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가 메스꺼움과 졸림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왔다.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었고, 심박수와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치솟았으며 심장 리듬도 불규칙해졌고 결국 심정지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소녀는 자살하려고 영국 주목나무의 잎을 먹었던 것인데, 이 나무에는 심장 독성이 있는 알칼로이드 탁산taxane이 들어 있다. 주목yew 나무 잎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소녀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심정지 상태에 들어갔을 때 심폐소생술, 제세동기 전기 충격, 항부정맥제 아미오다론 치료를 받았다. 이 소녀는 영국 역사를 공부하다가, 서기 60년 로마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이케니 부족의 이야기에서 주목나무 잎의 독성을 알게 되었다.
이 부족의 왕 프라수타구스는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로마 황제 네로를 자신의 딸들과 함께 공동 상속자로 지정했다. 그러나 왕이 죽자 로마는 이를 무시하고 이케니의 땅을 강탈했으며, 왕비 보우디카를 채찍질하고 딸들을 능욕했다. 이에 격분한 보우디카는 반란을 일으켜 수천 명을 학살하고, 당시 런던의 옛 이름이던 론디니움에 불을 질렀다. 로마 총독 가이우스 수에토니우스 파울리누스가 이끄는 군대가 반격에 나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보우디카의 군대를 격파했고, 이후 로마의 지배는 400년 더 지속되었다. 포로로 잡히는 것을 피하려고 보우디카는 주목나무 잎으로 만든 독을 마시고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보우디카는 침략자에 맞서 싸운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인물로 영국인의 집단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패배한 로마인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했던 사실은 잊혀진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다 보면, 창을 들고 전차 위에 서서 매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과 두 명의 어린 소녀가 함께 있는 큰 동상을 볼 수 있다. 바로 전사 여왕 보우디카와 그녀의 딸들이다.
주목나무는 매우 흥미로운 나무다. 주목나무 가지는 활을 만드는 데 매우 적합하다. 실제로 1991년 알프스에서 발견된 3,300년 된 미라 ‘외치’는 화살과 함께 활을 만드는데 쓰는 주목나무 막대를 가지고 있었다. 중세 영국 군인들은 주목나무로 만든 장궁을 사용했으며, 이 나무는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1472년 에드워드 4세는 모든 선박이 영국 항구에 입항할 때 화물 1톤당 주목나무 활 재료 4개를 가져오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오늘날 주목나무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1950년대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수천 종의 식물을 수집하여 항암 효과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워싱턴주에서 채취한 태평양 주목의 껍질 추출물이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죽여 특히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몇 년 후, 항암 효과를 내는 결정성 물질 파클리탁셀paclitaxel이 분리되었고, '탁솔'Taxol로 알려지게 되었다. 1971년에는 분자 구조와 작용 기전이 밝혀졌고, 암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방식이 규명되었다. 1982년 임상시험이 시작되었고, 10년 후 FDA는 난소암 치료제로 탁솔을 승인했다. 이후 유방암, 폐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위암, 그리고 HIV 관련 카포시 육종 치료로 사용이 확대되었다.
파클리탁셀은 나무 껍질 중량의 약 0.01% 정도밖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껍질이 필요했고, 껍질을 벗기면 나무는 죽게 된다. 이때 영국 주목이 해결책이 되었다. 바늘처럼 생긴 잎에서 10-디아세틸바카틴이라는 물질이 풍부하게 발견되었고, 이를 여러 단계에 걸쳐 탁솔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 반합성 방식은 이후 세포 배양 기술로 보완되었다. 잎에서 분리한 세포를 영양 배지에서 키워 탁솔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우디카가 주목나무 잎으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퍼져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는 없다. 가장 신뢰할 만한 기록은 당시 살았던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의 글인데, 단지 '보우디카는 독으로 생을 마감했다'고만 기록되어 있다. 그 독은 헴록, 투구꽃, 디기탈리스 같은 켈트족이 알고 있던 독성 식물이었을 수도 있고, 주목나무 잎이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