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바위 / 오세재
북쪽 산고개에 바윗돌 뾰족한데
곁의 사람 창바위라 하는구나
저 멀리 학을 탄 王子晉 들이받고
높다라니 하늘 오르는 무함 巫咸찌르겠네
자루를 다듬는 데는 번개가 불이 되고
창날을 닦는 데는 서리가 소금이 되리
어이하면 병장기로 만들어
초나라 무너뜨리고 범나라도 멸망시킬까!
戟嚴 /吳世才
北嶺石巉巉 북영석참참
傍人號戟巖 방인호극암
逈撞乘鶴晉 형당승학진
高刺上天咸 고자상천함
揉柄電爲火 유병전위화
洗鋒霜是鹽 세봉상시염
何當作兵器 하당작병기
敗楚亦亡凡 패초역망범
-『동문선』제 9권
창날처럼 날카롭게 솟아 명물이 된 바위를 노래한 영물시. 창바위는 개성 북쪽으로 약 12킬로미터 떨어진 북산에 있다.
1연에서는 곧바로 바위가 위치한 곳에 이름을 소개 했다. 2연에서는 고대 전설 속의 인물인 왕자진과 신령스런 무당인 무함이 높고 뾰족하게 솟아난 바위 때문에 하늘을 나는데 방해를 받으리라는 발상이 참신하고 기발하다.
이어 3연에서는 '창바위'라는 명칭에서 단서를 얻어 바위의 하단을 창자루, 상단을 창날로 나누어 특징을 노래했다. 바위 아래로 번개가 내리치는 것은 창자루를 화롯불에 넣어 단련시키는 공정에, 바위 윗부분에 하얗게 서리가 덮힌 것은 창날을 닦느라 소금을 사용한 것에 비유 했다. 번개가 치고 서리가 내리는 자연현상을 창바위를 더욱 강하고 날카롭게 가공하고 단련하는 과정을 비유했으니 재치가 넘치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4연에서는 거대한 창바위를 병장기로 가져다 써 외세기를 물리치고 조국을 수호하길 바라는 염원을 노래했다. 여기서 초와 범은 불특정한 외국을 가리켜 말한 것으로 (정저) (전자방) 에 두 나라의 왕이 회동한 고사가 있으나 시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오세재는 힘차고 준수한 시를 지었다고 전하는데, 이 시는 특히 험운險韻을 잘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백운소설白雲小說>에 의하면 "그가 북산에 올라 창바위를 제목으로 삼아 시를 지으려 할 때 옆사람을 시켜 운자를 내게 했더니 그 사람이 일부러 험한 운자를 냈다"고 한다. '험운'은 '강운强韻'이 라고도 하며, 운을 제대로 맞춰 시를 짓기가 어려워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운자韻字를 가리킨다. 이 시는 '하평성下平聲'인 '염' 운에 속한 글자로 압운을 했으며, 암巖 함咸 염鹽 범凡이 운자로 쓰였다. 압운에 심한 제약을 받아 자유롭게 시상을 펼치기 곤란함에도 매우 솜씨있게 시를 구성한 데에서 그의 남다른 시재를 확인할 만하다. 마지막 구의 경우, 운자로 '범' 지를 사용하느라 그와 연관된 나라 '초'를 시어로 사용했다.
출처: 고려 한시 선집
첫댓글 감사하게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