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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고양이와길고양이 스크랩 종로구캣맘모임 길고양이친구들의 시작과 짧은 여정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1,245 13.05.23 10:21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삼청동노랑이, 미안하고 고맙다

작년에 삼청동에서 생후 2개월도 안된 새끼고양이 2마리가

TNR 수술 후 방사되어 길에서 죽은 사건 이후로

지역 캣맘들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캣맘이 함께 하지 않는 길고양이 TNR은 민원 처리를 위한 살처분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난 해 말부터 카페를 열고 종로구에서 길고양이를 챙기는 캣맘들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캣맘들과 1월에 1차, 3월에 2차 모임을 했다.

1차에 8명이 모였었는데 2차 때는 20명 정도의 많은 캣맘이 모였다.

 

모임 이름도 정하고,

구청과 어떻게 함께 해야할지도 의논했다. 

 

정해진 모임 이름은

'종로구 길고양이 친구들'.

정겹지 아니한가^^

 

 

회의를 하며 느낀 것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길냥이 포획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거였다.

물론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반대해서 밥만 주는 캣맘들도 있다.

그건 각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번에 모인 종로구 캣맘,캣대디들은 중성화의 필요성은 느끼는데

포획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 동안 밥만 주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직접 잡아서 수술을 해준 경우는 나와 두 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자체와 협력해서 포획하고 수술하는 TNR은 좋은 기회다.

작년 삼청동 사건으로 지자체와 긴 회의 끝에

올해 종로구 길고양이TNR은 종로구 내의 수의사협회에서 맏아주기로 했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

작년에 떠난 두 노랑둥이가 이렇게 세상을 조금 바꿔 놓았다.

 

 

고양이탕 업자로 오해받다

그렇게 시작된 올해의 종로구 길고양이 TNR.      

4월 중에 우리 모임 캣맘이 진행하는 TNR이 여럿 진행되었다.

근처에서 진행될 때는 함께 참관했다.

 

 

명륜동에서 진행된 TNR. 

그런데 이날 포획은 완전 실패.

밥 먹으로 오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은 곳인데 한 녀석도 들어가지 않았다..ㅠ,ㅜ

 

 

 

통덫을 설치하는 동안 저 위에서 두 팔을 괴고 앉아 구경하던 녀석도 역시 잡히지 않았다.

 

 

그간 내가 통덫을 설치하고

민호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민호는 덫 앞에 앉아서 궁리하다가

"에이, 내가 속을 줄 알고? 한 끼 굶고 말지!!"

하고 휙 가버렸다. 

이곳엔 민호같은 녀석이 몽땅이구만...ㅠ,ㅜ   
 

 

 

며칠 후 종로5가에서도 포획이 있었다.

회사 근처에서 밥을 주시는 캣맘은 집이 천안이라 밤에 이루어지는 포획에 늦게까지 함께 할 수 없어서 카페 이웃들이 도왔다.

버스 두세 정거장이면 올 수 있으니 부담감도 없었다.

이래서 길고양이 모임은 지역 모임이 중요한 거 같다. 

실질적인 든든함^^

 

 

젖소 아가들이 잔뜩인 곳.

저 녀석은 잡혀줄까?
 

 

 

캣맘이 회사 앞에 밥을 주는 곳.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하무적인 밥집.

근처 회사 부장님이 혹시 누가 밥집 없애버릴까봐 콘크리트로 아예 붙박아 놓으셨다고.

멋지다, 부장님.

 

 

 

회사를 지나 지하철역까지 캣맘이 밥을 주는 곳은 종로의 유흥가.

처음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물론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지만

많은 가게의 사장님들이 길냥이들에게 밥을 내주고 있었고 호의적이었다.

TNR이 여러 번에 걸쳐 잘 진행되면 이곳에서 아이들은 편안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방사하던 날, 사라졌던 길고양이가 돌아왔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계셨다고 한다^^
 

 

 

특히 장사하고 남은 고기를 내주시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 골목은 아이들에게 천국같았다.

종종 고양이들이 천장에서 뛰어다녀 손님들이 뭐라하기도 한다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젊은 사장님의 고양이를 좋아하는 속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골목에서 바라본 가게의 측면 모습.

흡사 거대한 캣타워같다^^

감사의 마음으로 다음엔 이곳에서 모임을 한 번 해야할까보다 생각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꽤 많이 포획되었다.

임신묘가 많아서 그 아이들은 놓아주고 주로 수컷 위주로 포획.

 

그런데 이 아이들을 잡다가 완전 고양이탕 업자로 몰리는 사건 발생!

젊은 남성분이 다가오더니

"당신들 뭐야? 얼마 전에  TV에서 봤는데 이렇게 길에서 고양이 잡아다가 고양이탕 가게에 팔던데?"

매의 눈으로 우리를 훑는다.

 

 

우리는 길고양이 밥주는 사람들이고 포획하시는 분은 명함까지 주면서 종로구청에서 의뢰받아 하는 일이라고 해도 못 믿으시는 표정.

우리가 험하게 생겼나?^^

 

그래도 이렇게 감시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고마웠다.

실제로 캣맘들이 밥 주는 곳에 포획틀을 설치해서 길냥이를 잡아서 고양이탕집에 파는 업자들이 있단다.

길고양이들이 살기 참 어려운 곳이다, 한국은.
 

 

포획을 마치는 시간

배가 고플 임신묘에게 밥을 주고 왔다.

포획 때문에 저녁을 굶었을테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임신중인데...

임신묘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길고양이TNR을 진행했다

물론 캣맘이 없는 곳에서 민원이 들어와 하는 TNR도 여전히 있다.

캣맘이 없는 곳의 TNR은 고양이들에게 잔인한 짓이다.

힘들게 길에서 살던 아이가 어느날 잡혀서 배를 가르고 귀를 잘리고 돌보는 이도 없는 곳에 다시 방사되는 것이니....

 

캣맘이 늘고 TNR이 잘 정착해서 개체수 조절이 되면서

길고양이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줄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살기 편해질테니...

 

 

임보중인 아이들은 입양 대기중

캣맘 모임은 TNR도 하지만

구청으로 접수되는 길고양이 새끼들의 임보도 하고 있다.

대부분 임보할 수 있는 사정이 되지 못해 아직은 많은 아이를 거둘 수는 없지만

캣맘이 늘고, TNR이 정착되어서 신고되는 새끼 길고양이가 줄어들면

언젠가는 모임을 통해 모두 임보되다가 좋은 가족으로 입양되면 좋겠다.

임보가 되지 못한 아이들은 보호소로 가면 대부분 10일 후 안락사된다.

보호소에서 입양되는 비율이 높지 않을테니까....

 

 

현재 종로구 캣맘들이 임보하는 녀석들이 꽤 많은데 그 중 몇 녀석...

학생이 길에서 주웠다며 딸기 박스에 담아 종로구청으로 온 아이.

다행히 임보가 가능한 분이 계셔서 그곳으로 갔다.

딸기 박스에 담겨와서 이름은 딸기.
 

 

딸기는 행복한 임보 생활을 하고 있다.

고양이 엄마 모찌와

강아지 아빠 초코가

서로 딸기를 자기가 양육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아마도 조만간 솔로몬의 재판이 벌어질듯하다.

딸기는 엄마와 아빠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임보 생활 중이다.

사진의 출처는 모모누나네 http://blog.naver.com/amber1020

 

 

 

또 한 곳은 대학로의 부뚜막 공방.

종로구 캣맘 회원이 운영하는 부뚜막 공방에서 이야기 중이었는데

종로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숭인동 소방소에 새끼냥이 4마리 보호중이라고.

당장 임보할 곳이 없었는데 이 녀석들 좋은 운명을 타고 났는지

부뚜막 공방에서 임보처를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숭인동 소방소로 달려가서 데려온 아이들.

저 신라면 박스를 안고 택시를 타고 오면서

'이 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 마음이 복잡했더랬다. 
 

 

 

똑같이 생긴 노랑둥이 세 녀석과 카오스삼색이 한 녀석.

 

 

 

소방관이 박스를 건네며 미안해 했다.

소방관도 개와 사는 반려인이었고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데려왔지만

방금 전까지 어미젖을 먹은 게 확실한 아이들을 데려오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어미가 돌아와 얼마나 아이를 찾았을까.....
 

마음이 안 좋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했다.

길에서 계속 살았다면 4녀석 중 몇 녀석이나 내년 봄을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잘 입양가면 고단하지 않게 오래 살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그렇게 부뚜막 공방으로 온 녀석들.

일단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로 이름 지었다.

하나같이 미묘^^

슬프지만 아깽이들도 미모가 입양 성패를 좌우한다...ㅠ,ㅜ

 

 

현재 이 녀석들 중 3녀석은 입양을 갔고

예뻐서 가장 먼저 입양을 갔던 뽀는 임보처에서 사고가 나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 회복중이다.

제일 빠릿빠릿 개구지던 녀석이 눈에 초점을 잃고 죽을 듯 누워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쳤는데

생명력이 질긴 녀석인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길에서 태어나 어느 날 갑자기 엄마에게서 떨어져 낯선 집으로 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난 녀석.

생후 3개월 동안 평생 살아도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한꺼번에 경험한 뽀는

앞으로 건강하게 잘 살 거라 믿는다.

 

모임에는 이외에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깽이를 거둬주시는 캣맘이 많다. 

모두에게 감사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동네가 많아지기를!

이렇게 종로구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모임인

종로구 길고양의 친구들은 꿈틀꿈틀 커가고 있다.

 

큰 바람도 없다.

길고양이들이 학대받지 않고 지 수명대로 길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러다가 혹 좋은 묘연이 있으면 좋은 가족이 있는 곳으로 입양도 가기를!

딱 그만큼.

 

 

최근 여러 지역에서 캣맘 모임이 생기는 것 같다.

각 동네마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모여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기 좋은 동네가 되어가면 좋겠다.   

전국의 캣맘 화이팅!!!^^


 

 

종로구 길고양이 친구들 카페

http://cafe.naver.com/jongno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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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5.23 21:44

    첫댓글 언제나 찡이언니 밥님의 글은 감동을 주고 .안타까움이 함께 하고.. 어렵고 힘들고.. 질타를 받으시기도 하시지만
    길위에 천사들을 ..그 귀한 생명을 지켜 주고자 이리저리 뛰어 다니실 밥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서 마음을 다하시는 밥님! 기운내시고 아이들 을 위해서 더 힘껐 도약 하시라고 바라고 바라옵니다.
    휴! 길위에 아이들도 맘놓고 잘 사는 나라!우리나라 세계에서 동물들과 젤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 .. 그런 뉴스를
    볼수 있기를 ..아이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하늘이 축복으로 지켜 주시길 기도 합니다.... 길위에 있는 모든 아이들 .. 노랑이들 좋은 가족 만나서 행복 하기를..

  • 13.05.24 00:20

    종로구 길고양이 친구 언니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아깽이들 살기 좋은 종로구 맹그러 주세요~~

  • 13.05.24 14:48

    감동!!!!!

  • 13.05.24 16:20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 와~~ 좋은 동네 부러운 동네 .... 정말 같은 마음 갖은 캣맘 3분만 더 있어도 이동네에서 길냥이들 밥주는거에 이리 눈치 보진 않을텐데... 종로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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