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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교실] 17. 출가자와 재가자의 관계 출-재가의 엄격한 역할 구분 최근 들어 생산 활동이나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님들을 발견하는 일이 많아졌다. 백장선사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즉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청규의 영향으로 한국의 출가교단에서도 사찰 내에서 밭을 가꾸는 등의 노동은 거의 의무처럼 여겨져 왔는데, 최근에는 세속적인 차원의 경제 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초기불교교단의 전통을 이어받은 상좌부불교국가에서는 다소 시대의 변화를 겪고는 있지만, 오늘 날에도 여전히 승려의 경제 활동이나 생산 활동은 금지되고 있다. 사찰에는 채소를 가꾸는 밭도 없으며, 음식을 조리하는 부엌도 없다. 오로지 오전 중에 한 번 걸식을 통해 재가신자가 발우에 담아 주는 음식이 그들의 식사가 된다. 출가자의 의식주 해결은 주로 재가신자의 몫인 것이다.
재가자들이 출가교단에 보시를 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공덕(puJJa, 복)을 쌓기 위해서이다. 흔히 출가교단을 복전(福田)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거기에 보시의 씨앗을 뿌리면 후에 복덕이 발생하는 밭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보시의 대상에 따라 공덕의 양은 달라진다. 같은 출가자라도 탐욕에 사로잡힌 자에 대한 보시는 공덕을 쌓지 못하며, 덕이 높고 청정한 자에게 베푸는 보시야말로 큰 공덕을 가져온다고 여겨졌다. 좋은 밭에 뿌린 씨앗이 훗날 풍요로운 결실을 맺게 해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부처님이 출가교단을 모든 생산 활동을 방기한 종교집단으로 만드신 배경에는 물론 당시 인도 일반의 관습이 존재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청정한 모습으로 재가자에게 존경받는 출가자, 그리고 훌륭한 출가자를 공경하고 받드는 재가자, 바로 이 아름다운 조화가 불교교단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