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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우
tlsskdo5623@naver.com
1986년 경북 출생
조선대학교 수학과 졸업
조선대학교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석사
학원 및 과외 수학강사
방과후 수학강사
유성재가복지센터 사무국장
수상 소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
는 속담처럼 글로써 제 이름 석 자를 남기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이런 포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공감과 감동으로 표현하고 싶었습
니다. 하지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예쁜 단어와 멋있는 문장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굳센 의지와는 다르게 정말 쉽지가 않
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번 생은 틀렸다’ 싶었는데 제게 이렇게 세상에서 가
장 따뜻한 봄날을 선물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단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뻐서 그동
안 슬프고 힘들었던 모든 일에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일 따
뜻한 상은 밥상이고, 제일 노력한 상은 책상이고, 제일 받고 싶은 상
은 보상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힘을 주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
에게는희망을주며,행복이필요한사람에게는웃음을주는좋은글
을 많이 쓰겠습니다.
에세이스트와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할머니의 밀당
저는 서른두 살 미혼입니다. 4년 전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고개를 저어보고, 손사래를 쳐보지만 완성된 과거의 퍼즐 조각은 흩어지지 않습니다. 몇십 년의 세월을 홀로 지내온 할머니께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 것이 최선이었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길어지는 다이얼 소리가 지겨워질 때쯤 점점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곧장 할머니 댁으로 갔지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야 할 집은 빈집이었습니다. 옆집에 알아보니 무릎이 아픈데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혼자 입원하러 가셨다고 했습니다. 한달음에 병원에 도착하였는데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이 무색할 만큼 해맑게 웃고 계셔서 걱정스러운 마음은 스르륵 녹아내렸습니다.
“내일 퇴원할란디 뭐 하러 왔냐? 모레 노인정에서 놀러가야.”
이것이 할머니가 홀로 걸으신 날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퇴원 날 아침 외삼촌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가 어째 손에 힘이 없고 음식을 다 흘리고 드셔야.”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저려 왔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갈게요.”
병원에 도착하니 외삼촌과 외숙모는 소풍을 나온 것처럼 맛있게 식사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돌아간 입에서 어눌한 발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할머니.”
“왔냐?”
“할머니 어디 아파요?”
“아니.”
“제 손 잡아보세요.”
힘없는 손을 잡는 순간 불길함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곧장 간호 사실로 가서 저희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빨리 와달라고 했습니다.
“어르신 손 좀 줘보세요. 어디 아프세요?”
“몰라.”
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간호사에게 말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갈 테니까 지금 앰뷸런스 좀 불러주세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CT와 MRA를 찍은 결과를 기다리면서 아무 일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부족했을까요? 의사는 오른쪽 뇌 절반이 하얗게 나온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급성 뇌경색입니다. 지금 약이 들어가고 있지만 일주일까지 견디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네요.
마음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대사 같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무런 대책 없이 무심하게 있던 외삼촌과 외숙모 때문인 것같았습니다. 다행히할머니는집중치료실에서일반병실로옮길만큼 기적처럼 회복했고 재활병원에서 퇴원할 만큼 좋아지셨습니다. 퇴원은 해야 하는데 할머니가 더 이상 혼자 생활할 수 없었기에 외삼촌
은 값이 저렴한 요양병원을 알아보셨습니다.
“할머니 저희가 모시고 살 거예요.”
부모님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저도 모르게 외삼촌께 이렇게 말씀드렸고, 그때부터 할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기분의 변화가 심하셨고, 당신 생각이 모두 옳다고 여기셨기에 부딪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일이 많아서 제가 늦게 귀가하자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왜 인자 왔냐?”
“할머니 일하다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일이 중요하냐? 내가 중요하냐?”
“할머니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시끄러! 나를 그냥 갖다 버려라!”
너무 마음이 아팠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시던 할머니가 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미안하다.”
“할머니 이제 빨리 올게요.”
냉랭한 분위기 속에 어색함을 깨는 할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화를 내면 할머니가 아프시다는 것을 망각하게 되어같이 언성을 높이고, 지나면 또 애틋해지곤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화장실을 간다며 그날따라 일으켜 달라, 잡아 달라, 앉혀 달라, 옷을 내려 달라, 입혀 주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 혼자 할 수 있으시잖아요.”
“힘이 없어서 그래.”
그러더니 힘없이 주저앉으셨습니다. 나는바로119에 전화했고,할머니는병원에서검사를받았습니다.
“뇌출혈인데 빨리 와서 다행이네요.”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고, 할머니는 그로부터 또 병원과 재활병원에서 삼 개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전보다 많이 쇠약해졌고 화를 내는 횟수도 잦았습니다.
죽을 끓여드렸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뜨겁다.”
“식혀서 드릴게요.”
대답하고 식혀드렸습니다.
“차갑다.”
“할머니, 따뜻하잖아요.”
그랬더니 수저를 던지며 말씀하셨습니다.
“안 먹을란다.”
이처럼 매번 할머니의 극단적인 말씀으로 제 마음은 상처와 흉터로 멍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따뜻한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미안하다.”
“아니에요.”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
저를 밀고 당기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저는 분명 화가 나고 울적했는데 그 말씀 한마디에 그동안 잘
못해드렸던 일까지 할머니께 죄송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수발을 해드려야 하는 아이가 된 할머니와 생활하면서 많은 일로 인해 울고 웃겠지만 사랑한다며 안아주시면 힘이 꽉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고단수 언변 기술은 제 마음에 단비가 되어 메마른 기분을 촉촉하게 적셔주십니다. 할머니께 후회가 남지 않도록 더 잘 해드려야겠습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신인상 심사평>
신윤우 「할머니의 밀당」
신윤우가 응모한 여섯 편의 수필 중에서 『할머니의 밀당』을 등단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손녀딸이 아픈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어느 날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아 불길한 예감에 찾아가면서 할머니가 입이 돌아가고 손에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녀가 대학병원에 가서 할머니를 정밀 검사한 결과 급성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할머니는 집중치료와 재활치료를 잘하고 퇴원한다. 할머니가 더 이상 혼자 생활할 수 없게 되자 외삼촌은 요양원을 알아본다. 그 사실을 알고 외손녀인 작가는 부모와 상의도 없이 “할머니 저희가 모시고 살 거예요”라고 선언하고 그때부터 할머니와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일이 많아서 제가 늦게 귀가하자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셨
습니다.
“왜 인자 왔냐?”
“할머니 일하다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일이 중요하냐? 내가 중요하냐?”
“할머니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시끄러! 나를 그냥 갖다 버려라!”
너무 마음이 아팠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시던 할머니가 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씀
하셨습니다.
“내가 미안하다.”
“할머니 이제 빨리 올게요.”
냉랭한 분위기 속에 어색함을 깨는 할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먹먹
하게 했습니다.
이런대화를볼때작가는오늘날보기드문효손이다. 요즘 청년세대는 직장 일과 취업 준비로 바쁘거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조부모를 돌보는 젊은이는 드물다. 하물며 친아들인 외삼촌도 외면하는데 외손녀가 자청하여, 거동이 불편한 외조모를 집에서 모시며 병증으로 화를 잘 내는 할머니 기분을 맞추는 모습이 갸륵하다. 수필가에게 특별한 체험은 작품을 쓰는데 좋은 소재가 된다. 그러나 소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수필을 흔히 인생낙수(落穗)라고 한다. 추수 후 땅에 떨어진 이삭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작가만이 이삭을 거둘 수 있다. 미미한 소재라도 작가에 따라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글이 될 수 있다. 작가는 할머니와 함께한 나날을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할머니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기분의 변화가 심하여 손녀와 부딪히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뇌출혈인데 빨리 와서 다행이네요.”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고, 할머니는 그로부터 또
병원과 재활병원에서 삼 개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전보다 많
이 쇠약해졌고 화를 내는 횟수도 잦았습니다.
죽을 끓여드렸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뜨겁다.”
“식혀서 드릴게요.”
대답하고 식혀드렸습니다.
“차갑다.”
“할머니, 따뜻하잖아요.”
그랬더니 수저를 던지며 말씀하셨습니다.
“안 먹을란다.”
이처럼 매번 할머니의 극단적인 말씀으로 제 마음은 상처와 흉터로
멍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따뜻한 눈빛
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미안하다.”
“아니에요.”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
저를 밀고 당기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저는 분명 화가 나고
울적했는데 그 말씀 한마디에 그동안 잘 못 해드렸던 일까지 할머니께
죄송해졌습니다.
작가가 뇌경색 이후 뇌출혈로 병세가 더 나빠진 조모의 수발을 들면서, 할머니는 화를 냈다가 풀어지는 일상이 반복된다. 외손녀를 화나게 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손녀의 마음을 단방에 풀어주는 할머니는 밀당의 고수다. 수필은소설처럼허구가아닌실제일어난일,즉 자신의 체험이 소재가 되므로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작가는 리얼리티하게 쓰면서도 소설처럼 스토리텔링을 잘하여 독자가 글 속에 금방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작가가 경계해야 할 일은사소한일까지 지나치게 대화를 많이 쓰고, 서술 어미를 경어체로 길게 써서 자칫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서사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사실을 함축하여 쓰고 사유를 통하여 사물을 형상화하여 서정을 통섭하여 표현한다면, 작가의 많은 경험이 토대가 되어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신윤우 선생의 등단을 축하드린다. 끝없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수필 문단에 새로운 별이 되길 바란다.
-심사평: 박일천(lsk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