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11년 9월18일
누구와 : KT산악회원
어디로 : 갑장산(806m)
7월과8월은 혹서기와 휴가철이라 정기산행을 서울근교 산으로 진행했기에 오랜만에 정기산행이 지방으로 출발이다. 전날 삼각산 12대문 종주 후 홍제역 앞 가게에 들려 맥주 큰 거 한 병 사서 냉동실에 처 넣고 샤워 후 연거푸 두 잔을 따라 마시고 갈증을 해소 했다. 우이동 방향으로 간 3명에게 메시지 보내고 와이프 배낭 준비 후 피곤한지 일찍 꿈속으로 들어간다. 새벽녘에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니 잠결에서도 산행 걱정을 한다. 다행이 5시가 되어 비가 멈추며 기분 좋은 다리통증을 느끼며 기상이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 우뚝 솟아 있는 갑장산(805.7m)는 이 일대에서 속리산(1,058m) 다음으로 높이와 산세를 지닌 명산이다.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이 소백산을 솟구치고, 죽령과 이화령을 지나 속리산을 일으킨 다음, 다시 추풍령으로 건너가기 직전에 남동쪽으로 가지를 뻗어 상주벌 아래에 일궈 놓은 산이다. 고려 충렬왕이 명명했다는 전설도 있는 상주의 안산으로 상주 삼악의 하나인 연악이라고 한다. 연악의 이름은 구룡연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며 구룡연은 갑장사 뒤 사거리에서 웃승장 방향으로 50m정도 내려가면 우측에 있는데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지이다. 구룡연에서 북쪽으로 문필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바위 세 개가 붓처럼 뭉쳐져 있어 이 문필봉의 영기를 받아 주변에 장원 급제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여 장원 향이라는 이름을 남기기도 하였다. 용포쪽에는 백운 이규보가 1196년 요양을 하며 시를 남긴 용담사터가 있고, 승장계곡에는 옥류정과 승장폭포가 있다. 정상 부근에는 고려 공민왕 22년(1373년)에 『청산이 나를 두고』로 시작하는 심금을 울려주는 유명한 시를 남긴 나옹선사가 창건한 갑장사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정상 부근에 나옹바위도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덕유산에서 소백산까지 조망되며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낙동강과 상주의 너른 평야가 눈앞에 전개된다. 아직 때묻지 않은 곳이며 산세도 그리 험한 편이 아니기에 가족산행에 추천하고 싶다.
21명을 태운 버스가 한강다리를 건넌다. 밖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 온다. 약 2시간 달려 괴산 휴게소에 정차 후 9시55분 갑장산 산행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 산행준비 후 용흥사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서울은 날씨가 좋은데 이곳은 날씨가 별이로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기세로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임도따라 진행하다 좌측 등산로로 접어들며 흡사 대간 및 정맥종주에서나 보는 리본이 나뭇가지에 무수히 달려있다. 10시7분 개울을 지나 급경사가 이어지며 조금씩 발걸음이 늘여진다. 소나무며 떡갈나무 종류가 다양하게 서식하는 등산로를 지나며 타 산악회 회원들의 버섯 채취하는 모습들을 볼 때 아직도 생태계 파괴가 안된 이곳이야 말로 자연의 보고가 안인가 느낀다.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는 습도가 많은 날씨라 어제보다 땀 흘러내림을 더 하니 스카프가 땀에 범벅이 되어 있다. 좌측으로 조망을 할 수 있는 좋은 바위가 있어 다가가지만 건너편 갑장사와 상사바위는 구름 속에서 흔적만 다가온다. 10시49분 안부에 올라서면서 선두가 배낭을 내려 놓으며 휴식이다. 과일을 나눠주며 지난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산에서는 즐거운 법, 혼자 가는 길이면 몰라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직장동료들과 하루를 산에서 지낸다는 기쁨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나 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버리고…… 특히 정종백 자문위원님은 숲 해설가답게 주변 산세며 식물 등 다양한 지식을 토대로 연신 설명을 해주신다. 잠시 휴식도 즐기고 기운도 축척 후 출발, 바로 앞에 주차장과 용흥사의 갈림길인 삼거리를 지나 편안한 등산로를 10분 진행하여 사거리에 도착 우측으로 낙동 및 용포마을 방향이 안내되어 있으며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첫 번째 석문을 지난 후 정상 0.8Km이정표를 지나 두 번째 석문을 지나 안개비가 자욱한 시루봉(777m)에 도착 깎아지른 바위 아래를 조망해보지만 시계가 한정되어 답답한 마음이다. 그나마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불어주니 다행이다. 바로 앞에 넓은 공터에서 후미를 기다리고 있자니 약간의 한기를 느껴 도착하는 목소리만 듣고 급경사가 기다리는 내리막을 지나 위험한 바위구간을 지나 백길바위라는 곳에 도착,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와이프는 좌측으로 안전하게 우회 할 수 있는 길을 택하여 지나갔는지 멀리에서 말소리만 들릴 뿐이다. 두 가지 로프가 있는데 한나는 플라스틱재질인지 구슬 같은 모습으로 설치되어 있어 안전시설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 의심이 든다. 힘겹게 올라서니 맞은편 바위에는 승호가 올라서서 조망을 해보지만 조망이 안되니 답답한가 보다. 백길바위 정상에서면 우회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접하며 정상 0.3Km의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너덜지대인 안부를 따라 진행 아직 완성이 덜 될 돌탑에 돌 하나를 올려 놓고 11시55분 안개가 자욱한 갑장산(805.7m) 정상에 도착 기념사진만 몇 장 찍는다. 좁은 정상에는 산불감시 초소며 통신시설이 진을 치고 있어 오래 머물 수도 없어 옆에 갑장산에 대한 안내 석 앞에 도착 아쉬움을 달랜다. 날씨가 좋으면 북쪽으로 희양산, 백화산, 조령산이 월악산과 함께 조망되며 남쪽으로는 팔공산, 금오산, 가야산이 조망된단다. 특히 낙동강이 제 모습을 갖추는 이곳 성주지역의 아름다운 물줄기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 길에 접어든다. 안개비가 제법 내리면서 내리막은 진흙 길로 변하여 미끄러지질 않으려고 하체에 힘이 쏠리며 마주 오는 산객들과 서로 양보하며 진행하니 바로 앞에 팔각정이 눈에 들어 온다. 유리창으로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팔각정은 산행하면서 볼 수 없는 시설이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위 아래층 모두 만원이지만 재빠르게 자리를 확보 해 놓고 여유부리며 우리에게 손짓하는 총무가 예쁘게 보인다.^^ 팔각정에 도착 대행이 1층 등산객들이 식사가 종료되어 자리를 비워준다. 우리 산악회에서 독차지하고 진수성찬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전보다 굵어진-그렇다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아니고-빗줄기는 배낭카바며 비옷 등을 착용하게 만들며 12시31분 갑장사쪽 하산 길을 내려선다. 바로 앞 헬기장을 지나 약수샘으로 갈라지는 이정표에 도착 무슨 뜻인지 지도를 찾아보니 구룡연이 위치한 곳을 그렇게 표시 해 놓은 것이다. 삼악 중 연악산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여 가보고 싶지만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고 선두와 차이가 있어 그냥 지나친다. 팔각정에서 10분 진행하여 직진하면 문필봉이요 좌측으로 진행하면 갑장사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다 갑장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선두그룹이 궁금하여 연락해보니 문필봉쪽으로 진행 중이라는 답이다. 어차피 원점회귀 산행이기에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 하고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 상사바위에 도착한다. 돌탑과 송림이 잘 어울리는 이곳이 스님을 사모한 처자가 몸을 던져 다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있는 바위이다. 처자의 이루지 못하는 애틋함이 오늘 안개비로 대신하여 산객들을 맞이하는 듯 돌탑 옆에는 한 남정네가 가부좌를 틀고 무엇을 입에 물고 무심코 씹어대는 모습을 뒤로 갑장사 경내로 들어선다. 와이프는 어느새 법당에 들어갔는지 대웅전에 도착하니 출입구에서 나오는 중이다. 아담한 절은 산세에 잘 어울리며 보기 드물게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나웅선사가 창건한 이래 많은 고승들이 수도하며 전진한 곳이다. 몇 곳을 관람하고 주차장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한다. 이러다 보니 임도따라 하산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상적인 산행은 갑장사에서 다시 백하여 문필봉 방향으로 진행해야 되는 것을 포기하고 통나무 계단의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포장도로를 하염없이 내려간다. 와이프는 무릎이 안 좋은지 뒷거름으로 내려온다.^^ 하늘의 구름은 조금씩 엷어지며 1시21분 문필봉용지터 약수샘 정상에서 내려오는 갈림길과 만나며 계곡 옆에는 산객들이 드문드문 바위에 앉아서 분위기를 풍기며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상에서 비가 와 점심식사 해결을 못하고 이곳까지 내려왔다는 산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팔각정에서 점심 해결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수년 전 산사태 복구작업이 있었는지 사방댐 공사한 취적을 기록한 안내 석이 계곡 옆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 아래 계곡에는 돌들로 설치한 댐이 인상적이다. 다른 지방 사방댐을 보면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미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지만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기에도 멋져 보인다. 주차장과 정상의 중간지점쯤 하산하는 중 선두에서 연락이다, “내려오다 보면 아치형 구름다리가 있으니 다리를 건너오라고”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정상에는 구름이 머물고 있으며 길고 긴 포장도로를 뒤로 좌측으로 비싼 다리를 건넌다. 다리 전체를 스텐레스로 제작한 것은 이것이 낭비의 근원이 안인가 싶다. 바다근처면 이해가 간다지만 산속에 설치한 다리가 고가인 재질로 제작 설치한 것을…… 하여 든 비싼 다리를 건너 오후 1시41분 보물 제1374호 삼불회괘불탱으로 유명한 비구니 스님들의 도량인 용흥사에 도착 조용한 경내를 돌아 대웅전 뒤에 아름답게 살아가는 소나무에 매료되어 한참을 뒷걸음 치게 한다. 용흥사사적비의 장광스런 내용을 음미하고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 몇 개를 주어 맛을 보니 단맛이 풍긴다. 내려오며 좌측으로 정상 가는 이정표가 있다. 정상 못 미쳐 갈림길에 있던 이정표가 생각이 나며 제일 중앙으로 오르는 코스로 생각하면 될 듯, 귀래정이라는 찻집 앞에 피어 있은 어사화의 아름다운 모습에 주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전 만개했던 모습을 자랑하며 등산객들이 예쁘니까 꺾어간다고 푸념을 한다. 필자부터도 욕심나는 건 옛 선비들이 장원급제하고 머리에 어사화를 꽂고 행차하는 모습이 남자로서도 멋져 보이니 필자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맘이다.^^ 조선 시대에 임금이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던 종이로 만든 꽃으로만 알고 있던 꽃이 항아리 화분에 늘어진 줄기로 흰색의 꽃잎이 예쁘고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어사화를 보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의 산행을 종료한다.
※후기
상주의 진산, 명산이라고 여기저기 문구가 있지만 아쉬움은 이정표가 너무 허술하다. 예를 들어 이름난 바위들 앞에 안내 문구 하나 없으며 중간중간 갈라지는 길에는 이정표가 잘되어 있지만 오래되어 페인트가 벗겨져 이정표는 그 역할을 못한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오랜만에 지방 산행이었지만 안개비로 조망을 제대로 못한 아쉬움이 서울에 도착하여 서울의 청명한 하늘과 도시를 느끼게 하여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상주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상주에 가서 그 유명한 곶감 맛도 못보고 요즘 4대강 공사로 얼마나 많이 변해있는지 모르는 경천대의 모습도 보고 싶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필자로서 자전거 박물관도 가보고 싶고 그리고 산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보내보고 싶은데 …… 지난번 상주시에서 보내준 관광 자료에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