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리 존자의 전생 이야기 (2)
<찬집백연경>에서는 수보리가 왜 그렇게도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는지에 관한 전생 이야기가 있다.
아주 오래 전 가섭부처님 시절에 수보리는 스님이었다.
그는 도반들과 함께 공양을 나서게 되었는데 도반 한 사람이 무슨 사정이 있는지 꾸물거리고
따라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을 이끌던 스님이 입에 담기도 무색한 욕설을 그에게 퍼 부었다고 한다.
“독사보다 더한 녀석이다.”
어떻게 도반에게 이런 욕설을 쏟아낼 수가 있었을까?
그 스님은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서 오랜 세월 독사로 태어났고, 수 많은 생명들에게 독기를 끼쳤으며, 사람으로 태어나도 걸핏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던 것이다.
수보리는 구업의 과보로 많은 세월 고통을 받았다.
수보리 존자의 전생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한 가지 습관이 몸에 배면 쉽게 고치기가 어렵고, 만약 그 습관이 악한 것이라면 자신의 삶을 망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수보리 존자는 다행히 자신의 성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부처님을 뵙고 제자가 되어 수행을 완성할 수 있었다.
비록 분노 때문에 수보리는 몇 차례나 거칠게 태어나고 또 거칠게 살다 죽은 뒤에 또 다시 그렇게 태어나고....
이런 삶을 반복했지만 바로 그 분노 때문에 그는 부처님 전에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런 수보리인 만큼 그에게는 다음의 이야기도 뒤따른다.
불심이 깊은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이 실수로 지붕을 덮지도 않은 오두막을 수보리 존자에게 기증했다. 공사가 미처 끝나지 않은 것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러나 수보리는 평온하게 지냈다.
출가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겠지만 오히려 수보리 존자는 이렇게 노래했다고 <열반경>에서는 말한다.
“내 마음은 지붕이 잘 덮여서 어떠한 비바람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바람아. 불고 싶으면 불어라. 비야, 내리고 싶으면 내려라. 나는 거리낄 것이 없다.”
수보리 존자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고 태평스런 해공제일, 무쟁제일의 성자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늘 평온을 주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다시 사바세계에 오셔서 10대 제자들 중 첫 번째로 붓다 인가를 받고 ‘명상불’ 무현보살님이 되셨다.
그리고 수보리 존자에 이어 영산 당시 10대 제자들 중 사리불 존자, 마하가섭 존자, 아난 존자가 각각 불과를 증득하여 화광물, 광명불, 자재통왕불이 되셨다.
일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