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폭풍 부는 날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광풍을 고요하게 하사 물결도 잔잔하게 하시는도다.
그들이 평온함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중에 여호와께서 그들이 바라는 항구로 인도하시는도가(시편 107:29~30)
사나운 파도에 놀란 물고기들이 바다 깊숙이 몸을 숨길 때에도
숨을 곳 없어 짜디짠 바닷물을 온몸에 뒤집어썼습니다.
단련이 되었음직도 한데, 몸이 군데군데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하필이면,
이곳이 나의 고향일까 원망도 했지만,
날마다 폭풍의 바다가 아니기에 감사하며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제주도 북동쪽에는 '토끼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는데 문주란 자생지입니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는 섬이지요.
그러나 폭풍우가 밀려오면 근처에도 얼씬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청순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문주란이 피어납니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곳, 섬 속의 섬에서 살아가는 문주란,
그를 알지 못했을 때에는 그냥 가수이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p.s.
세화에서 종달리로 향하는 해안도로 북동쪽에 있는 작은 토끼섬.
토끼섬과 바닷물 아래로 토끼섬과 이어져있는
제주도 동쪽 끝자락 뭍 갯바위에는 문주란 말고도 으아리와 해녀콩 같은 것도 있었다.
흙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초록 생명이 자랐다.
큰 태풍이 오자,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 나의 텃밭까지 바닷물이 바람을 타고 와서
작은 텃밭의 초록생명들을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했다.
그런 태풍에 문주란 자생지 토끼섬은 온통 바닷물을 뒤집어 썻을 것이다.
그럼에도...
태풍이 지난 후 멀리서 바라보면 토끼섬엔 문주란이 활들짝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