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개구리 불법포획을 막아주세요.
밤새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올해 가장 많은 눈이었습니다. 땅 속 얼어붙은 생명들은 소복이 쌓인 흰 눈이 이불이 될 것입니다. 또한 지표를 덮고 있는 눈은 서서히 녹아 메말랐던 대지에 수분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이때쯤 되면 산새들은 먹이를 찾아 분주히 날아다닙니다. 눈 쌓인 숲에서 먹을 것을 찾지 못하는 야생동물들도 힘겹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도심까지 멧돼지가 내려오고, 도로변에 고라니, 너구리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사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시기도 이 즈음입니다.
이 시기에 야생동물 중에 가장 많은 봉변을 당하는 것은 단연 산개구리들입니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 농촌에서는 사랑방에 어르신네들이 모여 지글지글 개구리탕(만세탕)을 끓여 드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개구리는 겨울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습니다. 한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개구리가 폐결핵의 특효약으로 사용해 왔다고합니다. 개구리의 영양가가 높고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동면하는 개구리는 양기가 약한 남성의 강정제로 이용하고 있어 어르신들께서 많이 잡아드셨습니다. 기운이 없고 위의 기능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좋고, 어린 아이의 오장육부가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나 발육이 부진하고 비위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경우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산후에 기운이 없는 사람, 몸이 허약한 사람,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개구리 불법 포획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박지성 선수가 어려서 개구리즙을 오랫동안 먹어서 스테미너와 지구력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고 하여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비싼 값에 개구리즙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개구리의 멸종위기는 크게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 서식지의 파괴, 인간에 의한 불법 포획, 양서류 질병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보신용 불법포획이 가장 위급한 문제 중에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개구리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도 개구리 뒷다리 요리가 유명한 요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포획의 수법이 밧데리를 이용하거나 암모니아를 뿌리는 등 싹쓰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겨울 한 철이 지나고 나면 많았던 계곡에서 개구리 씨가 말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청원군 내암리 계곡을 보면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포획을 하다 단속에 적발되면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 산야에서 진행되는 불법포획을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단속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민간차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충청북도에서 야생동․식물 보호와 민간 자율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야생동․식물보호법 제 61조에 의한 「명예야생동․식물보호원」을 위촉한다고 합니다. 이 즈음에 환경단체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양서류시민감시단을 조직하여 「명예야생동․식물보호원」에 공동으로 등록하여 활동하고자 합니다. 양서류시민감시단은 단체와 개인의 네트워크 형태로 결합하여 운영하고자 합니다. 충북지역에서 불법으로 개구리 포획을 하는지 감시활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후 우리나라의 양서류 조사, 예를 들어 산개구리, 금개구리, 맹꽁이, 수원청개구리 조사 등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의 양서류 모니터링 활동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구리 모니터링 앱을 개발하여 누구나 전국 각지에서 조사 사진이나 음성을 올리면 조사지점이 전국지도에 뜰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의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모니터링 방식을 도입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 청주 여러곳에 토종개구리 전문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당을 이용하시게 된다면 꼭 물어보십시오. 토종 양식인지 아닌지를. 여러 지자체들에서 산개구리 양식을 허가해서 합법적으로 산개구리를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식을 시도했던 많은 분들이 양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토종 산개구리는 중국산 수입개구리이던가 아니면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살고 있는 산개구리를 불법 포획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확인하여 주십시오.
개구리는 기상이변에 가장 민감한 환경지표동물입니다. 개구리는 피부호흡과 허파호흡을 하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변화와 오염에 아주 민감합니다. 그래서 개구리가 살아가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가장 좋은 곳입니다. 일본의 한 도시는 시정 목표를 개구리 울음소리를 도심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도시라고 합니다.
우리 산하의 개구리를 지켜내고, 양서류가 도시 곳곳에서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활동의 첫 시작이 양서류 시민감시단 활동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생태교육연구소 '터' 2011년 12월호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