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어떤 사람이 암산(暗算)을 한다.
그는 그 결과를 가령 다리(橋)나 기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ㅡ 당신은 그가 실제로 계산을 통해서 이 수(數)를 얻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이를테면 그것이 일종의 몽상을 통해 그의 품속으로 떨어졌다는 말인가?
틀림없이 계산이 진행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진행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계산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계산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계산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가 얻은 올바른 결과가 설명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ㅡ 하지만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어떨까? :
"그에게는 마치 자신이 계산을 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올바른 결과가 왜 꼭 설명될 수 있어야만 하는가?
그가 한마디 말도 없이 어떤 기호도 쓰지 않고 계산할 수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 아닌가?"
상상 속에서 계산하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는 종이에 계산하는 일보다 비실제적인가?
그것은 실제로 계산하는 ㅡ암산하는 ㅡ 일이다.
그것은 종이에 계산하는 일과 비슷한가?
ㅡ 나는 그것을 비슷하다고 블로야 할지 모르겠다.
검은 줄들이 쳐진 흰 종잇조각은 사람의 몸과 비슷한가?
365.
암산은 종이에 계산하는 일보다 비실제적인가?
ㅡ우리는 아마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종이, 잉크 등이
단지 우리의 감각 자료들로부터 논리적으로 구성된 것에 불과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함으로써,
반대의 생각에 이를 수도 있다.
"나는 . . . 라는 곱셈을 암산으로 했다."
ㅡ 나는 가령 그런 진술을 믿지 않는가?
ㅡ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하나의 곱셈이었는가?
단순히 '하나의' 곱셈이 아니라, ㅡ암산으로 한 ㅡ 이 곱셈이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
그것은 종이에 하는 곱셈에 대응하는 어떤 정신적 과정이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정신 속에서 일어나는 이 과정은 종이 위에서 일어나는 이 과정에 대응한다."
그렇다면 기호의 이미지가 기호 자체를 묘사하는 모사(模寫)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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