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 유진 나이다(Eugene Nida)는 번역 이론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학자다. 특히 성서 번역에 관한 언어학적 연구를 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성경 번역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번역의 언어는 비기독교인이 기독교인에 우선한다. 성경은 반드시 비기독교인에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하며 그리하면 기독교인에게도 저절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중장년층이나 어린아이의 언어가 아닌 25세에서 30세 사이의 청년층이 사용하는 언어가 우선권을 갖는다.
성경 번역이 비기독교인과 청년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노평구가 청년들에게 학문을 권면한 것도 나이다가 말한 두 가지 번역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청년층과 비기독교인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가 《사상계》, 《신동아》 같은 교양 잡지에도 학문과 사상을 글로써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그 자신도 《사상계》에 종교개혁 관련 논설을 기고한 바 있다.
우리도 여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교회에서 축적된 신앙 내용이 대외적으로 발표될 때 청년층과 비기독교인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 ‘무교회 학파’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무교회주의 진영의 독특한 지적 전통에 바탕을 둔 다양한 학문 활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한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를 망라하면서도 공통된 가치관과 이상을 저변에 깔고 있었듯이, 무교회 기독교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전공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그룹이 등장했으면 한다. 기독교가 ‘진리의 종교’라면 비기독교인에게도 설득력이 있는 학문적 진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교신-노평구의 후예들에게 맡겨진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