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부터 소문난 양산의 달맞이 전망대
글 사진·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 코스 잡을 수 있어
▲ 오봉산에서 본 양산과 부산의 야경. 양산 신도시를 비롯해 부산의 구포, 사상, 하단을 잇는 밤 풍경은 어둠이 깊어갈수록 빛난다.
경남 양산 오봉산(五峯山·533m)은 이름처럼 5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산이다. 옛 지명은 황산(黃山)이었다. 지금의 낙동강은 황산강으로 불렸고, 영남대로를 황산잔도라고 했다. 산 아래 물금읍 서부리에는 옛 황산역이 있었다.
오봉산에 오르면 낙동강과 너른 들판, 주변 산이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도시의 야경이 뿜어내는 불협화음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한가위 달맞이 산행지로 제격이 아닐까 싶다. 달맞이 산행을 하려면 늦은 오후에 산을 올라야 하기에 산행 전 양산 관광으로 몸을 푼다.
양산은 관광의 60%를 통도사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래서 “절집을 빼면 양산은 크게 볼거리가 없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 4월 양산시 북정로에 문을 연 양산유물전시관을 찾았다. 양산의 역사와 민속 등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곳이다. 건물의 외관은 양산 신기동 고인돌의 모습과 원적산 봉수대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박물관급 유물전시관의 핵심 시설인 전시실은 역사실(590㎡), 고분실(450㎡), 어린이 역사체험실(173㎡), 기획전시실(298㎡)과 대강당, 3D 입체영상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전시실은 양산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별, 시기별로 나누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분실은 사적 제93호 북정동고분군, 제94호 신기동고분군 등 양산을 대표하는 고분의 형성 및 발달과정과 이 고분군들 에서 출토된 화려한 금속유물을 중심으로 고분문화의 정수를 보여 준다. 유물전시관은 주변의 북정동, 신기동 고분을 연결해 산책로와 자연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고 매주 월요일, 추석, 설 등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 1 신기동 고인돌의 모습과 원적산 봉수대를 형상화한 양산 유물전시관. 2 용국사 산신각 쪽 비탈길을 올라 잠깐이면 닿는 주능선 쉼터.
해가 지려면 2~3시간이 남았다. 천천히 오봉산 입구로 이동한다. 유물전시관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등산로 초입까지는 30분. 산행 시작은 시내버스 신기삼거리 정류장에서 물금 쪽 용국사 입간판이 서 있는 도로변이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용국사까지는 15분. 암자 정도의 규모인 절집에서 식수를 준비한다. 오봉산 산행은 짧게는 3시간이면 마칠 수 있지만 매바위봉~토곡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은 10시간 이상 걸린다. 그러나 등산로 주변에 샘이 없어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산신각 쪽으로 열려 있는 비탈길을 오른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은 녹색의 짙푸른 향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쉼터가 있는 주능선까지는 잠깐이면 오른다. 달맞이 비박이나 막영산행이 아니라면 급할 것도 없다. 어차피 야간산행은 해가 저물고 달이 밝아야 하기에 산행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서쪽의 301m봉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로 ‘임경대(臨鏡臺)’라 전해지는 바위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주변 산들과 어우러져 꾸며내는 낙동강의 풍경이 아름답다. 쉼터에서 20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오봉산 임경대’는 양산8경 중 하나. 임경대는 낙동강물이 거울(鏡)처럼 맑게 흐르는 곳에 임(臨)해 있는 누대(樓臺)를 일컫는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양산군조에 ‘황산역 서쪽 절벽 위에 최치원이 노닐며 자연을 감상하던 곳이 있다(在黃山驛西絶壁上崔致遠遊賞之地)’는 기록이 있어 옛적 신라 때부터 절경으로 소문났었던 모양이다. 특히 오봉산은 환상적인 낙조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산자락을 헤집고 굽이치는 강물에 강변의 산들이 수묵화 같은 산 그림자를 띄운다. 낙동강 물길 따라 달 따라 쉼터에서 주능선 따라 정상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간이 운동기구가 있는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면 제법 경사진 비탈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면 낙동강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 태백에서 흘러온 강물은 산자락을 헤집고 굽이친다. 토곡산, 천태산, 무척산, 신어산 등 주변의 산들이 수묵화 같은 산 그림자를 강물에 띄운다. 원동면 화제 들녘은 시골 정취가 물씬하고, 강변 철길을 따라 기차가 달린다.
등로를 이으면 잠시 후 다시 시야가 트이는 조망터다. 양산 신도시를 비롯해 부산과 김해의 일부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자락을 휘돌아 흐르던 강물이 도시를 파고든다. 강물과 함께 뻗어가는 낙동정맥의 산릉 따라 금정산,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이 조망되고, 낙남정맥의 끝자락 너머로는 넓디넓은 김해 벌판이 펼쳐진다. 산과 강, 벌판의 가장자리에 조성된 도심의 콘크리트 건물들은 자연과는 동떨어진 채 삭막하기 그지없다. 서서히 해가 기울며 서쪽 하늘이 붉다. 산과 강, 바다가 서로 어우러지는 하구에 노을이 내려앉는다.
▲ 1 쉼터에서 주능선 따라 정상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 오봉산은 환상적인 낙조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이다.
오봉산 상봉에는 돌탑과 정상석이 자리한다. 작은 오봉산, 매봉, 토곡산으로 이어가는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화제리는 이들 산릉에 갇히고, 멀리 천성산이 머리를 내민다. 정상에서 랜턴을 켜고 능선 길로 이어간다. 작은 오봉산까지는 2.4km이다.
10분여를 걷다 보면 암봉을 만나지만 우회하는 길이 있다. 이후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숲길이다. 나뭇가지를 살랑살랑 건드리는 달빛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능선 따라 세 곳의 96계단 갈림길을 지난다. 때때로 만나는 조망지에서 보는 야경도 아름답다. 499m봉을 넘으면 안부에 내려설 때까지 산길은 별 어려움이 없다. 중간에 벤치가 있는 쉼터도 만난다.
네 갈래 갈림길인 안부에서 5분이면 작은 오봉산에 다다른다. 오른편 능선에 자리한 ‘오봉정’ 편액이 걸린 육각 정자에 오른다. 낙동강 물길 따라 펼쳐진 야경이 환상적이다. 양산 신도시를 비롯해 부산의 구포, 사상, 하단을 잇는 밤 풍경은 어둠이 깊어갈수록 더욱 빛난다.
여기에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강물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특히 하늘에 떠있는 달과 강물에 비친 달을 번갈아 보며 걷는 산행은 굳이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황홀함의 극치를 이룰 것이다. 정자에서 하산은 능선을 따라 관음사나, 계곡 길로 체육공원을 지나더라도 대동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는 30분이면 내려선다.산, 매봉, 토곡산으로 이어가는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화제리는 이들 산릉에 갇히고, 멀리 천성산이 머리를 내민다. 정상에서 랜턴을 켜고 능선 길로 이어간다. 작은 오봉산까지는 2.4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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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양산은 부산이나 언양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할 만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양산 유물전시관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에서 1200번 직행버스를 이용, 하북정 삼성중학교 정류장에 내린다. 유물전시관 관람 후 산행 들머리까지 이동은 역시 하북정 삼성중학교 정류장에서 32, 127, 128, 128-1 시내버스를 타고 신기 삼거리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이들 시내버스는 도시철도 양산역과 양산 시외버스 터미널을 경유하므로 환승하기에도 편리하다.
도시철도 구포역에서 21, 23번, 호포역에서 127번 시내버스도 유물전시관과 산행 들머리를 경유한다.
숙식(지역변호 055) 양산 시내에는 깨끗한 숙박업소가 많아 잠잘 곳은 걱정할 필요 없다. 특별한 먹거리는 없지만 북부동 그랜드예식장 앞의 금강산 오리정(364-5858)은 양산시 음식문화 개선위원회와 삽량문화축전 위원회가 선정한 소문난 오리요리 전문점.
산행 날머리 인근의 경원궁&미나미(383- 6412)는 한식·일식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고, 약선요리 전문점 바루(385-6688)는 사찰음식으로 이름났지만 두 곳 모두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다.
석천 삼계탕(372-5454), 부산 할매재첩국 (363-9212), 갓바위 산골순두부보쌈 (388-4242), 시골한우곰탕 (386-7813)도 양산에서는 제법 알려진 음식점이다.
출처 : 월간산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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