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올 한해를 되돌아 봅니다.
지난 2월에 9년 1개월이나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서 그만 실업자군으로 전락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자의가 40%고 60%는 나이 때문이라는 속사정인데도 나는 다른데 갈수 있다는 회사의 미안함 섞인 변명이었습니다.
시간은 많았으나 마음은 산란하면서 불안하더군요.
평생을 벌이에만 몰두하여 주름살이 늘어난 모습이지만 괜히 아내한테도 미안합디다.
그래서 하루 소일 일정표를 작성-
글쓰기, 책읽기,만보걷기를 철저히 지켜 보았습니다.
물론 친구도 많이 만났으며 모든 모임에는 개근상을 받을 수준이었습니다.
여러 지인분들께 직접 팬으로 편지를 써서 우체국까지 가서 보내 보기도 하였습니다.
참 오랜만의 편지(손편지라고 하는데 저는 마땅치 않는 표현이라 생각)라고 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는 답장대신 메시지를 받고도 기분이 좋다군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편지지를 꺼내들면 석줄도 못 쓴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뛰면서 읽었다는 40년 지인 유부녀도 있었으며, 군인가서 알게된 60이 넘은 노처녀인 친구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면서 소녀처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중 9월학기에는 아내의 20여년의 권유에 못이겨 친구 2명과 함께 불교대학 단기코스반에 등록하였습니다.
저야 불경과 여러 책을 읽어서 진도가 수월하게 나간 편이었지만 친구 둘은 불교에 문외한이어서
개별과외하듯 시간을 내어서 공부를 지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몇군데 이력서를 들이밀어 보았으나 건강이나 능력보다는 나이를 우선시 하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세속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체험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연말에 자리가 생겼습니다.
진성이씨서울화수회(眞城李氏서울花樹會)--퇴계 이황선생, 시인 이육사의 후손임--
사무실에서 국장직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동우회에서 이름이 큼직한 명함을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전해 드리면서 실업자 신세에서 탈피하였다고 告하였습니다.
모두가 반겨 주시더군요.
이렇게 올해는 알파는 실업자로 시작하여 오메가는 취업인으로 마감하였으니
행운이 따른 한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해는 원없이 책을 읽었고 또 글을 쓴 한해였습니다.
물욕에서 조금 탈피 한다면 인생은 나름대로 할 일도 많고 또한 재미 있는 구석도 많습니다.
그리고 더욱 열정적으로 精進하는 삶을 살아 갈 생각입니다.
사람몸 받기(人身難得) 어렵다고 했거늘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울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년에도 동우회와 산우회에 자료와 배추전을 대령하고서 열심히 일 할 작정입니다.
첫댓글 천자문과 천일야화는 하룻밤 사이에 쓴 것이라 합니다.
1년은 빠르게 지나 갔지만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실업자가 과로사 한다'는 말을 듣고서 조심(?)을 하기도....ㅋ.ㅋ
할 일 많은 세상에 실업자는 최고의 자유직입니다.
제 친구 소설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낮에 호텔방에 애인하고 누워 있어도
불간섭 상태로 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서 좋다고 합디다.
동무님! 적지않은나이에 다시 취업하셨다는 소식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항상 노력하는님에게는 이렇게 또 준비된자리가 있었네요.
거듭 축하드립니다.
저는 요즈음 two job을 뛰고 있습니다. 아침 5시반부터 오후 2시반까지는 택시업
그리고 오후3시부터 6시까지는 교회에서 운영하고있는 after school programme
운영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때는 너무나 피곤하여 힘들기도하지만~
대단하신 남선생님--
원래 긍정적이신 성품에다 적극성까지 가미 하셨으니---
여기 계셨으면 동우회,산우회의 분위기가 확 살아 날텐데 말입니다.
멀리서 하루의 시간을 그토록 아껴 쓰시니 몸은 피곤하여도
마음은 행복속에 머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부디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신 일상이 되시길 간곡히 염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