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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詩가 흐르는 서울 낭송회 원문보기 글쓴이: 南齋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 / 승려, 시인, 독립운동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얏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무궁화 / 시 신채호 / 낭송 홍성례15
무궁화
단재 신채호
이 꽃이 무슨 꽃이냐
희어스름한 머리(백두산)의 얼이요
불그스름한 고운 아침(조선)의 빛이로다
이 꽃을 북돋우려면
비도 말고 바람도 말고 피물만 뿌려주면
그 꽃이 잘 자라리
옛날 우리 전성할 때에
이 꽃을 구경하니 꽃송이 크기도 하더라
한 잎은 황해 발해를 건너 대륙을 덮고
또 한 잎은 만주를 지나 우수리에 늘어졌더니
어이해 오늘날은
이 꽃이 이다지 야위었느냐
이 몸도 일찍 당시의 살수 평양 모든 싸움에
팔뚝으로 빗장삼고 가슴이 방패 되어
꽃밭에 울타리 노릇해
서방(西方)의 더러운 물이
조선의 봄빛에 물들지 못하도록
젖 먹은 힘까지 들였도다
이 꽃이 어이해
오늘은 이 꼴이 되었느냐
만세로 가득찬사나이 / 시 허영자 / 낭송 고종원
만세로 가득찬사나이
-3.1절 기념시- 허 영 자
기미년 3월 1일
우리나라 천지는
만세 만세 만세로 가득 넘쳤습니다.
산도 바다도 강물도
뭇 짐승 초목들도
만세 만세 만세로
우줄거려 춤을 추었습니다.
만세를 잡으려고
일본 순사의 구둣발이 달려오고
만세를 꺾으려고
번뜩이는 총검이 달려오고
그러나 만세 만세 만세는
구둣발도 총검도 아랑곳 없이
도도히 도도히 흘렀습니다.
그날밤 자정에 한 사나이가
경찰서로 잡혀 왔습니다.
흰 무명 바지저고리에
지게를 짊어진 농군이었습니다.
순사의 분한 눈길이
사나이를 노려 보았습니다
그 보다 더 노한 형형한 눈길이
유치장 창살 너머로 순사를 노려보았습니다.
지게꾼 사나이는 유치장 마당에서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습니다.
순사는 사나이의 지개막대기를 빼앗아
사나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때리면 때릴수록 맞으면 맞을수록
사나이의 만세 만세 만세는
더욱 우렁차고 높았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만세를 안 부르면 안 맞을 것 아니냐
순사가 씩씩거리며 뇌었습니다.
그러자 그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 녀석아!
내 속에는 지금 만세가 가득차 있다
네가 때릴 때마다
내 속에 가득찬 만세가 튀어나오누나
이 호통소리 하나에 순사는 혼비백산
유치장은 갑자기
만세 만세 만세
눈물로 목메인 만세로 넘쳤습니다.
박순천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 '만세로 가득찬 사니이' 이야기를
나는 보물처럼 소중히
늘 가슴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용광로의 불을 / 시 김규동 / 낭송 최미숙
용광로의 불을
김규동
남과 북이 손잡는 날 우리는 사람이 된다
북조선 사람이 남조선 사람 끌어안고 울 때
그때 진정 사람이 된다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얼마나 설움 많은 세월을 보냈느냐고
어이어이 울어댈 때
반도 삼천리에 햇살이 퍼져
이슬 머금은 산천초목은 일어선다
웃음도 눈물도 하나로 뒤범벅되어
조선의 아들 딸들은 새사람 된다
이 땅의 참주인 된다
아, 다시 사는 그 세상
돈 때문에 죽는 일도 없고
돈 때문에 괄시 받는 일이 없고
돈 때문에 거짓을 행할 일도 없는 세상에
온몸으로 누리게 된다
사랑하리라 무릎 끓고 뉘우치리라
그러면서 천년 만년 아름답게 살리라
남에서 북에서
용광로는 끓어 넘쳐
이제 같은 시각 같은 비등점에서
넘치는 쇳물을 흘릴 준비는 되었다
쇳물을 쏟아붓자
쇳물 흘려부어 한덩어리가 되면
다시 흐터짐 없는 한덩이가 되면
우리는 산이 되고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고
빛나는 눈동자 껌벅이며
조국은 새롭게 일어선다
벗이여 불을 당기자 용광로에
남에서 북에서
흐르는 쇳물 쏟아부을 준비는 다 되었다
불을 당기자 더욱 세차게
이제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우리들의 용광로에 불을 당기자
의병도대장 김면 장군 / 남재 / 남재
424년전 임진란 의병도대장 김면, 좌장 곽재우, 우장 정인홍입니다.
좌장과 우장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의병도대장 김면 장군을 아시는 분은 극히 소수입니다.
지난해 9월 9일(雙九節)에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경남 거창 웅양면 어인마을에 ‘의병도대장 김면장군 공원’을 조성하여 전적비를 세우게 되고 전국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모였습니다.
준비한 詩를 낭송해 드리기 전에 며칠 전에 제가 세운 공원을 보고 기사화한 오마이뉴스의 ‘역사 속에 묻힌 의병도대장’ 기사를 먼저 읽어드리고 낭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병도대장 김면 아래에서 의병 좌장을 맡은 사람은 홍의장군 곽재우였고, 의병 우장은 1612년(광해군 4)부터 1623년(광해군 15)까지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역임하는 정인홍이었다. 그런 김면 장군조차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상태라면 임진왜란을 통해 보여준 우리 선조들의 창의 정신과 선비 정신은 도대체 누가 어디서 기리고 있다는 말인가!
의병장 중에서도 가장 높은 의병도대장이었던 김면 장군조차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
감사합니다.
시를 낭송하겠습니다.
의병도대장 김면 장군
때는 임진壬辰 1592년 4월 13일
포악 무도한 왜구들이 부산을 침탈할 제
남명 · 퇴계 양문에서 수학하신송암松菴 김면金沔선생께서
분연히 일어나 창의倡義하시고,
만여석萬余石 재산을 군비에 충당하셨다.
좌장 곽재우, 우장 정인홍, 선봉장 김홍한장군
외 8인의 친족의사
나라가 위태롭고 국왕이 파천播遷하니
‘君有急而臣不死면
‘군유급이신불사
나라가 위급한데 목숨을 바치지 않는다면
烏在其讀聖人書也’라
오재기독성인서야’
어찌 성현의 글을 읽었다 하리오
무계茂溪에서 승첩. 합천군수로 제수되시니 교서에
揚兵鼎津則遁賊褫魄하고
양병정진즉둔적치백
정진을 들이치니 달아나는 적이 혼을 잃었고,
接刃茂溪則流屍混江이라
접인무계즉유시혼강
무계에서 칼을 휘두러니 적의 시체가 강을 덮었다
함안咸安 죽현竹峴, 의령宜寧 마진馬津,
고령高靈 개산포開山浦거쳐 성주성星州城을 탈환하고
거창居昌 우척현牛脊峴과 사랑암沙郞岩전투에서 적을 쳐부순 후
돌격으로 김천金泉 지례知禮 적을 섬멸하였다.
경상우도병마절도사로 관官·의병義兵 통솔하여
금산金山 적을 토벌. 호남 곡창지역으로 침투하려는
적의 야욕을 분쇄하였고, 도망가는 선산善山 적을 치려던 중
과로過勞로 병을 얻어
진중陣中에서 순국하셨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국왕이 애통하여 예관을 보내 치제致祭하시고.
병조판서에 추증追贈, 선무원종일등공신에 녹훈錄勳. 정헌대부이조판서로 가증加贈되셨다.
‘只知有國 不知有身’
‘지지유국 부지유신’
오직 나라있는 줄만 알았지 내몸 있는 줄 몰랐다는
의병도대장 송암 김면 선생의 우국충정憂國衷情 충의지심忠義之心
거룩하신 선비정신은 영원히 우리 겨례의 사표師表가 되리라
을미乙未 납월臘月 29日 남재南齋 근서謹書
초혼招魂 / 시 김소월 / 낭송 손순자
초혼招魂
시/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고향 앓이 / 시 이수정 / 낭송 이수정
고향(故鄕)앓이 ♡미랑 이수정♡
임진각 평화平和 누리는 바람 언덕
자유 自由다리 앞에서 남북南北 통일
평화平和의 기원起源 하며
명절名節마다 고향故響 하늘 향해
조상님께 술한잔 띄워 보내옵 나이다
외줄 타기 인생사人生事
어언 칠십년七拾年의 수數 많은 날들
두고온 고향故鄕 동산
임진각에서 부모 형제님께
병신년丙申년 인사人事 드리옵니다
젊은시절 時節 그 마음으로 달려 본다
금강산 金剛山 꽃잎 휘 날릴 때마다
어머님그리움 쏱아져 나오고
설악산雪嶽山 낙엽 지는 소리 들려올때
아버님 기침소리 킥킥킥
가슴속 울러 퍼진다
구름 흘러가면 보름달 뜨고 지고
올 가을도 푹 익은 막걸리 香속에
타들어가는 가을을 떠나보낸다
오늘도 술 한잔에 의지하고
석양夕陽 익어가는 서西쪽하늘아래
머나먼 고향故鄕을
수채화 한폭에 담아본다 .
나의 조국 / 한석산 / 이종규
나의 조국
한석산/ 낭송 ,이종규
이 땅에 뿌리내린 오천년 역사에
칠천만 단군의 위대한 후예들
참된 애국혼을 불러일으킬
장엄한 웅비雄飛
누군가 자꾸만 흔들어 깨우는
큰 뜻 서린 천지기운
고요한 아침의 나라
내 조국 내 겨레
두 갈래로 갈린 우리 민족
한 핏줄 남과 북의 혈맥을 이어
온 겨레가 하나
배달민족의 투혼으로
영원히, 영원히 꺼지지 않는
동방의 등불 나의 조국
찬란한 내일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의 소망 인류의 희망
젊은이여 가슴을 펴라
조국이여 날개를 펴라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상하라
더 높이 더 멀리
온 누리로 뻗어 나가라
너희는 모두가 세상의 빛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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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봉 노래
김우웅 / 색소폰 연주 선구자 외1곡
2 부 사회 : 이애경
활 / 시 임대수 / 낭송 임대수
활 / 임 대 수
나는 일찍이 저, 고구려 주몽의 아들이었거나,
황산벌 붉은 노을로 태어난, 계백의 후예였거나,
신라화랑의 용맹스런 핏줄은 아니었을까
그도 아니면,
저, 가야국의 아름다운 음률이었으리라
나는 동방의 눈부신
아침햇살로 피었다 지는
천년불국의 울음은 아니었을지
그 옛날 나는
황산벌을 달려온 천마총의 흙먼지였다가,
공민왕의 애절한 순애보
노국공주의 천년 집이었다가
벽화 속 대륙을 호령하던 사내,
징기스칸의 말굽소리
아득한 꿈결처럼 흔들리는
저기! 저, 조선의 나라 거기,
격랑의 물길, 거슬러온 역사의 생채기
보라! 한산과 저, 노량 앞바다
천길 나락 왜구들을 수장시켰던, 울돌목
충무공의 충의 문신을
우리는 자랑스러워야할
몽고반점의 뿌리들이 아니었던가!
일찍이
나의 몸은 활이요
나의 혼은 왜구의 갑골심장 속으로 내리꽂히던
한줄기 섬광의 살촉이어라
아, 우리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불어온
바람의 아들이었음이라
태백준령 흘러온 영남의 뿌리였음이라
활시위 불끈 거머쥔, 지구촌 궁弓의 전사들!
궁弓의 성지로 우뚝 선, 충의 고을예천,
내성천 붉은 과녁 심장 한복판으로
자! 활시위 힘껏 당겨
저- 반만년의 역사 속으로 가보자
추억 속의 봄길 / 시 류시호 / 낭송 류시호
추억 속의 봄길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어느 해 봄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아지랑이 따라서
혼자 간 적이 있다
먼- 먼 기억 속
저 길 모롱이에서 만난
들꽃 꺾어 든 소녀
눈빛이 왜 그리 따사로운지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옛 기억이 봄 빛 속에
향기 되어 날리고
행여 만날까 그리움만 남는구나.
광야 / 이육사 / 김용하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봄 편지 / 시 황금찬 / 낭송 서광식
봄편지 // 황금찬
봄을 기다림이
손끝에닿았다기에
입춘 날 아침에
편지 한 통을 보내노라
바람 부는 사연은
다 묻어 두고
물오르는 가지에
터져 나오는
봄눈을
소중한 보석처럼 담아 드리노라
계곡에 얼음이 풀리고
흐르는 물소리
남국에서 편지에 담아
보내노라
하루 낮 하루의 밤을 지내며
사람은
꽃 같은 마음에서 오고
인정은
향기에서 오느니
이 시대에 꽃과 향기가 되라
그리하여 사랑이 없는 마음에도
꽃이 피고
인정이 없는 이 들판에서
짙은 향기가 풍겨라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0
봄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꽃 같읕 마음을 기다리고
향기의 인정을
기다린다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시 이근배 / 낭송 정정채30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근배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 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 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시 이상화 / 낭송 박창영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백두산 천지 아리랑 / 시 민문자 / 낭송 민문자34
백두산 천지 아리랑
민문자
장백산 청석봉 아래서 바라 본
백두산 천지
덕 많이 쌓은 사람 앞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단다
한낮에 안개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걱정하던 운해는 바람신에 밀리고
온몸을 드러낸 천지의 전경
아! 그 짙은 코발트 물빛 보석으로 빛난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기상
신비롭고 외경스럽다
마음 떨며 밟아 본 지금은 조중 국경선
남의 땅을 거침없이
내 땅은 도둑고양이 되어
월경하고 십여 미터를 걸었다
비탈에 매달린 질풍경초
연보랏빛 백두산 천지 들국화
아린 내 가슴 달래어 주는가
예쁘게 활짝 웃었다
나는 천지를 향하여 소리쳤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3월 / 시 김혜숙 / 낭송 김혜숙
3월
은월 김혜숙
가슴들이 땅바닥에 쏟아진다
국권이 없는 민족이 있었다
국민은 애국이 무엇인지
그때야 비로소 절실하였고
말과 이름을 잃었다
그저 짐승의 이름보다 더
처절한 명찰을 가슴에
붙였다
헌데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의 애국충정을 알자면
모르는 게 더 많은듯
서서히
희미해지는 역사 교과서 속의
독립운동가 인물과 33인의
독립선언문 등등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지면의 쓰여진 대로
역사를 배운 뜻
무엇에 쓰여 왔던가
세계가 한 가족인 이쯤
역사는 지도자의 힘이 말살되고
나라를 빼앗기고 국권이 없어지는
그 암울한 세상의 기억을 우린 막연히
떠올릴 뿐이다
그러므로
3월의 하늘은 가슴이 답답하고
청아롭지 않는 것 우리 마음의 3월은
탑골공원과 서대문 형무소에서 들려 올듯한
비명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조선윤
낙화 / 시 조지훈 / 낭송 김강길
'낙화'~조지훈(趙芝薰) (<청록집>1946)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옛날에/ 시 황금찬 / 낭송 박문희
콩죽이다
진달래/ 시 김소원 / 낭송 홍채봉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아리랑 흐르는 독도 / 시 / 낭송 최은혜
남원 애수 / 색소폰 연주 김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