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식당 차림표
울면 안 됩니다
쫄면 더 안 됩니다
냉면만 됩니다
눈물 소금 머금고 있는
주인 부부의 기도문
천만번의 맹세
울면서 쫄면서 먹는
오싹 냉면 한 그릇
몰래 키워온 고향의 봄
복숭아꽃 살구꽃 동토를 녹인다.
<시작 노트>
울란바토르, 황량한 도시 위로 사랑의 어혈인 양 비가 내린다. 여름 내내 비가 내리고 진주식당 아지매는 슬프다. 냉면은 몽골의 짧은 여름을 겨냥한 계절 메뉴이다. 홀에는 어깨 딱 벌어진 몽골 남자 두 명이랑 나뿐이다. 부디, 이 가을엔 행복 하시라. 울지도 말고 쫄지도 마시라. 고비사막에서 삶의 고비를 넘긴 사람은 품이 커진다. 근거도 없이 나를 모함하는 철없는 시인 할머니조차 웃을 땐 새끼 여우처럼 죄 없어 보인다.
첫댓글 몰래 키워 온 마음의 꽃과 노래는 죄가 없다. 울란바토르에 비가 내리면, "라산스카 나 지은 죄가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김종삼, 「라산스카」)
아래 주소를 누르면 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81901153147724
첫댓글 몰래 키워 온 마음의 꽃과
노래는
죄가 없다.
울란바토르에 비가 내리면,
"라산스카 나 지은 죄가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김종삼, 「라산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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