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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方[3508] 아호-水光
<飲湖上 初晴後雨 음호상 초청후우>-동파 蘇軾(소식)
개었다 비 내리는 호수 위에서 술 마시며 蘇軾(소식)
朝曦迎客艶重岡 조희영객염중강
아침 햇살 손님 맞아 산을 물들이더니
晚雨留人入醉鄕 만우유인입취향
저녁 되자 배 위 손님 술에 흠뻑 취해 있네
此意自佳君不會 차의자가군불회
이렇게 좋은 기분 그대 아직 모르려니
一杯當屬水仙王 일배당속수선왕
술 한 잔은 마땅히 용왕님께 올려야지
水光激濫晴方好 수광염염청방호
남실남실 개인 물빛 보기가 좋고
山色空濛雨亦奇 산색공몽우역기
안개비에 젖은 산빛 또한 기묘하네
欲把西湖比西子 욕파서호비서자
아름다운 서호를 미인 서시에 견줘 보니
淡粧濃抹總相宜 담장농말총상의
짙은 화장 옅은 화장 모두가 잘 어울리네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壬戌년 가을 칠월 열엿새 나는 객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赤壁 아래에서 놀았다.
▶ 壬戌(임술) : 송나라 神宗 元豊 5년(1082)
▶ 旣望(기망) : 음력 16일.
▶ 蘇子(소자) : 작자 소식.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淸風은 서서히 불어와 물결 일지 않는데 잔 들어 객에게 권하며 明月 시를 읊조리고窈窕 시를 노래하였다.
▶ 屬客 : 객에게 술을 권하다.
▶ 明月之詩(명월지시) : 《시경》 陳風의 月出편을 말함.
▶ 窈窕之章(요조지장) : 같은 월출편의 '窈糾'를 말한다고 하기도 하고, 周南 關雎편을 말한다고 하기도 함.
少焉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곧 달이 동산 위로 솟더니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고 흰 이슬이 강물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닿아 있다.
▶ 少焉(소언) : 잠시 후에.
▶ 斗牛之間(두우지간) :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한 조각 작은 배 가는 대로 맡겨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간다.
▶ 一葦(일위) : 한 잎 갈대, 작은 배를 비유함.
▶ 所如(소) : 가는 대로, 如는 往의 뜻.
▶ 凌萬頃之芒然(능만경지망연) :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다. 陵은 배 같은 것을 타고 건너다. 萬頃은 광활한 것을 말함. 芒然은 넓고 커서 끝이 없음을 말함.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넓고도 넓도다, 허공 타고 바람을 모는 듯 그 머무는 곳을 모르고, 펄펄 나부끼도다, 속세를 버리고 우뚝 서서 날개 돋아 신선이 되는 듯하였다.
▶ 浩浩乎(호호호) : 매우 넓은 것의 형용.
▶ 馮虛御風(빙허어풍) : 허공을 의지하여 바람을 몰고 다님.
▶ 飄飄乎(표표호) : 가벼이 떠있는 모양.
▶ 遺世(유세) : 세속을 버리다. 세속을 떠나다.
▶ 羽化而登仙(우화이등선) :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다.
於是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兮天一方.”
이에 술을 마시고 매우 즐거워서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불렀다.
“계수나무 노와 모란 상앗대로 허공의 달을 치며 달빛 흐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네.
넓고 아득한 나의 회포여, 하늘 저 끝에 있는 임을 그리도다.”
▶ 扣鉉(구현) : 뱃전을 두드리다.
▶ 桂悼(계도) : 계수나무로 만든 노
▶ 蘭樂(난장) : 木蘭으로 만든 상앗대.
▶ 擊空明兮泝流光(격공명혜소류광) : 허공의 달빛을 치고 달빛 어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공명은 달이 뜬 허공의 밝음. 泝는 거슬러 올라가다. 유광은 흐르는 달빛, 곧 달빛이 물결따라 흘러감을 말함.
▶ 渺渺(묘묘) : 아득히 멀다.
▶ 余懷(여회) : 나의 회포와 심정.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鳴鳴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객에 퉁소 부는 사람이 있어 노래에 맞춰 반주하니 그 소리 구슬퍼서,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하고, 餘音이 가냘프고 길게 이어져 실가닥처럼 끊어지지 않으매, 깊은 골짜기에 잠긴 용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린다.
▶ 洞簫(통소) : 퉁소
▶ 嗚嗚然(오오연) : 구슬픈 소리의 형용.
▶ 嫋嫋(요요) : 소리가 길고 가늘게 이어짐.
▶ 幽壑(유학) : 깊은 골짜기.
▶ 潛蛟(잠교) : 숨어 있는 蛟龍.
▶ 嫠婦(이부) : 과부.
蘇子愀然正襟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나는 얼굴빛을 바꾸고 옷깃을 여미고는 고쳐 앉으며 객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토록 슬프오?”
▶ 愀然(초연) : 감상에 젖어 얼굴빛이 변하다.
▶ 正襟(정금) : 옷깃을 단정하게함.
▶ 危坐(위좌) : 몸을 바로하고 단정히 앉다.
客曰:
객이 말하였다.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달 밝으니 별은 드물게 보이고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가네”라 하였으니, 이것은 曹操의 시가 아니오?
▶ 月明星稀, 烏鵲南飛 : 曹操가 지은 〈短歌行〉의 두 구절. '달이 밝아서 별이 드물게 보이고,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간다. 이 〈단가행〉은 조조가 적벽에서 지은 작품이다.
▶ 曹孟德(조맹덕) : 조조의 자가 맹덕이다.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쪽으로 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武昌을 바라보니, 산천은 서로 뒤엉켜서 울울창창 우거져 있으니, 이곳은 조조가 周瑜에게 곤욕을 치렀던 그곳이 아니오?
▶ 夏口(하구) : 지명. 지금의 湖北省 漢口.
▶ 武昌(무창) : 지명.
▶ 相繆(상무) : 서로 얽혀 하나가 됨.
▶ 周郎(주랑) : 吳의 周瑜. 劉備를 쫓던 조조의 백만대군이 적벽에서 주유의 3만 군사에게 참패당한 일을 일컬음.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그가 막 荊州를 파하고 江陵으로 내려와 물결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꼬리를 물었고 깃발은 하늘을 뒤덮었소.
▶ 荊州·江陵 : 지명.
▶ 舳艫千里(축로천리) : 뱃머리와 배꼬리가 천리나 잇닿아 있음. 축은 배의 고물, 노는 이물.
▶ 旌旗弊空(정기폐공) : 깃발들이 하늘을 덮었다.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강물에 다가가서 술을 따르며, 긴 창 비껴들고 시를 지었으니 참으로 一世의 영웅이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있소?
▶ 釃酒(시주) : 술을 거르다. 여기에서는 술을 따라 마심.
▶ 槊(삭) : 여덟 자 길이의 긴 창.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鰕而友麋鹿. 駕一葉之扁舟, 擧匏樽以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새우와 짝하고 고라니·사슴과 벗하며 一葉片舟를 타고 쪽박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며 천지간에 하루살이로 붙어 있으매, 망망한 바다의 한 알 좁쌀임에랴!
▶ 匏樽(포준) : 바가지로 만든 술잔.
▶ 寄蜉蝣於天地(기부유어천지) : 하루살이 같은 목숨을 천지에 기탁함. 부유는 하루살이.
▶ 泄滄海之一粟(묘창해지일속) : 넓은 바다에 떠있는 한 알의 좁쌀처럼 보잘것없음.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우리 삶이 짧음을 슬퍼하고 長江의 무궁함을 부러워하오
▶ 須臾 : 잠시 동안.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거이 놀고 밝은 달을 안고 오래 살려고 하나, 쉽사리 될 리 없음을 깨달았으매, 소리를 슬픈 가을바람에 실어 보았소.”
▶ 挾飛仙以激遊(협비선이오유) : 하늘을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겁게 놀다.
▶ 長終(장종) : 오래오래 살다.
▶ 聚得(취득) : 금방, 쉽사리 얻다.
▶ 悲風(비풍) : 가을바람.
蘇子曰:
내가 말하였다.
“客亦知夫水與月乎?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겠지요?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흘러감이 이 물과 같으나 영영 가버리지는 않았고, 차고 이지러짐이 저 달과 같으나 결국 없어지지도 늘어나지도 않는다오.
▶ 逝者如斯 : 흘러가는 것은 저 강물과 같이 끊임없이 흐르지만, 《논어》 子罕편에 '가은 모두 이와 같은가? 밤낮으로 흘러 쉬는 일이 없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 斯는 강물을 가리킴.
▶ 未嘗往(미상왕) : 다 흘러가 버리지는 않고 계속하여 물이 흐른다. 결국 이 구절은 만물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긴 하나 그 본질은 실제로 변화가 없음을 말한다.
▶ 盈虛者如彼(영허자여피) : 차고 이지러짐이 저 달과 같지만, 영은 달이 참이고 허는 달이 이지러짐.
▶ 莫消長(막소장) : 아주 없어지거나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천지가 한순간이라도 변화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불변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과 나는 모두 무궁한데,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소?
▶ 將自其變者而觀之(장자기변자이관지) : 변한다는 관점으로부터 사물을 보면.
▶ 天地曾不能以一瞬(천지증불능이일순) : 천지간의 만물에 한순간도 필요치 않다.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말..
能에는 ‘응당 ~해야 한다’의 뜻이 있다.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게다가 천지의 사물에는 각기 주인이 있어서 내 소유가 아니면 털끝 하나라도 취할 수 없으나, 강 위의 청풍과 산간의 명월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이 닿으면 색깔을 이루면서 취하여도 금하는 자가 없고 써도 다하지 않소.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이는 조물주의 다함 없는 寶藏으로,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盃盤狼藉.
객이 기뻐 웃으며 잔을 씻어 다시 술 따르는데, 안주가 이미 바닥나고 술잔과 쟁반은 낭자하다.
▶ 看核(효핵) : 효는 고기안주, 핵은 과일안주.
▶ 狼籍(낭적) : 어지러이 흩어져 있음. 籍는 압운 관계로 여기서는 적으로 읽음.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서로를 베개삼아 배 안에 누워 동녘이 이미 밝아오는 줄도 모른다.
▶ 枕籍(침자) : 서로 베고 깔고 자다.
▶ 白(백) : 하얗게 날이 밝다.
출처: https://koahn.tistory.com/3952 [耽古樓:티스토리]
조선 지도의 대부 고산자 김정호(金正浩, 1804~1864)가 1861년에 제작한 불멸의 업적 《대동여지도》에 도성을 그린 지도가 있습니다.
지금의 여의도가 표시돼 있고, 오른쪽으로 '율도'라는 이름이 보이죠. 지도상으로도 여의도와 밤섬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한강의 섬》(마티, 2009)이란 책에 실은 <조선 시대의 밤섬과 여의도>라는 글을 읽어 보면, 그 시절의 밤섬은 한강에서 뱃놀이하는 양반네와 선비들에게 꽤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일이 거론하지 힘들 만큼 많은 유명 시인과 묵객이
밤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詩)를 남겼죠.
그 가운데 조선 중기에 이름을 날린 시인 이행(李荇, 1478~1534)의 시를 옮겨봅니다.
舟人報道栗島好 뱃사공이 밤섬 좋다 일러 주면서
白沙十里淸而幽 백사장 십리가 맑고 호젓하다지.
雲陰䤃䤁水光立 구름은 어둑어둑 물빛은 곧은데
暝色熹微煙木稠 희미한 어둠 속에 나무숲이 빼곡하네.
조선 시대 내내 이름난 문인들이 저마다 그 멋과 아름다움을 상찬해 마지않았다면,
화가들의 그림 속에도 남아 있지 않을까.
궁금하던 차에 얼마 전 미술사학자 최열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혜화1117, 2020)에
소개된 그림 한 점을 만났습니다.
심사정 〈밤섬〉,18세기, 24.5×27.0cm,개인 소장
조선 후기 남종문인화의 대가로 불리는 현재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그림입니다.
1988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획전 '조선시대 회화 명품전'에서 공개된 작품으로, 한양의 명승지 여덟 곳을 그려 묶은 화첩 《경구팔경첩》 수록작입니다.
그림 속 섬이 도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것인지 몰랐다가, 2017년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윤진영 연구원이 《경강: 광나루에서 양화진까지》(서울역사박물관, 2017)에 실은 <진경산수화로 보는 경강의 명소>란 글에서 처음으로 '밤섬'이라는 견해를 발표합니다.
핵심은 조선 시대 한강에 사람이 살았던 저 정도 작은 섬은 밤섬밖에 달리 없고, 그림 왼쪽에 보이는 표암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글을 읽어 보면 밤섬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물 속 외로운 섬에 어부들의 시골집이 점으로 이어져 있고 그 가운데 평평한 호수와 낮은 산은 매우 아름다운 운치가 있다. (중략) 사람으로 하여금 조각배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흥취가 있게 만들었다. 내 장차 노를 저어 한 번 찾아가리라. 표암.
그렇다면 이 그림은 조선 시대 유일의 밤섬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밤섬을 묘사한 그림이 그래도 한 점이나마 남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흘러 밤섬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희대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秋暑 추서 徐居正 서거정
가을 더위
酷暑兼秋氣 혹서겸추기
가을 기운에 맹렬한 더위가 더하니
幽人易感懷 유인이감회
숨어 사는 사람 감회에 젖기 쉽구나
水光晴更瀲 수광청경렴
비 그치니 물빛 또한 넘실거리는데
山色晩尤佳 산색만우가
해 질 무렵 산색은 더욱 아름답구나
倚壁赤藤杖 의벽적등장
등나무 지팡이를 벽에 기대어 두고
上堂靑草鞋 상당청초혜
청초혜를 신고서 당 위에 올라가서
焚香坐終日 분향좌종일
향을 사르며 하루 종일 앉았노라니
酷似太常齋 혹사태상재
어쩌면 재계하는 태상 모습 같을까
※赤藤杖(적등장) : 적등(赤藤)은 중국 남방의 산속에서 나는 껍질이 붉은 등(藤)인데, 옛날에 이것으로 지팡이를 만들었다.
※靑草鞋(청초혜) : 볏짚이나 풀의 줄기를 엮어서 만든 신을 말한다.
※太常(태상) : 조선 시대, 제향과 시호에 관한 일을 맡던 관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