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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거인' 베이스 연광철씨.
세계적 성악가 연광철씨, 9월 서울대 교수로 부임
충북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공고 진학, 독학으로 성악을 공부해서 음대 합격, 혈혈단신으로 유학을 떠나 유럽 정상의 성악가로 등극….
자수성가(自手成家)라는 말만으론 모자란 '작은 거인' 베이스 연광철(44)씨가 오는 9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다.
연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모국에 돌려줘 성악 후배들이 준비된
가수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170㎝ 안팎의 연씨는 장신의 유럽 성악가들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정상급 무대에 서 왔다.
작곡가 바그너 음악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는 1996년 첫 출연한 뒤 2007년 독창회와
지난해 100회 출연의 기록을 이뤘다. 올 여름에는 이 음악제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파졸트와 훈딩,
'파르지팔'에서 구르메만츠 등 3개 배역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는 "사실 세 사람 역을 동시에 해내면 독일 가수들도
그만큼 몫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안할 적이 많다"며 웃었다.
연씨는 지난해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명(名)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난
3월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로엔그린'을 공연하는 등 숨돌릴 틈 없이 세계 정상급 무대를 누빈다.
그는 "동양 가수지만 '기름도 물에 섞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씨는 정규 레슨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청주대에 진학했고, 단돈 700달러를 손에 쥐고 1990년 불가리아 소피아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 뒤 1992년
베를린 국립음대에 입학했던 그는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순위 없이 4명이 공동 우승하는 결선에 입상
하면서 성악가로서 전기를 맞았다. 그때 처음 만난 도밍고와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함께 녹음했고, 지금도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 함께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