얼마쯤 가다가 그 차가 도로 한가운데 서더니 기사아찌가 그 청년에게 음료수를 사서 주는거에요..좀 이상하죠? 그러더니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릴 한참이나 길에서 기다리게 하더니 우릴 쑹산행 시외버스로 옮겨 타게 만드는거에요!
우린, 2시간동안 흥정을 하고도 결국 사기 당하고 만거죠..
침울해진 우리는 어쩔수없이 낡아서 덜덜거리는 쑹산행 시외버스로 자리를 옮겼답니다. 그 청년이 마지막에 뭐라고 말을 했지만 대꾸없이 차에 올랐어요. 78km를 가는데 2시간이 걸리더군요.
덜덜 거리는 버스를 2시간동안 타고 드디어 소림사에 도착을 했어요.
어렵게 찾아온 소림사이니만큼 즐겁게 놀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죠.
'자신만만'책에서 소림사를 더욱더 그럴싸하게 만든 대목이,
소림사 입구까지 마차를 타고 간다는 얘기였는데 요금은 1인당 5각밖에 안하니까 더욱더 신나는 일이죠~(1각이 우리돈으로 16원정도)
에어컨 없는 버스인지라 모든 창문을 다 열어놓고 탔기때문에 바람에 날린 요정의 머리 모양은 어느 육교 아래에 자리펴면 딱 맞을정도였죠.
그런 몰골로 암만 기다려도 마차가 보이지 않는거에요.
그런데 멀리서 덜덜 거리는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가 끄는 차가 오는거에요. 마차를 떠올려 보세요, 사람이 탈 수 있는 그 부분 있죠? 그것만 오토바이위에 얹어 놓고 사람을 태우는건데,,그게 마차인가요??
암튼 우리 앞에 서더니 소림사로 데려다 줄테니 4원을 내라고했어요.
마차가 5각인데 마차를 가장한 그게 4원이라니!
3원으로 흥정하려해도 안된다길래, 그냥 탔죠.(흥정이 지겨워져서)
운치가 없긴 해도 웃음을 찾은 우리들은 앞으로 펼쳐질 광활한(!!) 소림사 풍경을 떠올리며 얘기를 나누려는 순간!
벌써 도착한거에요. 50m도 안 온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냐고요? 어떻게 되긴요~
지리를 모르는 우리가 또 사기를 당한거죠뭐. 같은날 두 번 사기당한거에요. 흑흑흑.
입구에서 일인당 2각하는 화장실을 갔다가 (중국 화장실편은 나중에~)
입장권 끊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렸을때부터 무술영화나 뭐,,비슷한 종류의 것들을 좋아하는 동생의 영향때문에 잔뜩 기대를 했기때문인가요? 소림사는 썰렁하더군요.
무예를 배우는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하나의 마을이 그 속에 있는것처럼 보였어요. 시장처럼 물건 널어놓고 파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저기에서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는 상인들..그리고 관광객들.
대체,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것 같은 스님과, 영화에서 봄직한 수련생들은 어디에 있는거야?
얼마쯤 걸어갔을까..중국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건물을 발겼했어요. 드디어 뭔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거기 들어가보니까 과연,,,젊은 사람들이 봉이라고 하나,,?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무술 연습을 하고 있는게 보였죠.
히히히
드디어 볼 수 있게 됐구나.
우리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빨리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어요.
근데, 어떤 아찌가 우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뭐라뭐라 하는거에요. 대충 들어보니까 돈을 내라는거였죠.
요정,,귀를 막고 모르는체 계속 앉아있었어요. 그랬더니, 무술 연습하던 무리들이 우리에게 오더니 200원을 내야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나는 표를 사 왔는데 왜 또 돈을 내야하냐고 따졌지만, 그들은 그저 나가라고만 했어요..야박한 인심.
우리들은 쫓겨나서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고 (삐끼들의 등쌀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였거든요) 초콜릿 그림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을 (2*4= 8원인데) 6원에 사 먹었어요.
그림은 분명히 초코렛이었는데, 색깔만 갈색이었을뿐 아무 맛도 안나는 그저 시원한 얼음덩어리였어요. 겉에는 해바라기 씨앗이 드문드문 박혀있어 고소하기도 하고 약간 떨떠름하기도한....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니까 '소림사'라고 써 있는 절이 있더라고요. 그 앞에서 사진 찍고 안으로 들어갔죠.
'이게 아닌데...'
영화에서 보던 그 넓은 절이 바로 이것란 말인가....
유명무실해진 소림사는 정말 허탈했답니다.
허연 수염을 배까지 기르고 지팡이 짚고 다니는 근엄한 스님도 찾을 수 없었어요. 다만, 나무로 된 통에 돈을 넣으면 '땡~'하는 종을 쳐주는 할아버지 한분만 있을 뿐.
이게 다야??? 응..이게 다야~~~T_T
2시간걸려서 고생고생을 다하며 온 소림사를 30분 남짓에 다 보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탑림을 본 다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또다시 삐끼아줌마가 따라오더군요. 우리가 '뤄~양'(낙양의 중국식 발음)으로 간다니까 한명에 10원씩 내면 데려다 준대요. 차타는 곳 까지 가는 동안 계속 30원을 외쳤건만 끝끝내 고개를 흔들더니, 우리를 또다른 삐끼아저씨에게로 넘기는(?)거에요.
이야,,,정말 장사를 잘 하는군.!
감탄이 절로 나왔죠. 10원짜리 버스는 아예없고 20원짜리 에어컨 버스만 있는거 있죠? 그 아저씨의 설명은 에어컨이 있으니까 20원이라지만 첨부터 10월짜리 버스는 없었어요. 그 아줌마들 정말 대단해~
요정은 에어컨 필요없으니 그냥 10원짜리에 타겠다고 떼를 써봤지만 애당초 10원짜리 버스는 없었던걸요뭐.
그래도 나올때쯤 되니까 수련생들의 연습시간이었는지 여기저기에서 구령소리와 무술연습 소리가 들렸고 또 연습생들을 직접 보기도 해서(같이 사진도 찍었음^^) 나빴던 기분이 조금 풀어지기도 했었어요.
55원으로 흥정을 하고 버스를 탔어요. 이상하게도 우리보고 맨 뒷자리에 앉으라더군요. 돈 적게 냈다고 그러는가 싶어서 맨 뒷자리에 앉았고 피곤했기에 곧 잠에 들었죠. 얼마나 잤을까 30분쯤 잤나 싶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거기인거에요~~!!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알고보니 호객행위를 해서 아줌마들이 데려오는 사람으로 버스가 꽉 차면 그 때 떠나는거였어요. 그래서 우릴 뒷자리에 태웠던거죠. 그 버스가 언제 다 찰지도 모르고 갑갑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말 미칠지경이었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이날, 낙양에 대한 인상이 무지 나빴었는데
그 다음날 '미용실' 갔다가 다시 좋은 인상을 받게 되었어요.
아시죠? 모르시는 분은 '미용실편'을 참고해주세요~
(5)북경의 번화가 "왕푸칭"
중국의 모든 도시들이 그러했지만, 북경은 특히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곳 같았어요.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50~60년대에나 걸맞을 남루하고도 유치한 옷을 입은 사람들과,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만큼 파격적인 옷을 입은 사람들..그리고 요정처럼 평범하게 입은 사람들이 어깨를 나란히 걸어다니는데, 중국인들은 아무렇지 않는듯 했지만 요정의 눈에는 정말 신기했거든요.
왕푸칭은 특히나 더 그런것 같았어요. 북경 최고의 번화가이니만큼 삐까뻔쩍한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안동에는 하나도 없는 백화점이 양쪽 도로를 따라 우뚝우뚝 솟아있으니,,시골에서 상경한 요정일행들..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답니다.*^^*
더더구나 놀라운 것은 커다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도 전혀 갑갑하다는 생각이 안드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 빌딩숲에는 숨이 탁탁 막히다던데..-히히 요정은 시골에만 있어서 잘 몰라요~-
중국, 넓긴 넓더라고요. 여유로운 중국인 근성이 다 거기서 나오는 것이겠죠?
왕푸칭 번화가가 미래를 상징한다면 왕푸칭의 야시장은 과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부터 워낙에 소문을 많이 듣고가서 기대를 많이 한 곳인데,,소문처럼 사람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그날 비가 왔음에도불구하고 사람이 정말 많았답니다. 먹자골목이라 한국의 노점분식들처럼 커다란 우산하나 받혀놓고 리어카를 개조한 것에다가 갖가지 음식들을 늘어놓고 파는데, 그 종류는 정말 이색적이죠~.
각종 벌레꼬치와 동물 내장꼬치, 오징어, 새우 등등의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것들(^^) 그리고 개구리..그외의 이름 모를 요상한 음식들.
주문하면 즉석에서 튀겨서 "샹차이"에 푹~~~ 담궈서 줘요.
우리는 한국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까 샹차이에 안 담그고 그냥 주더군요.
책에서 읽은 내용중에 외국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게 당연하므로 외국인들이 한 입 먹고 버리면 거지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서 그 꼬치를 주어먹는다던데,,버리는 사람도 주워먹는 사람도 없는걸보니 옛날 정보인가봐요.
용기있는 제 동생이,,한문으로 써 있기는 분명히 양인데 치킨이라고 하면서 요정이 "꼬끼오??" 했더니 맞다는,,그래서 정확히 뭔지 모르는 거 하날 주문했어요. 한 입 먹어보더니 괜찮다고 하길래 다른 일행들도 한 입씩 먹어봤는데 짭짤한 맛이었어요. 그렇게 맛있지는 않고..
한국 사람들이 개구리를 좋아하나봐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서툰 한국말로 "개구리" 하던 것이 생각하네요. 개구리는 속살만 투명하고 하얗게 발라내어 끼워놓았더라고요.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볼것은 많았던 왕푸칭 소식이었습니다~~
(6)요정의 '말,말,말'
이제 슬슬 지겨워지시죠? 그만할께요. 조금만 더 하고 ^^
요정은 좋은 책을 한권 읽고 나면 얼마기간이 흐르기 전까지는 다른 책을 읽지 않아요.(물론 전공 서적등의 꼭 필요한 책을 제외하고요.) 그 책의 여운이 온몸을 감싸고 내 생활속에 배어 있다가 그 기운이 점점 약해져 없어질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에요. 영화도 물론 그렇고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이제 또 여행을 가게되면 이전에 보고 왔던 것들을 비우고 그 곳에 새 풍경과 새 느낌과 새 추억을 담아오게되겠죠.
그렇기에,,좋은 책을,,좋은 영화를,,좋은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이렇게 설레는 것이겠죠.
북경에서 3일째, 우리 일행은 북경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교원반점이라는 곳에서 머무르게 되었어요. (중국에는 반점이 호텔이란 뜻인데 한국에서는 음식점으로 통하죠?)
워낙에 유명하니까 한국말도 여기저기 보이고 로비에는 한국 배낭족들이 참 많아요~ 밤이 되면 여행정보도 교환하고 친구들도 사귀는 술파티가 벌어지기도 하죠. 맥주 아주 큰병이 3원(한국돈으로 480원)이니까 엄청 싸잖아요. 과자가 4원인데...
암튼, 북경3일째, 여행 6일째쯤 되니까 요정이 언어에 자신감이 생겼을무렵이에요. 따지고 보면 아는거 거의 없지만 기고만장했었었죠. '시도'하니까 뭐든 다 되는 곳이 중국이었거든요. 청도에서 제남으로 가는 기차에서 사귄 '리펑'과의 대화도 그렇고 길거리에서 자신을 HOT의 팬으로 밝히면서 우리에게 친절을 배풀었던 학생들도 그렇고, 산둥성박물관 갔을때 우리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쳐달라고 조르던 여고생들도 그렇고..
여행지에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많은 말을 해보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어떤 사람이 메론처럼 생겼는데 수박만큼 커다란 과일을 안고 탔더라고요.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요정이 물었죠. "What's this?" "........" 그 남자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냥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한번 천천히 "what is this?" 했더니, 그 남자가 "Are you Japanese?" 그러는거에요. 중국에서 워낙에 일본인 같다는 얘길 많이 들었으니까,, 요정은 태연하게 "no 워 쓰 한궈런~" 이라고 했죠.
이때, 처음으로 동생들을 봤는데, 애들이 시뻘겋게 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겠어요? 얘들이 왜 이러나 싶어서 그 사람 한번 봤다가 동생들 한번 봤다가 그러고 있는데 그 사람이 "한국사람이세요?" 그러는거에요. 이게 무슨 일이야?????
그제서야. 요정은 한국인 앞에서 영어하고 중국어하고,,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 것을 알게되었죠. 저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겸연쩍은 미소만을 흘리고 있는데, 그 사람이 "저 한국인 같이 안생겼어요?" 그러더라고요. 내몽골 여행을 해서 까매진 피부와 노란 머리..그리고 중국에서 얻은 '기고만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나중에 동생에게 들으니까 엘리베이터 탔을때 그 사람에게 6층이요, 라고 부탁하니까 그 사람이 눌러줬었대요. 근데 한국말을 한국말로 알아듣지 못하고 혼자 'show'를 한거죠..
그래도 그 사람 방에서 과일도 얻어먹고-좀 부끄럽긴 했지만- 좋았죠뭐.
여행 6일쯤 하니까 중국말이 한국말로 들리고 한국말이 중국말로 들리고 언어의 혼란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한국 사람앞에서 갖은 기교를 부리며 "워쓰 한궈런~"이라고 한 것은 좀 창피한 일이죠?? 크크크
(7)빼먹을 뻔 했네요 '만리장성'편
북경 마지막 날,
낙양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일정을 하루 앞당겨야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매고 만리장성에 올라야했지요.
만리장성...그 어마어마한 곳을 배낭을 매고 가다니, 요정의 힘이 대단하죠?? 히히,,사실은 흔히 생각하는 것 처럼 만리를 걷는게 아니니까 걱정한 것 보다는 쉬웠어요.
만리장성의 규모가 워낙에 크니까 그걸 하루일정으로 보기는 힘들거든요.그래서 구간을 나누어서 관광코스를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요정은 관광객이 가장 많다는 빠따링 장성을 보러가기로 했죠. 한국에서, 숙소에서 빠따링으로 가는 기차편을 알아두고 갔었는데 숙소 로비에 버스타고 가는 방법이 써 있길래 그걸 참고해서 갔어요. 매일 아침 들러서 얼굴을 익혀, 우리가 찾아가면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파오즈(만두)를 내 오시던 만두집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같이 사진을 찍고 출발했어요. 먹고 갈 시간이 없어서 포장해서 갔는데 값이 싸고 먹기가 간편해서 아침마다 만두를 먹였더니 처음엔 맛있다고 좋아하던 아이들도 질려서 더이상은 못 먹겠다더군요. 할수없죠 뭐. 만두30개를 요정이 다 먹는수밖에...
버스타고 덕문으로 가면 빠따링으로 가는 노란색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는데 매일매일 관광객이 많은지 꽤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요.
만리장성은 북경의 시외지역이므로 1시간 30분쯤 걸려서 도착했어요.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머리 위로 아찔하게 뻗어있는 산과 산을 따라 세워져 있는 장성을 볼 수가 있답니다. 참으로 설레는 순간이었어요..
그런 제 마음과는 달리,
동생들이 슬슬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는거에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자는 거죠. 짐이 많으니까 올라갈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때는 걸어서 오쟤요. 처음에는 못 들은척 하다가 아찔한 산을 보니까 제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죠.
사실, 동생들과 함께 한 여행이니까 강한척, 다 아는척 했지만 만일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갔다면 저도 어리광부리고 투정부렸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할머니 한분이 보이시길래, 저 할머니가 걸어가시면 우리도 걷고 할머니가 케이블카를 타시면 우리도 타기로 했어요. 우리는 할머니 뒤에 바짝 붙어서 할머니가 가시는 방향으로 따라갔어요.
요정의 진짜 속마음이 할머니가 걷기를 바란건지 타기를 바란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그 할머니가 케이블카라고 써 있는 곳으로 가시는걸보고는 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더니 그 할머니를 앞질러서 막 뛰어갔어요. 할머니 일행은 요금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결국 편도로 표를 끊어서 올라가기로 했죠. 근데 참 이상하게도 요금이 왕복 50원, 편도 40원이었어요. 편도로 두번 끊으면 80원이니까 신중히 선택해야 되는것이었죠.
케이블카를 타고 많이 많이 오를 줄 알았는데, 어라? 조금만 올라가더니 벌써 끝이에요. 케이블카로 오르는 구간이 참 짧더군요. 나머지는 걸어올라가야 했어요. 교과서와 다른 책에서만 보던 그 '만, 리, 장, 성'이었어요. 와~~~~~~~~~~~~~~~~~~~~~~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여기저기 구경하다보니 지치기 시작했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에서 어떻게 내려가야할지 아찔해지는 순간이었죠.
그 때, 동생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요상한 길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내려가쟤요. 쉬라고 만들어두었는지 작은 종각이 있었는데 그 뒤편으로 좁은 길이 나 있었거든요. 만리장성에 왔음 끝까지 밟아봐야지 왠 산길이냐고나무랐지만 막무가내로 내려가기 시작한 동생들(남자동생들)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일정에 없던 등산,,아니 내려가니까 하산을 시작했죠.처음엔 과자봉지 같은 사람들의 흔적이 있더니 얼마쯤 내려가니까 길도 없더라고요. 미안해진 동생들은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자고 하고, 다 내려갔는데 이상한 곳이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도 되고,,, 25분정도 산길을 내려가다가 더이상은 안되겠어서 다시 올라왔답니다. 40여분간의 방황아닌 방황이었죠. 힘도 다~~빼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지고 빠따링 장성의 경사 90도 길을 걸을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와중에서도 사진만 찍으면 김치~ ^^*
경사가 너무 급하니까 신발도 거추장스러워서 (운동화신었지만) 신발까지 벗고 내려갔죠. (발이 아파서 완만한 곳에서 다시 신었지만 ^^)
끝이없어 보이던 그 길을 잘라서 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관광 상품화시키면서 그렇게 만들어 놓았겠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짐까지 짊어지고 참 대단한 하루였어요.
내려오는 길에 만리장성 박물관에 들렀는데, 그들이 만리장성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것을 알 수가 있었어요.(그래서 요금도 굉장히 비싼편이에요. 만리장성 입장료 어른40, 학생25, 박물관도 어른 40, 학생25원씩해요.) 만드는 과정과 모형까지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았는데, 평생을 만리장성을 짓는데 바친 노동자를 생각하니까 좀 안타까운 맘도 들었어요. 죽으면 그 자리에 묻어버렸대요.
배가 고파서 포도랑 복숭아를 사 먹으면서 노란색 승합차가 서 있는 곳까지 걸어왔는데,
우리도 중국인이 다 되어서 *^^*
길거리에다 포도씨랑 껍질을 "퉤퉤~" 뱉으면서,,-처음엔 안그랬어요~^^-
재밌다고 웃으며 걸어왔답니다.
중국가면 중국인처럼 행동해야죠~~
만리장성의 광활함을 보면서, 자꾸만 부모님 생각이 났답니다. 담엔 꼭 부모님 모시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