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맛] 16. 예천 복불고기
참기름에 버무린 부드러운 복어 불고기, 특색있는 조리법에 향토음식으로 손꼽혀
예천 복불고기 전문 예천복집의 한상차림
복어는 지금부터 2000년 전의 고대 중국에서 널리 알려져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1610년 완성된 허준의 ‘동의
보감’과 이시진(1518~1593)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기록된 걸 봐서 오래전부터 복어를 식재료로 사용해
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일본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복어요리를 즐겨 먹는다. 각 나라마다 복어에 대
한 수많은 속담과 야사가 있을 만큼 복어는 오랫동안 특별한 맛과 식감을 자랑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
국 일본 동북아 3국의 복어요리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예천 복불고기 전문 예천복집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지리와 얼큰한 탕은 기본이고 콩나물과 함께 자작한 육수를 부어 만들어 내는 복어찜,
샤브샤브, 그리고 죽, 튀김, 여기에 쫀듯한 맛이 일품인 껍질무침과 껍질굳힘(니꼬부리)가 있다. 자잘한 복어
통 마리로 끓인 부드러운 졸복국도 일품이다. 그리고 복어의 갈빗살은 간장양념을 발라 구이로 즐기기도 하
고 희다 못해 투명하고 광채가 나는 복어회 그리고 복어살의 겉면만 앞뒤 직불에 구운 뒤 회처럼 즐기는 복어
타다키 등 모두 제각기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말린 지느러미를 불에 구워 따뜻한 청주에 넣어서 마시는 히레
사케는 특이한 향을 갖고 있어 애주가들 속에서도 별미 술로 꼽는다.
이처럼 복어요리는 무한하다. 한·중·일 3국이 평화로울 때나 지금처럼 정치적 또는 군사 외교적으로 배배 꼬여
있을 때도 3국 국민들이 즐기는 복어요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시시각각 복요리 전문 셰프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복요리가 탄생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예천 향토음식이 된 복불고기다.
복불고기
△예천에서 꼭 맛봐야 되는 차별화된 복 불고기.
같은 식재료지만 지역에 따라 조리방식을 달리하면서 새로운 맛과 형태의 음식이 창출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의 하나인 불고기를 예로 들면 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재우는 과정을 거친 후 석쇠에 구워 먹는
언양식 불고기와 먹기 직전 얼추 조미해서 참숯에다 바로 굽는 광양식 불고기, 그리고 육수를 불판 가장자리
에 붓고 양념한 고기를 가운데 다 올려서 먹는 서울식 불고기다. 지역별로 각기 고기결이 살이 있는 떡갈비,
불냄새와 깊은 풍미,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달고 부드러운 식감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렇듯 경상북도 예천군에는 예천만의 특색이 살아 있는 향토음식이 있다. 바로 예천 복불고기다. 복불고기
하면 먼저 강한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진 매콤한 복불고기를 연상 하지만 예천 복불고기는 이 선입견도 곧장
깨준다.
재료부터 귀한 황복을 쓴다. 양념 과정도 다르다. 슬라이스로 만든 복어살에 마늘과 참기름으로 버무려서 상에
낸다. 손님상 위에서 직접 조리해 준다. 전골팬 가장자리에는 참기름을 발라가며 복어살을 굽고, 가장자리로는
복어 육수를 부어 가면서 샤브 형태로 야채와 버섯종류를 함께 익혀 먹는 방법으로 예천식 복불고기는 타 지역
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맛과 조리기법을 자랑한다.
복어탕도시락특
예천군청 좌측 뒤편에 자리한 제주복집(예천읍 이미길 71)은 예천 향토음식 복불고기 가 전문이다. 주인이
최선을 다할 때 고객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복어전문 세프 안정숙 명인이 운영하고 있는 복어전문점으로
예천을 대표하는 모범업소이다.
실내가 총 180석 규모로 널찍한 실내는 손님 수에 따라 입식 방을 별도로 꾸며 두고 있다. 방안엔 드레서를
차려 놓아 식사 중 손님들의 옷을 깨끗하게 드라이 크리닝을 해 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한식대가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퓨젼요리와 복 불고기가 이 집 ‘제주복어’의 단연 인기 메뉴다. 이 야채 복불고
기에 수삼을 곁들여 함께 익혀 먹는 ‘인삼 복불고기’는 안정숙 대표가 직접 개발한 상품이라고 한다. 복불고기
상차림이 푸짐하고 다채롭게 차려진다. 복불고기 정식이다. 전통 한식상과 복어 요리가 융합된 상차림이란 느
낌이 든다.
“저는 좀 다양한 반찬을 고집해요. 복탕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고파지잖아요. 그래서 복탕과
콩나물 무침 외에 다양한 형태의 요리를 곁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인삼 복불고기
△셰프의 날렵한 솜씨, 접시마다 느껴져.
야채 복불고기는 몸에 좋은 다양한 버섯과 부추, 미나리, 마늘 등 각종 야채와 참기름으로 잘 버무려진 복어
살을 타지 않게 굽거나 육수에 익혀 먹는 방식이다. 특히 부드럽게 구워진 복어살을 고추냉이 간장 소스 대
신 들깻가루에 찍는 방식으로 우리 전통음식에 복요리를 접목, 새로운 복어 맛을 창출한 아이디어는 절로 감
탄사가 자아내게 한다.
예천 복불고기 전문 예천복집
불고기판 가장자리에서 끓는 복어 육수에다 익혀 먹는 각종 야채는 적당하게 육수의 간과 맛이 베여 들어서
별다른 소스가 없어도 싱겁지도 않다. 특히 복어 육수에 부드럽게 익혀지는 은이버섯과 목이버섯은 촉촉한
식감으로 바뀌면서 복불고기 맛을 더해주는 추임새로도 역할을 한다.
콜라겐듬뿍 복어죽
복불고기에 사용하는 황복은 복어살 중에서도 육질에 탄력이 있어서 구이를 해도 부서 지지가 않는다. 마지막
코스는 복죽으로 마무리가 된다. 복어 뼈에 붙은 복어살을 발라서 복죽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데 푹 삶은 육수를
식혀보면 젤리 같이 엉겨 찰랑거리는 젤라틴 덩어리가 된다.
복불고기는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들로 상차림 된다. 화려한 듯 단아한 상차림은 주인 안정숙 명인을 그대로 닮
았다. 간도 모두 과하지 않고 식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 낸 셰프의 스킬풀한 손길이 접시마다 느껴진다. 복요리
뿐만 아니라 한식의 조리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손맛의 주인이 직접 조리했다는 건 오방색 음식 코디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저는 아직도 주방에서 일하는 게 너무 좋아요. 손님을 위해서 음식 하는 게 좋고 손님을 위해서 음식을
새로 배우는 것도 좋아하지요”
안 명인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음식이냐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을 할 때도 소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 소금 대신 저염 젓갈을 사용한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음식을 들고 자랑스럽게 손님한테 다가설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만든 복요리를 손님들이 맛있다고 얘기해 줄 때 보람을 느끼며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게 된다고 말했다.
식재료들은 대부분 국내산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거나 직접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사용한다. 원재료 맛을
살리고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를 써야 한다는 안 명인의 기본 조리 원칙은 성공 외식사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ㅣ승인 2021.09.17 ㅣ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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