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이 들어서면서 둘레의 지형이 변하고 물매가 잡히자 잔디를 심었습니다.
아들놈 자리가 가장 엉성하고 지 엄마의 자리가 젤 잘 심었죠. 삼사 센티미터는 파서 잔디를 눌러주고 그 둘레를 잘 채워주어야 하는데 아들은 한나 심고 허리 한 번 펴고 줄도 삐뚤더니 어떤 건 힘없이 걷어차여 굴러다닙니다...
10만원 어치의 면적이니 별 고생은 아니었곰.. 매일 저녁 헌 기왓장이 춤을 추며 뜰 곳곳을 채워주었답니다.
지난 집에서 가져온 맷돌도 몇 건너 뛰고, 벤치나 혹 될까 싶어 네모난 돌도 하나 굴려놓았죠.
어제는 막걸리 한조롱 갖다가 이 듬직한 바위 위에 놓고 부르르 마시는데 아, 톱톱하고 따스한 바람이 어찌나 분분하던지!
마을에 드는 입구가 저 위로 보이죠?
연못을 에둘러 기왓장고랑을 만들었어요. 이 고랑에 거름을 섞은 흙을 채워 돌나물, 꿩의비름, 땅채송화, 난장이바위솔들을 심고
실은 연못 안 자갈톱을 사람들이 쉽게 넘나들지 못하게 할 목적도 감추었죠.
냇가나 강가에 나가면 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은 다 같아서 저벅저벅 걸어들어가는데 망설임이 없어요. 아무래도 방수포가 상할까 몰래 걱정도 하는 주인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글쎄...
ㅋ 하여 한번쯤 내딛으며 망설여주지 않을까 보강을 하였는데 실효성은 더 두고봐야겠네요.^^
비버인지 곰인지 땃쥐인지 모를 납작돌이 나와 15년을 넘게 살았답니다. 바위 위에 샌지 보선인지 고무신인지 모를 것도...
아래 비탈로 마당과 연못의 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기왓장으로 수로도 만들었어요.
서방이 돈 안 들이고 맨들어놓으니 각시가 한번씩 걸어와 관람을 해주며 눈빛으로 격려도 보내준답니다.
기왓장 설치미술가 혹은 환경미술가라 불러주세염.. 아니면 말고..^^ 정문에서 만나는 첫 계단의 빈 자리를 이렇게 채워버렸어요.
뜰의 가장 낮은 곳에 포크레인이 지날 때마다 던져놓은 돌로 돌담을 쌓았더니 돌 질은 떨어져도 제 손은 제법 칭찬을 받았죠. 나중엔 분재나 분경이 놓일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기와들이 계단식 화단을 만들어주어 머잖아 아기자기하게 약초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작은 연못이 고맙습니다.
이것저것 할 일을 만들어 근심어린 나를 종일 몰두하게 해주어...
수련이 나오려면 아직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는데, 물 속에선 다라이통이 오래 품어 줄 수련이를 기다리고...
피라미며 송사리도 중장터 하천 얉은 데에 서성이며 이 작은 연못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을 터...
나는 먼 데 오실 손님들 언제 뫼시나 곰곰 기다리게 되곰...
그러는 사이 '거지 수선화'가 피었습니다. 포크레인에 헐리고 자갈차에 밟혀도 꿋꿋이 일어나 끝끝내 꽃을 피웠습니다.
소금쟁이는 모두 동쪽을 향해 의기탱천한데,
요고는 또 웬 똥입니까?
요고는??
항~ 알을 낳기 위해 거북이가 연못에서 뭍으로 숲으로 우리집 현관으로 걸어나오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거북이의 똥이었군요. 고 아랜 꼬리. 흐흐... 올챙이처럼 아직 앞다리 한쪽과 뒷 다리 하나가 안 나왔지만 덩치는 황소만 하네요. 개천에서 용났어요^^
돌나물과나 석송과의 것들이 하나 둘 채워지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수수하니 봐줄만한 것이 아니 될까 기대하고 있어요.
ㅉㅉ... 초름하고 애틋하고 아심찮은 수선화 아가씨...
댓 번은 함부로 옮겼어도 저리 팔팔 살아나는 나무도 있어요. 제가 예뻐하는 '다릅나무예요. 솜 순이 귀엽지 않나요?
화살나무도 승질이 불 같고 질기기는 마찬가집니다.
무는 어떻고요... 아내의 화단에선 무가 맨 먼저 용을 쓰고
봄으로 가는 앞산의 냄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녁놀에 갑작스런 천둥소리더니 낮게 하늘이 내려 앉아요.
봄은 일찍 왔건만 늙은 이 몸이 꽃을 심을 때는 아직... 오는 토요일에 비가 온다 하였으니 오늘 저녁부터 3일 간은 또 으쌰! 이사 올 때 따라온 착한 풀꽃 가족들의 잠 자리를 하나하나 돌봐주어야겠습니다.
첫댓글 이번에도 젤먼저 살짝보고 나갑니다...
봄은오는데 수족은 약을 더 달라 합니다.^^
음... 약 또 보낼까? 술과 고기 그리고 고단백의 여러 음식들을 삼가해야 해. 얼마 간은 명태 외의 생선류도 줄여서... 전화통화 한번 하자.
순천 정원박람회소식을 보면서 선생님 연못을 생각했어요.
박람회 출품작들보다 선생님 연못이 더 멋지시네요.
한송이 수선화도 참 기특하고요.
정원박람회는 궁정의 배치와 전통적 특징을 역사의 시간으로 돌아가 상상해보는 맛이 좋을거야. 개인 정원도 돈 들이기 나름이지만 난 또 맨손으로 만든 거라 잔 점수는 받을 수 있겠지?^^ 고마워. 수선화는 꼭 지금의 내 속맴과 일폼의 상징이야...
테마가 있는 전원에서 분주 하시군요..
이사하고 처음 맞는 봄이라 떠들썩 하고
설레는건 마당옆 풀꽃이나 선생님 마음이 매 한가지 겠어요..
도담이 제상상 속엔 어느새 타샤의 정원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해를 몇개나 넘겨야 할까요? 연못가의 돌 거북이 처럼
느림의 미학으로 조금씩 채워 나가세요~~~^^
고마워요 해빈... 그림도 시도 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집도 정원도 보아주는 이의 눈빛으로 완성해요. 거북이처럼 채워가란 말씀 새겨들을게요. 봄이 뜰과 날 하루도 못 쉬게 해요.^^
몸 생각 하면서 하세요. 몸이 소형 포크레인이 다 되었으니... 늙어서 골골거리겠어요.
그나저나 강산이는 아빠 안 닮았구나. 일을 설렁설렁 하는 걸 보니... ㅎㅎ
늙어서 골골거리지는 않겠지만 견갑골 어디 흉추 몇 번 내 손이 잘 닿지 않은 곳마다 날 괴롭히는 저림증이나 동통이 고이겠지 싶어. 강산이도 언제고 때가 되면 흙에 대한 지 엄마의 집중력과 내 두더지띠의 본성이 어김없이 불거질거야. 나도 그 시절엔 화가지망생이라는 인생 라인을 한 치도 넘지 않았어. 아버지가 화단을 가꿀 때 내가 삽을 들어본 기억이 전혀 없으니 말이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