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별들의 산장 라가주오이
2025년 7월 28일
어제 호텔 포르도이에서 택시비 80유로를 들여 파소 팔자레고(Passo Falzarego) 언덕길에
있는 산장, 콜 갈리나(Rifugio Col Gallina)에 도착했다.
사실 이 산장에 머물게 된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연초에 알타 비아 1 코스를 구상하며 전설의 라가주오이(Lagazuoi) 산장을 예약하려 했지만
1월인데도 이미 만원이었다. 할 수 없이 케이블 카로 오르내리며 하루를 보낼 계획으로
이곳 콜 갈리나를 예약했는데 예약 취소가 안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박을 하게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장앞 버스정류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라가주오이 케이불 카 정류소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오늘도 날씨는 구름이 많은 날이라 전체 전망은 포기하고 날씨만 좋아지길 바라며 9시30분경 케이불카를 타고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올라갔다
2,105M의 팔자레고 고개에서 2,752M의 라가주오이 산장까지 케이불카를 타면 3분 만에 도착한다
이 케이불카는 기둥이 없이1,150M의 와이어 로프로 연결되어 운행하는 케이불 카로 유럽에가 가장
아름다운 케이불 카 10대 안에 등재되는 유일한 공중 리프트라고 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아찔하면서도 황홀했다 발아래로는 끝없는 절벽이, 눈앞으로는 구름 속을 뚫고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케이블 카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이 나타났다.
1년 전부터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산장이다.
Alta Via-1코스의 3일차에 필수적으로 숙박해야 하는 산장일 뿐 아니라 여름밤의 무수한 별들이 내려와
잠자는 산장이고 360도로 탁 트인 전경은 일몰과 일출로도 일품이라 1년내 관광객이 끄칠줄 모른다고 한다
산장의 베란다에 서니 시야가 확 트였다.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1번 3,264M의 안테라오(Antelao) 2번 2,701M의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 3번 2,482M의그란
디에드로(Gran Diero) 4번은 구름속에가려잘보이지 않는 3,167M의 펠모(Pelmo)산 5번은 2,575M에 있는
루볼라우(Nuvolau)산장이 있고 6번은 2,236M의 파소 기아우(Passo Giao) 언덕이 있고
7번은 2,664M의 세르네라(Sernera) 8번은 2,518M의 크로다네그라(Croda Nagra) 9번은 구름에 가려
잘보이 않치만 3,220M의 치베타(Chivetta)10번은 2,405M의 몬테 포레(Monte Pore)라고 한다
반대편 쪽에는 피치보에 마르몰라다 사쏘롱고등이 보인다고 한다 구름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하지만 구름 속에 감춰진 산들도 나름의 신비로움이 있었다.
우리는 라가주오이 정상인 2,778m의 피콜로(Piccolo Lagazuoi)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약 700m의 가까운
거리였고 길도 안전했다. 놀랍게도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철제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누구나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산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는 철학이 느껴졌다.
정상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상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1차 대전 전몰자 추모비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2018년 트레비소 시에서 세운 추모 간판에는 독일어와 영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며"
이것은 '백색 전쟁(White War)의 흔적이었다.1915년부터 1917년까지 3년간,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군이 이곳 돌로미티의 고산 지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눈 덮인 산에서 싸웠기에 '백색 전쟁'이라 불렸다.
라가주오이 정상인 2,778M의 피코콜로(Piccolo)에는 예수의 십자가상을 세워 정상임을 표시해 주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올라왔든 팔자레고의 고갯길이 아득하게 보이고 있었다
100여 년 전, 저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젊은이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정상에서 구름이 많아 전망을 볼수 없었으나 아래사진 처럼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마르몰라다 산군과 사쏘롱고 산군도 볼수 있다고 한다
우린 날씨가 나빠 더 이상 정상에서 머물 수 없어 멋진 광경을 포기하고 산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올리 올때는 몰랐는데, 되돌아 올라갈 때는 상당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으로 완만한 철제 길이 나 있었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도 정상까지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다시 한번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린 40분만에 정상까지 구경하고 라가주오이 산장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추스린 후
산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라가주오이 산장은 1965년 우고(Ugo)와 알다(Alda) 부부가 산악인을 위한 대피소로 만들었고 현재는 그들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탐방객들에게 최상의 음식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곳 식당은 돌로미티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우리는 스파게티를 주문했다.한 입 먹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스파게티 위에 살짝 뿌려진 치즈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이렇게 맛있는 스파게티는 처음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주방장에게 어떤 치즈인지 물어봤다.친절하게도 주방장이 직접 치즈 샘플을 가져와
보여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여행자를 향한 따뜻한 친절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해발 2,700m 고지에서 맛보는 이 스파게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선물 같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대피소를 나와 정상 반대편 길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내려갔다.
포토 존이 앞에 보였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였다. 그곳에 서니 사방이 확 트인 절경이 펼쳐졌다.
하얀 안개 속에 가려지는 천상의 세계를 마음껏 체험했다. 구름이 산봉우리 사이를 흘러가고,
바람이 안개를 밀어내며, 순간순간이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자연과 함께 깊은 숨을 쉬었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1차 대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세계 1차 대전 중
이탈리아군과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이곳 고산 지대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가장 좋은 방어 수단은 산의 성벽이라고 판단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이곳 절벽에
참호를 파서 진지와 진영을 만들었고, 피콜로 라가주오이를 천연 요새로 사용했다고 한다.
1915년부터 1917년까지 3년간 고지대 전초기지를 연결하는 터널과 식량, 탄약, 보급품을 수송했든
길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카이저예거슈타익(Kaiserjägersteig)'이라고 불렀으며 터널 시스템의 길이는
약 1km에 달했으며 완벽한 갱도였다고 한다
이에 맞서 이탈리아군은 적의 진지를 정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지 그 아래에서 지뢰를 터뜨리는
것 뿐이라고 판단하고 마르티니 레지(Martini Ledge) 난간을 점령한 후 산 아래에서부터
터널을 파고 올라가 오스트리아 진지 아래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폭파했다고 한다.
원래 돌로미티의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거리 영토였으나 1차대전 후 이탈리아의 영토가
된 곳으로 이곳 치베타와 라가주오이 산악에서 1차 대전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 흔적이 여러곳에 흩허져 있다고 한다
특히 1번 route는 오스트리아의 카이저예거슈타이크 (Kaiserjägersteig) 길을 피해
평지에서 부터 터널을 똟어 라가주오이 정상까지 만들고 여기서 오스트리아 진지를
폭파하는 데 성공 하였다고 하며 2번 Route도 Ragazuoi Tunnel 이라고 하며 이것도
이탈리아군이 터널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였다고 비디오로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전쟁의 역사는 뼈아픈 과거이지만 그 슬픔은 상처가 되어 영원히 남는 법이다
여기에 후손들은 그 고난과 시련의 시기를 되돌아 보며 어리석은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토록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팔레자고 고갯길로 하산할수 있는 루터가 있으며 그렇게 어렵지 않는 코스임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린 케이불카를 타고 하산하기 위하여 케이불카 승강장으로 가니 올라 올때는 보지
못했지만 2층으로 된 Cafe terrace도 있고 Lagazuoi Expo Dolomit라는 전시장도 있었다
우린 시간도 있어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림으로 시를 그리는 화가인 일러스터레이트(Illustrator)인 쥴리아 네리(Giulia Neri)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자연의 노래 (Song of the Nature)
각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가져가세요 (From each take away what you need to live)
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에 매력을 느끼는가
Why are we sometimes attrached to the imperfections of others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몸짓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Sometimes a gesture is more important than a thousand words
역시 화가는 그림으로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았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선과 색으로 전달하고, 보는 이의 가슴속 깊은 곳을 울리는 재능.
우린 3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케이불 카를 타고 하산하였다
오늘도 구름이 많아 만족스러운 광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남겼다. 하지만 구름
속의 신비로움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완벽한 날만이 좋은 여행은 아닌것 같다
팔자레고 고개에서 커피점( Cafe Bar Fanini)에 들어가 다음 행선지인 친켄토리를 가기
위하여 예약해놓은 호텔 라 바이타(Hotel La Baita)까지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여
택시를 타고 어제 숙소 Rif Col Gallina 에 둘러 짐을 찾아 택시에 싣고 Hotel La Baita에
도착 하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냈다
오늘의 이동 경로는 1-2-3-4-5-6-7-8-9 의 순으로 이동 하였다
오늘의 운동량 12,792보 이동거리 8.3KM 이동 시간 2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