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가토 만들기
최 화 웅
입추를 지나 율스가족이 다녀가고 처서를 맞았다. 나는 지난겨울 전주에서 만난 서울의 사비노 실비아부부를 ‘실비노’, 그 옛날 전라도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전주와 나주에서 주말부부로 마주보며 사는 스테파노와 율리아나부부를 ‘율스’라는 애칭을 지었다. 이번에 율스부부가 다녀가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싱그러운 풀벌레소리가 묻어온다. 어느새 가을이다. 옛 어른들께서는 이맘때를 쇄서포의(曬書曝衣)라는 표현으로 ‘책을 볕에 쪼이고 옷을 바람에 말리는 때’라 했다. 가을은 벌써 우리 곁에서 변화하는 하늘과 땅의 새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는 건강을 잃기 시작하면서부터 술 대신 '힘과 정열'의 커피를 가까이 했다. 그 뒤로는 키친 한 켠에서 작센하우스 밀로 커피원두를 빻고 더치드립과 융드립, 그리고 크고 작은 프렌치프레스와 클레버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부드러운 맛을 내는 융드립은 서울 실비아가 보내준 이후 시작되었다. 지난번 나주에 갔을 때 스테파노가 모카포트로 추출한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놓았다. 이번 부산에서 만났을 때는 대자 베드로와 안젤라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내가 만든 에스프레소를 선보였다. 이들 부부는 모두가 소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작은 ME가족 공동체다.
우리는 그윽한 커피향과 더불어 2014년 가을을 맞았다. 그 자리에서 스테파노가 나에게 아포가토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해줬다. 그 뒤 어느 날 엘사가 나에게 아포가토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상기시켰다. 그 응답으로 “여보, 그럼 아이스크림은 당신이 준비해줘야겠소.”하자 “냉동실에 지난번 대자가 사온 아이스크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라는 즉답이다. 나는 그렇게 해서 아포가토를 만들게 되었다. 먼저 입이 넓은 유리잔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담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조심스럽게 부었다. 그런대로 꼴을 갖추었다.
엘사와 마주앉아 처음 만든 아포가포를 마시는 순간 흐뭇했다. 이탈리아 말로 아포가토(affogato)는 ‘끼얹다’, ‘빠지다’라는 뜻이란다. 그 아포가토를 손쉽게 만드는 방법은 먼저 잔에 바닐라향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적당량 담는다. 이 때 아이스크림은 집근처 편의점에서 사면 편리하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월드콘이나 더블비얀코 아이스크림, 또는 본젤라또 쵸코 피넛버터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는데 느끼한 맛을 줄이고 짙은 커피맛을 즐기려면 저지방 아이스크림이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어울린다. 아이스크림을 적당한 양 잔에 담고 그 위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끼얹듯이 부으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살아 있는 한 폭의 추상화다. 일회용 아이스크림에 쵸코가 발렸거나 건과류가 들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게 만든 아포가토를 마시면 아니스크림으로 차진 혀를 녹이는 뜨거운 커피가 황홀한 옛사랑의 기억을 되살린다.
아포가토를 만드는 날 그윽한 커피향이 집안 가득히 번질 것이다. 이 가을에 한 잔의 아포가토로 새로운 삶을 이끌어 보리라. 이번 가을에는 사랑의 아포가토부터 만들어 볼 일이다. 그리고 우리를 찾는 모든 손님과 그레고리안 챤트를 들으며 손수 만든 아포가토를 함께 마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은 먼저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모카포트와 원두커피를 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흰 눈 펑펑 내리는 대림시기에 사랑하는 엘사와 가족과 함께 아포가토를 마시며 아기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아포가토를 만들 수 있게 해준 스테파노에게 기쁜 성탄의 마음을 한줌씩 나누고 싶다. Gpd with Us!!
첫댓글 고향다방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저는 아포가토가 커피 이름인줄 오늘 첨 아는 무식이입니다.^^
날이 갈수록 다양하게 멋져지시는 비오형님!
한쪽 문이 닫혀진 것에 낙심하지 않고 얼른 다른쪽 문을 찿으시는 지혜로우신 그리움님!!
실력을 연마하셔서 담에 뵐때 더 맛있는 아포가또를 맛보여 주세요.^^♡
진한 커피향과 함께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조화, 아포카토 맛이 궁금합니다.
모카포터부터 구비해야하는군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즐기시는 그리움님!
커피향과 함께 가을 만끽하시며 건강하세요!~~~^^*
집에 있는 게 모카포트였네요.ㅎㅎ 한 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작년 어느 신부님과 함께 투썸에 가서 아포가또를 처음 접했어요...
쌉싸르한 첫맛, 따라서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 반했어요.. 몸살이 나서 누워 있을때도 아른거리듯 중독.ㅎㅎ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네요..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아침 커피향 우리의 오감을 기분좋게~
매번~참~ 대단합니다"하는 입벌림
슬기와 지혜가 가득한 바구니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종종 즐거움과
감동을 주시는 그리움님!감사합니다^^* 아포가토가 그립습니다. 맛,멋 다갖추신 그리움님"Have a g~~oood day!"
국장님 도전 정신은 우리도 배워야 겠습니다. 바리스타 다 되셨네요.힘든 시간 보내고 계실 마음에 기도로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모카포트로 추출한 커피향이 전주까지 전해져 옵니다.
엘사 형님께서 선생님께 지어주신 "따라쟁이"라는 애칭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항상 시도하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저희도 분발해야겠어요.
선생님께서 만드신 맛있는 아포가토를 기대하겠습니다. ^^*
전 늘 '아메리카노'였는데 '아포가토'커피도 마셔보려구요. 저도 그리움님
따라쟁이 해보렵니다. ㅋ ㅋ
글을 읽는동안 마치 온 집안에 아포카토향이 퍼져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올 가을에는 아포카토와 함께~~~
멋지신 바리스타님 글 잘 읽고 갑니다
그윽한 커피가 아이스크림을 녹이는 연상을 해봅니다.
커피만 마시면 잠을 잘 못이루는 마음에 들지 않는 체질이지만,
언젠가 아포가토커피를 마실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아기토비형님! 집에 있는 모카포트 잘 간직하고 계세요~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