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현실적 합성(1-2)
그러나 도덕을 세우기 위하여 "마치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인 것처럼,"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처럼," "내세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살아야 한다. 결국 모든 도덕률은 게으른 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칸트의 그늘 안에 살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 에릭 바움(Eric Baum)은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과정에 의하여 산출된 컴퓨터 프로그램이고 자유의지는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다윈주의자이자 유물론자인 슬링거밴드(Slingerband)는 인간을 로봇으로 보는 자신의 환원주의적 주장이 통상적인 경험과 상반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는 이 생각이 기괴하고 역겨운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환원주의적 관점은 정서적인 저항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런 생각에 대하여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자는 "정신병자"(psycopath)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다원적 유물론과 경험은 심각한 인식론적 충돌을 일으킨다.
MIT의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인간은 물리학과 화학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생체분자들로 가득 찬 커다란 가방과도 같은 기계라고 말한다. 그는 자기 자녀들도 기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녀들을 실제로 대할 때는 기계로 다루지 않고 조건 없는 사랑으로 다룬다. 인간을 기계로 보는 유물론적 세계관이 합리적이라면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태도가 된다.
3)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실재를 다루는 태도에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 이들은 종교와 윤리 문제를 다룰 때는 벽지의 무늬를 선택하거나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듯이 철저하게 개인적인 기호나 감정에 따라서 결정한다. 그러나 과학이나 기술의 문제를 다룰 때나 돈을 벌거나 질병 치료를 받을 때는, 객관적인 사실적인 지식에 철저히 의존함으로써 자기의 세계관과 모순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철학자 루이스 듀프리(Louis Dupre)는 현대인은 단편화된 의미들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들을 하나의 전체로 묶어 줄 통합적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속적 세계관을 가진 자들에게 말할 때 우리는 세속적 세계관이 현실에 대한 토대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려 주어야 한다. 이 들이 세속적 세계관이라는 상자 안에 갇혀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크고, 더 부요한 개념적 우주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세속주의는 세속주의자들에게도 너무 작은 틀이다.
~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2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