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62〉선종 표방하지만 염불과 뗄 수 없는 관계
승려는 염불하고 마지 밥 내려 먹어야 한다
대승에서 당연히 염불행법 존중
정서 맞는 염불음악 보급도 중요
초기불교는 이성과 냉철함을 바탕으로 개인적 사유와 도의 실현을 기반으로 한 반면 대승불교는 사회적 공존의식 속에 ‘구제’라는 보살사상이 등장한다. 즉 대승불교에는 누구나 수행해서 성불할 수 있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수행법이 나왔다. 바로 이 대승불교의 수행 중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염불이라고 생각한다.
<무량수경>에 임명종시에 아미타불 명호를 십념(十念)만 하면 왕생극락한다고 하였고, <관무량수경>에는 아무리 사악한 악인이라도 ‘나무불’이라고 열 번만 소리 내어 부르면(十聲) 극락세계에 왕생한다고 하였다. 또한 <법화경>에는 “만약 누군가 산란한 마음으로 부처님 탑묘에 들어가 한 번이라도 ‘나무불’ 하고 부른다면 이 사람은 이미 불도를 성취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초기 대승경전에 드러난 사상에는 부처를 칭명(稱名)하는 타력적인 신행이 등장하면서 모든 중생이 함께 행복한 세계에 살 수 있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과학과 의학이 나날이 발전해도 현대인의 삶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고독한 존재이다.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스트레스로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시기에 불교 포교의 한 일환으로 염불에 의한 마음 치유를 개발하는 것도 한국불교의 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이 염불을 정토신앙이 발달한 중국이나 한국불교에서 하근기나 아녀자만이 하는 낮은 수행이라는 인식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
하지만 대승경전에 근거해 본다면, <금강경>에서는 “이 법은 평등해서 높고 낮음이 없다”고 하였고, <능엄경>에서는 “근원으로 돌아가는 성품은 두 길이 없으나 방편 따라 가는 길에는 여러 문이 있다(歸元性無二 方便有多門)”고 하였다. 또한 <법화경>에서는 삼승방편 일승진실이라고 하여 삼승은 방편설이지만 모두 깨달음(一乘)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성을 가진 존재로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일승설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대승불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염불 행법이 존중되어야 한다. 더불어 불자들이 쉽게 행할 수 있는 염불법을 개발함은 물론이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염불 음악이 보급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불보살의 명호에는 부사의한 힘이 있으며, 우주만유의 생명력이 흐르고 있다. 불보살 칭명에 있어 아미타불만을 염하라는 뜻이 아니다. 아미타불이든, 석가모니불이든, 관음보살이든, 지장보살이든 평소 자신에게 익숙한 불보살의 명호를 칭명하면 된다. 또한 옴마니반메훔이나 <대방광불화엄경>, <나무묘법연화경>, <마하반야바라밀>, <금강반야바라밀> 등 경전명을 그대로 염해도 된다.
입으로 칭명하고, 내 마음의 지극함이 담겨 있는 염불을 하면서 염념상속(念念相續)만 된다면 부처님의 광명이 그대를 비출 것이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것이다. 소납은 아미타불을 염하는데, 그 칭념(稱念)만으로도 나를 든든히 가이드해주는 후원자와 같은 충만함을 느낄 때가 있다. 염불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상대방에게 화나는 마음이 일어났어도 그 순간에 아미타불이나 관음보살을 염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진심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8풍에 동요되지 않는 평정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햇중 시절, 어른들께서 “중은 염불할 줄 알아 마지 밥 내려 먹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선종을 표방하지만 염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몇 년전부터 교육원에서 학인들에게 염불 수업을 강조하고 있고, 근자에 학인염불시연대회가 있을 거라고 하는데, 호응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는 염불이 점차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요,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수행법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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