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미국의 영토 확장
'아이스박스'로 조롱받던 땅, 석유 발견돼 영토 매입 성공 사례로
미국의 영토 확장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윤상진 기자 입력 2025.02.19. 00:30 조선일보
눈 덮인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시 전경. 알래스카는 많은 지역이 얼음과 빙하로 덮여 있어 매입 당시 미국 내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어요. /위키피디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풍부한 광물자원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가치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이에 덴마크인들은 크게 반발하며 최근엔 ‘(미국) 캘리포니아를 사자(buy California)’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까지 시작했지요.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는 미국은 과거 여러 영토를 매입해 지금의 크기가 되었답니다. 오늘은 미국의 영토 매입과 확장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래 한 번에 두 배로 늘어난 영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독립전쟁(1775~1783) 이후 공식적인 독립국가로 거듭납니다. 오늘날 50주(州)로 구성돼 있는 미국은 이때만 해도 13주에 불과했죠. 영토는 지금의 동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의 확장은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1803년 미국은 미시시피강 서쪽의 루이지애나를 프랑스에서 매입했어요. 오늘날 미국 중서부 지역 대부분을 포함하는 땅으로, 미네소타·미주리·아칸소·캔자스주 등이 속하지요. 이때 얻은 땅은 약 214만㎢로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10배 가까운 크기예요.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미국 영토는 두 배로 늘어났고, ‘서부 개척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프랑스는 이렇게 큰 땅을 왜 미국에 넘겼을까요? 당시 스페인에서 루이지애나를 양도받은 프랑스는 북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1791년 프랑스 식민지 생도맹그(현 아이티)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루이지애나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죠. 아이티 반란군에 패배한 프랑스는 결국 북미 지역에서의 확장을 포기하고,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로 전략을 수정합니다.
1803년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국기 게양식이 열리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넘겨준 프랑스의 국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이런 상황에서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 항구를 매입하고자 프랑스에 사절단을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아예 루이지애나 전체를 1500만달러에 사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현재 가치로 수천억 원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미국은 이를 승낙했고, 1㎢당 10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거대한 땅을 얻은 거예요.
흥미로운 점은 양측 모두 거래할 땅의 정확한 경계를 알지 못했다는 거예요. 당시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강 서쪽의 광대한 지역을 의미했지만, 경계가 어딘지 정확한 지도나 측량 자료가 없었어요. 거래에 나서기 전 미국은 미시시피강 서쪽 유역 일부를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은 당시 자신들의 영토만 한 크기의 땅을 얻게 되었고, 이를 통해 미국은 북미 대륙을 아우르는 국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미국이 영토를 매입한 시기를 표시한 지도. 동 부 13주로 시작한 미국은 19세기부터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섰어요. 현 재 미국은 50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픽=이진영
군사 압력으로 플로리다 얻어
미국은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압박해 땅을 얻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819년 매입한 플로리다인데요. 당시 플로리다는 스페인령으로, 탈주한 노예들의 은신처이자 해적들이 활동하는 곳이었어요. 미국 정부는 이를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었죠.
1818년 미국의 앤드루 잭슨 장군은 플로리다의 인디언과 해적들이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것을 빌미 삼아 플로리다 지역에 군사작전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스페인이 플로리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며 압력을 넣었죠.
당시 스페인은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 전쟁(1803~1815)으로 경제∙군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미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식민지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결국 플로리다를 미국에 양도하기로 합니다. 대신 미국이 스페인의 채무를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조건이었죠.
가장 어리석은 매입은?
이후에도 미국은 전쟁과 외교 협상을 통해 영토 확장을 이어나갑니다. 이때 멕시코에서 텍사스∙캘리포니아 등을, 영국에서 오리건 지역을 얻죠. 1867년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영토 매입이 이뤄지는데요. 바로 러시아의 알래스카를 산 것이죠.
당시 미국은 태평양 연안의 영토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러시아의 상황도 맞아떨어졌죠. 러시아는 크림전쟁(1853~1856) 이후 재정 상황이 나빠져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알래스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미국은 720만달러를 들여 알래스카를 샀는데, 1㎢당 5달러도 안 되는 헐값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국내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불모지’를 샀다는 비판이 이어졌죠. 언론들은 이 거래를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이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서 알래스카를 ‘수어드의 아이스박스’라고 조롱하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알래스카는 미국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토 매입으로 평가됩니다. 알래스카에서 금, 철광석, 석탄,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발견됐기 때문이에요. 알래스카주는 천연자원을 팔아 1년에 수십억 달러 이익을 얻고, 주민들에겐 배당금까지 주고 있지요.
군사 요충지 매입하기도
미국은 덴마크에서도 영토를 매입한 적이 있답니다. 바로 카리브해의 휴양지로 유명한 섬들로 이뤄진 버진아일랜드인데요. 미국은 1917년 50여 섬으로 이뤄진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를 2500만달러에 샀어요.
미국은 19세기 중반부터 이곳을 사려고 시도했지만 덴마크와의 의견 차이로 번번이 협상이 불발됐어요.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계기로 구입이 성사됐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던 1915년 미국인 승객을 태운 여객선 루시타니아호가 독일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아일랜드 근해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해요. 이후 미국은 혹시 모를 유럽 적대국이 본토를 침공하는 것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껴요. 그래서 미국 앞 카리브해를 감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 구입을 추진하게 됩니다. 당시 덴마크도 식민지 유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협상이 이뤄졌습니다.
윤상진 기자 사회정책부
사회정책부 근무. '신문은 선생님' 코너를 기획합니다.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 ㈜ 파우스트 칼리지
전 화 : (02)386-4802 / (02)384-3348
이메일 : faustcollege@naver.com / ceta211@naver.com
Cafe : http://cafe.daum.net/21ceta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Band : http://band.us/@ceta21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Blog : http://blog.naver.com/ceta211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Web-site : www.faustcollege.com (주)파우스트 칼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