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던 날
갑자기 오늘 출국하던 날이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그 전날 밤 선원 자매와 함께 교제하면서 밤을 새기로 했다. 어차피 잠도 안 올 것 같았기에...
결국 나는 1시간 정도 잠이 들었고, 선원 자매는 내가 자는 시간에 컴퓨터를 했다.
나갈 준비할 시간이 되었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짐가방 3개, 서류 가방 1개,그리고 클래식 기타 하나를 메고
영등포역 건너편 공항버스타는 곳까지 낑낑 대고 걸어갔다.
버스가 거의 공항에 다다를 무렵 밤을 새운 선원 자매는 잠깐 잠이 들었고 곧 우리는 바다를 가로질러 뻗은 도로를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많은 생각과 아쉬움에 잠겼다.
`과연,이렇게 내가 지금 혼자 떠나는 것이 주의 인도하심일까?
도대체 미국 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께서 왜 나를 미국에 보내시는가?
미국에 가서 내가 사역을 하다가 후원을 받고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정말 이렇게 미국에 가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그동안 오랫동안 이민 문제를 놓고 기도해 왔고 주의 인도하심을 구했으며, 주변에 여러 형제,자매들에게서 기도 지원도
받아왔는데도 막상 떠나는 날이 되어 공항에 있는 우리 부부를 보니 약간은 심란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수속을 마치고 아내와 마지막 식사를 하고자 공항을 뒤졌지만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패스트 푸드 세트 하나를 시켜
나누어 먹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비행기표 값과 여비를 후원해 주었지만, 정말 가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는 것은 맞았다. 다만,왜 가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우리 부부가 인도함받은 것은 나는 미국에서, 자매는 한국에서 사역하다가 서로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사실 한국에서의 우리 사역도 활발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미국에서의 일이랴...
우리 부부의 마음이 어떻든,내가 미국 가는 목적을 알든 모르든 내가 자매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여러 영화와 드라마 장면들이 생각났다.
선원 자매와 떨어지기 전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었는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는 간단히 마지막 기도 제목을 나누고는 가벼운 포옹을 했다.
그리고 나서부터 나와 자매의 눈시울이 젖어오기 시작했다.
탑승구로 걸어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자매가 곧 울 것 같은 얼굴에 특유의 밝은 미소를 띠고 서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 갈께."
나는 말없이 손을 흔들어 준 뒤 뒤로 돌아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러나,주께서 출국 며칠 전에 주셨던 음성이 생각났다.
"울지 말고, 미리 걱정하지 말아라..."
겨우 울음을 참으며 천천히 비행기 타는 승강장까지 이어져 있는 매우 긴 홀을 걸어가면서 감사하며 기도를 했다.
사실,나는 미국에 갈 수도 없는 사정이었다.
그래도,선원 자매 앨범이 발매되는 것을 보고 갈 수 있어서, 그리고,약간의 생활비라도 남겨 주고 올 수 있었기에
너무나 감사드렸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슬펐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고나니 더이상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주께서 나를 미국에 보내신 목적에 맞게 살고 말하고 행동하고 오는 일만 남은 것이다.
선원 자매를 이민 초청할 것인가의 문제, 우리들의 사역, 아이 낳는 문제, 생계 등등은 사실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걱정거리가 더 이상 아니었다. 그것들은 믿음 안에서 `소망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거의 한 달 전 일을 회상하며 정리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아직 미국에 온 목적을 정확히 발견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사역은 커녕 생활하기도 어렵다는 것만 더 느끼고 있지만, 나는 주께서 분명 뜻이 있으셔서 자매와 얼마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곳 미국에 보내신 것을 믿는다.
아직까진 날마다 주만을 예배하며 평안히 기다리라고 하신다.
미국 온지 한달이나 되어오는 지금 이 시기가 내게 초조함이 닥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주님도 아실 것이다.
가족들에도 면목이 없고 우리 부부를 위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었던 많은 성도들에게도 그렇다.
그러나,결코 내가 섬기는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일은 안 할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함이 나의 본분임을 안다.
내가 찬양 사역을 결심한 것도, 전임 사역을 결심한 것도, 선원 자매와의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 외 여러가지 크고 어려운 결정들, 가슴 떨리는 결정들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책임지실 주님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아직도 내게 미국 문제는 너무 벅차다.
주여,내게 미국 이민 문제를 잘 결정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용기를 주소서.
노래만이 아닌 삶과 실천으로써 당신을 찬양하며 영광돌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