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구실로 아이들의 인격과 지역사회의 바탕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나,
이 방법은 관계하는 이웃이 되도록 부탁드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영향이 넓게 미치기 어렵습니다.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홍보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주제나 내용을 정해서,
아이들이 띠를 두르거나 피켓을 들고 온 마을 돌아다니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알리는 일.
캠페인 그 자체도 의미 있고
아이들의 인격이나 지역사회의 바탕에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깊은 묘미가 있습니다.
캠페인을 빨리 치루는 것보다,
준비과정에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인정과 나눔, 관계와 소통을 충분히 살려야 합니다.
철암어린이도서관은 이렇게 마을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1) 먼저 모둠별로 아이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전체모임에서 캠페인 주제를 정했습니다.
실천하기 어렵거나 일반적이고 막연한 주제보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주제, 말이나 행동을 주제로 정하자고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이렇게 대해 주세요.' 하는 내용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집이나 마을에서 아이를 만나면 이렇게 해주세요. - 몇 가지’로 주제와 내용을 정하고,
다시 모둠별로 모여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안을 적고,
도화지와 A4용지에 전단지를 디자인했습니다.
<제목>
- 칭찬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권은정,김미성,심은영)
- 아이들을 존중하기.(박솔,성다예,장진주,이혜윤,한선희,한아름,장진선,원주희,원주현,이슬기)
- 칭찬 하나 더, 칭찬 하나 +(송백연,김병훈,이지은,김형우,김광구)
- 어린이에게 감사합니다고 세 번 말해주세요. (이주은,김기남,김태현,김은지,송숙희,황성혜)
- 알찬 마음의 사람들. (박시은,송홍윤,최명호,최대호,김남기,정의철,정의찬)
- 집이나 마을에서 아이를 만나면 이렇게 해주세요.
<실천하기>
- 할 일을 스스로 했을 때 아이에게 웃어주고 안아주세요. (권은정,김미성,심은영)
-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 하루에 세 번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 이웃과 함께 나눠먹어요. (박솔 외)
- 친구, 나눔, 사랑, 배려, 믿음, 행복, 마을전체, 함께 나누는 이웃, 인사.
-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송백연 외)
- 하루 한 번 아이들을 칭찬해주세요.
- 저녁에 오면 안아주세요.
- 입에서 나오는 칭찬.
- 존중하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세요. (이주은 외)
- 인격적으로 대해주세요.
- 사랑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사랑해요. 감사해요.
-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어른들이 잘 받아준다.
- 아이를 만나면 바른말 고운 말 쓰자. (박시은 외)
-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잘 받아주기.
- 어른과 아이들의 협동심, 어른과 아이들의 협동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자.
- “안돼!” 보다 “해보자!”
- 아이들과 행복을 나눠요.
- 아이를 무시하면 안돼요. 아이가 인사하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그림>
아이들과 함께 만든 캠페인 포스터
모둠논의가 끝난 후에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회의록과 포스터를 하나씩 보며 아이들이 직접 쓴 제안을 실천했습니다.
옆 사람 눈을 보며 '감사합니다.' 세 번 말하기, 안아주기, 칭찬하기…. 정답습니다.
아이들이 귀하고 예쁘게 보입니다.
2) 모둠별로 전단지 안을 가지고 마을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드립니다.
과정이 드러나고 구실이 살아나니 신명납니다!
아이들과 미리 상의하여 어른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정했습니다.
포스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마을 어른들에게 담당자, 실습생이 대신 잘 설명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직접 설명하는 것이 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 솔이가 속한 모둠은 철암장로교회 목사님을 먼저 찾아뵙습니다.
들고 온 프린트를 보여 드리며 솔이가 차근차근 설명해 드립니다.
"저희가 만든 포스터예요. "
"이런 식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하는 것이나
평소에 우리 마을에 대해서 생각하셨던 것이나
포스터 보시고 수정이나 마음에 드는 것 알려주세요."
차근차근 말합니다.
목사님은 설명하는 솔이가 귀여우신지 연신 웃으십니다.
솔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진지하게 설명하는 질문에
목사님도 진지하게 물어보시고 말씀하십니다.
"22일이나 23일에 캠페인을 하려고 하는데요.
전단지를 배포 할 건데요 함께 하실 수 있으세요?"
"배포 방법이나 홍보방법에는 더 좋은 방법이 있거나
생각나는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포스터를 만들려면요. 돈이 많이 드는데요. 후원 해주실 수 있으세요? "
가져온 프린트를 읽어 보시며
마음에 드는 문구도 말씀 해주시고
마을캠페인이 어떤 것인지 문구의 궁금한 부분도 물어봐 주십니다.
마을캠페인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그 말을 다 들으시고 웃으시며 후원금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떡하니 그냥 후원금만 주시는 것이 아닌
이것저것 관심 가져 주시고 물어 봐주시고 하니
더 감사하고 과정이 드러나고 살아나고
준비하는 사람도 맞아주는 사람도 신나고 재밌습니다.
삼방약국, 돈돈가스…. 한 곳 한 곳 들릴 때마다 자신이 붙습니다.
독일의원에 갔던 지수 모둠은 기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전단지 제작비용 전부를 이강호 원장님께서 내주시고 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께서 과자 사먹으라고 주신 2000원도
전단지 제작에 보태기로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한 것뿐인데,
전단지 제작비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예쁘게 만들어질 전단지와 피켓 들고
힘차게 홍보할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고 기대가 됩니다.
3) 어른들 의견을 듣고 수정, 보완하여 기획사 디자이너께 보여드리고
조언을 구하거나 제작 의뢰합니다.
도서관에 오신 이재임(송백연, 승규네) 어머니께
마을캠페인 홍보문구와 전단지 안을 보여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께 부탁드리는 문구 중에
어머니 입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거나,
적용해보고 싶은 항목을 뽑아주셨습니다.
준비과정내용, 참여한 아이들 이름, 후원하시 분들 상호를 넣기로 했습니다.
독일의원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강호 원장님께 전단지 제작비 후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전단지 뒷면에 '의사 선생님으로서 지역주민들께 전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습니다.
얼마 후에 원장님께서 ‘감기에 대해서’ 라는 건강칼럼을 써주셨습니다.
어린이 대표와 함께 전단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회의록과 포스터를 보여드리며 그 의미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하는 대표의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포스터의 이미지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며칠 후 전단지가 나왔습니다.
모둠별로 100장이 되는 전단지를 아이들과 접고
어떻게 나눠드릴지 의논합니다.
신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께 인사드리며
기남이, 주은이, 혜윤이가 열심히 설명하며 나눠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철암어린이 도서관에서 왔는데요.
아이사랑 마을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아이가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안아주세요.
저희가 시범을 보여 드릴게요."
라고 말씀 드리면서 다 같이 안아드렸습니다.
처음엔 할머니 할아버지 안아드리는 것을 쑥스러워 하더니
이내 다들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지나가는 분께도 차에 앉아 계신 분께도
빌라에도 약국에도 슈퍼에도 정육점에도
아이들과 마을 곳곳을 안아줍니다.
"안아주세요."
"아이가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안아주세요."
얼마나 따뜻하고 역동이며 감동인지,
안아주는 우리도 안기는 분도 어찌나 따뜻해 하시는지
저희가 다 같이 안아 드리니 너무나 좋아하십니다.
예쁘다며 조심히 가라며, 눈길 미끄럽다며 한마디 더 해주십니다.
사랑이 넘치십니다.
마을 캠페인의 마무리 활동.
감사합니다.
따뜻합니다.
살맛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