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 지난 6일 양주 고덕구장에서 펼쳐진 2018 K3리그 베이직 19라운드 양주와 여주의 경기에서 득점 선두 여주의 방찬준의 두 골이 연이어 터질 때만 하더라도 양주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양주는 승점 1점차로 쫓기는 여주에게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자칫 내줄 위기였다.
팀을 수렁에서 구해낸 해결사는 공격수 유동곤이었다. 전반 24분 이상훈 대신 들어가 그라운드를 누빈 유동곤은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유동곤은 “여주는 발밑이 좋지만, 공중볼에 약한 팀이다. 감독님이 날 부를 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86cm의 큰 키에 뛰어난 공중볼 경합 능력을 갖춘 유동곤은 사실 중앙 수비수다. 하지만 전문적인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고심하던 양주 김성일 감독이 그에게 공격수의 옷을 입혔다. 포지션을 바꾼 유동곤은 충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이날도 교체 투입 후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뽐냈다.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8분 3-2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골과 경기 막판 쐐기골을 기록하는 활약을 보였다. 동료를 돕는 움직임도 번뜩였다. 후반 10분 자신의 신체 조건을 활용한 깔끔한 연계로 김원겸의 발리골에 도움을 준 장면은 그야말로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학성고-고려대를 거치며 중앙 수비수로 이름을 날린 1992년생 유동곤은 2016년 대학 졸업 후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유동곤은 “울산은 정말 좋은 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안주했다. 자만심에 빠졌던 날들이었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결국 1경기도 뛰지 못한 그는 울산을 떠나 2017년 양주에 입단했다. 그 이후 파주를 거친 올해 다시 양주에 둥지를 틀게 됐다.
유동곤은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 중이다. 그는 선수생활과 병행하는 군복무 기간에 대해 “아직 1년 4개월 남았다”면서도 “K3리그에 뛰다보니 많은 걸 느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K리그에서 뛰다 방출된 후 K3리그 의정부FC를 거쳐 다시 K리그 무대에 돌아온 박지수가 국가 대표팀에 선발되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박지수를 비롯한 많은 K3리그 선수들처럼 유동곤의 마음 한 켠에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는 “우선 군복무를 잘 마친 후 내셔널리그나 끝내 누비지 못한 K리그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한편 K3리그는 어드밴스 11,12위 팀이 자동 강등되고, 베이직 1,2위 팀이 자동 승격된다. 어드밴스 10위 팀은 베이직 3~5위간 펼쳐지는 승격 플레이오프의 승자와 승강 여부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양주가 K3리그 어드밴스로 올라가려면 승격 플레이오프 1라운드(4위 vs 5위), 승격 플레이오프 2라운드(1라운드 승자 vs 3위), 승강 플레이오프(2라운드 승자 vs 어드밴스 10위)까지 총 3경기를 이겨야만 한다.
이에 대해 유동곤은 “우리는 현재 부상과 수술로 인해 골키퍼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드 플레이어가 골문을 지키는 상황”이라면서 “그럴수록 팀의 분위기가 더 단단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승격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주(글,사진) = 박재웅 KFA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