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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보틀의 디자인
"예뻐야 되,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좋은 커피도 ‘예뻐야' 좋아 보인다. '예뻐야’ 팔린다. '블루 보들의 디자인도 일단 '예쁘다'. 터 쿼즈 (turquoise) 컬러의 병 로고가 열 일을 한다. 블루 보틀이 출시하는 커피 원두, 머그 잔, 핸드 드립기구, 에코 백 에까지 예쁨이 박힌다. JP 모건의 카미 요 그레코 대표는“블루 보틀을 가는 건 단순히 스튜디오를 가는 것과 같다 "고 했다. 오늘도 이곳 스튜디오에서는 쉴새 없이 카페에 가는 게 아니라 예술가의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 예쁨이 담긴다. 고급스런 '취향'이 되어 인스타 그램에 올라간다.
블루 보틀에게 '디자인'의 의미는 광의적이다. 예뻐야 하는 건 기본이다. 디자인은 '문제의 해결'이다. '메시지'다.' 제안'이다. 블루 보틀 매장을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매장은 '커피를 즐기는 장소'로 디자인' 된다. 의자와 테이블은 휑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여유롭게 배치된다. 인구밀도 높은 도쿄에서는 드문 공간이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대신, 이곳에 충전용 콘센트는 없다.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다. 노트북을 켜놓고 내일 있을 중간 고사를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블루 보틀에서는 ‘커피에만 집중하셨 으면 합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디자인이다.
제안도 '디자인' 한다. 블루 보틀 메뉴의 수는 단출하다. 커피의 사이즈는 하나뿐이다. 전하려는 말은 분명하다. "우리가 잘하는 것만 제대로 만들어서 드릴게요."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사이즈는 이거 하나에요." 확신이 그득한 제안이다. 전문가의 자신감이다. 고객의 신뢰는 자연스럽다. 블루 보틀은 인생커피가 된다. 디자인의 힘이다.
♧ 전환점
2017년 9월은 블루 보틀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다국적 식품 기업 네슬레가 블루 보틀의 지분 68%를 4억 2500만 달러 (약 4800억 원)에 인수했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마저도 네슬레가 적극적으로 매달려 얻어낸 결과였다. 그만큼 네슬레 쪽이 절박했다. 매년 급격히 성장 중인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네슬레의 자리는 없었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네스카페' 모두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플레이어였다. 비빌 언덕이 필요했다. 블루 보틀과 함께하면 뭐든 해볼 수 있겠다. 결국, 네슬레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 스타 벅스
이 순간 가장 긴장하는 건 스타벅스다. 지난 20년 간 전 세계 커피 시장을 독점해온 챔피언이다. 이렇다 할 적수가 없던 판에 네슬레를 등에 업은 신성이 출현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잡는 쪽이 다음 시대의 챔피언이 된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나섰다. '고급 커피 바' 형태의 리저브 바 사업에 힘을 쏟는다. 앞으로 수백 개의 리저브 매장을 내고, 미국과 중국 등에 플래그십 로스터리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전쟁의 서막이다.
언론이 이런 '꺼리’를 놓칠 리 없다. 뉴욕 타임즈는 "스타벅스가 마이크로 소프트라면 블루 보틀은 커피업계 애플"이라고 했다. 자극적이다. 싸움을 붙이려 안달이다. 그러나 두 브랜드 간의 승부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게임이 아닐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경영 학자 톰 피터스의 말마따나 '훌륭한 경쟁자보다 더 축복은 없으니까'. 업계의 두 고수는 서로를 의식하며 보고 배울 것이다. 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시장은 커질 것이다. 다른 브랜드가 아닌 스타벅스와 블루 보틀 간의 경쟁이어서 그렇다.
♧ 에티튜드
블루 보틀을 향한 합당한 의심도 존재한다.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도 커피의 퀄리티를 지킬 수 있을까. 제임스 프리먼의 뜨거움은 신참 바리스타에까지 미칠까. 블루 보틀은 계속 '러브 브랜드'로 남을 수 있을까. (네슬레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브랜드의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블루 보틀의 미래를 낙관하는 건 지금까지 이 브랜드가 보여준 '에티튜드' 때문이다. 커피에 관해서라면 블루 보틀은 지금껏 타협을 몰랐으니까. 집착에 가까운 에티튜드가 지금의 블루 보틀을 만들었으니까.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었으니까. 사람도 브랜드도 에티튜드가 전부인 건 매한가지다. 이 부분이 굳건하다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다. '고객의 인정'도 마찬가지이고. 결국, 에티튜드다.
(브랜드보이(기획자:TBWA KOREA에서 광고를 시작하여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기획자. '임팩트가 없으면 죽음을' 이라는 모토를 지닌 '임팩트 주의자')의 글을 그대로 발췌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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