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짓기와 이앙법
하나의 텍스트에서 단락이라함은 여러 문장이 모여서 단일한 생각을 구성하는 글의 덩어리를 말한다. 단일한 것은 동일한 것과 구별된다. 동일은 똑같다(same, equal)는 뜻을 지니고 단일은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했다(unified)는 뉘앙스를 지닌다.
단락은 행을 달리하여 표시된다. 한 개 이상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한 단위의 생각 덩어리를 이룬다. 예컨대 하나의 접시에 깻잎, 상추, 고추, 오이가 담겨있다면 이를 묶어 야채라는 단일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동일하지는 않다. 깻잎은 깻잎끼리 동일하고, 상추는 상추끼리 동일하고 고추는 고추끼리 동일하고 오이는 오이끼리 동일하다.
백남경 인제대 미래교육원 글쓰기교실 강사
단락을 지을 때 몇 가지 원리를 고려해야 한다. 독립적이되 통일성과 포괄성을 잃으면 안 된다. 이는 단락마다 연결성과 체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각각 독립성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면 시간성, 공간성, 논리성이 유지되면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된다. 단락은 중심되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즉 구체화하는 글의 덩어리를 통해 소주제 역할을 한다는 원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단락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기도 한다. 핵심 되고 절정이 되는 단락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단락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한 가지 생각이 끝날 때이다. 그리고 시간적, 공간적 내용이 바뀔 때다. 이를테면 MBC 드라마 전원일기를 생각해 보자. 식구들이 방에 모여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가 끝나면 남자들은 마당으로 나오고 여자들은 부엌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소를 몰고 들로 나간다. 장소적으로 장면 장면이 바뀐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는 시간성과 그때라는 시간성과는 큰 간격이 있으므로 단락을 나누어야 한다.
또한 색다른 논점으로 내용을 전개하려고 할 때, 구체적인 예시를 부연하려고 할 때, 등장인물이나 행동이 바뀔 때도 단락을 지어주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단락짓기는 편집의 의미도 있다는 점이다. 위와 같은 방법과 원리를 바탕으로 단락 짓기를 했다 하더라도 하나의 단락이 반 장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너무 길다면 독자가 읽기에 지루함을 주게 된다. 이 경우에도 단락을 나누거나 중복되는 내용을 간추려서 줄이는 게 좋다. 반대로 모든 단락이 하나의 문장으로 흩뿌려 놓은 글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좋지 않다.
그러면 단란 짓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글은 어떨까를 놓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산만해서 정갈한 맛이라고는 없다. 내용과 주제 또한 파악하기가 어렵게 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썰지 않은 큰 고깃덩어리를 마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질서해서 독자에게 피로감마저 안겨 준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사는 신도시는 신설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김해평가의 한 모퉁이가 굽어 보인다. 모내기를 한 벼들이 논에서 7월의 뙤약볕을 빨아들이며 생육이 한창이다. 태풍이나 홍수 등 예기치 못한 재앙이 내리지 않는 한 올해 가을도 풍년일 것이다. 이는 이앙법이라는 가장 효율적인 모내기법이 가장 큰 역할을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너무 오래전에 들어온 영농법이라 까마득히 잊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모판에서 모를 키운 뒤 옮겨 심는 모내기, 즉 이앙법이 널리 전파된 것은 역사적으로 조선 후기였다. 이앙법은 더 튼튼한 모를 골라 심을 수 있고 잡초 관리도 쉽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늘날에 도달하기까지는 이른바 직파법(흩뿌리기)이라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방법은 묘상 관리나 이식 노력 등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벼는 예외라는 사실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발견해 낸 것이다. 직파법은 발아가 고르지 않고 재식밀도가 균일하지 않게 되는 등 어린 모의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단락짓기는 이와 같이 어린 모를 보호해서 가을에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이앙법의 원리와 흡사하다. 글에서 어절이나 단락을 손질할 때 지나치게 촘촘하면 효과가 사라지게 되듯이 말이다. 요컨대 단락짓기는 낭비를 없애고 칸을 질러 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