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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 가다 보면 운 좋게도
혹은
운이 나쁘게도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가끔 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꽤 오랫동안 추억으로
뇌리에 남는다.
오랜만에 온천욕을 하러 가기 위해
느즈막 하게 집을 나섰다.
가기 전에 이름난 중국 집에 들러 볶음밥을 주문해 먹었다.
그러나 내 입에는 그다지...
밥 알이 좀 꼬실거린다.
남들은 이 꼬실거림 때문에 주문해 먹는다고 하는 데.
그리고 찾아간 내 단골 목욕탕
허심청.
평일이라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하긴 부산 사람들은 대부분 허심청보다 녹청탕을 찾아 간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수질도 허심청 못지 않다.
그리고 전통은 허심청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
목욕 후 커피 한 잔이 생각 났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모모스를 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카페 티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졌다.
지하철 역 범어사에 내려
평소와는 다른 길을 택해 올라 갔다.
길을 잘 못 택했다.
내 불찰 이다.
카페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빙 돌아 가는 길이다.
되돌아 갈까 하다가
그 역시 마땅찮다.
결국은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바로 티원으로 가는 게 아니라
범어사를 한바퀴 돌아 찾아 가야 한다.
어쩌면 차라리 잘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이왕 이리 된 것
오랜만에 찬찬하게 범어사나 한 번 돌아 봐야 겠다.
이 길을 얼마나 오래도록 내가 오지 않았는지
그 사이 새로운 조형물도 하나 생겨 났다.
눈에 익지 않은 나무 한쌍도 보인다.
전혀 다른 나무 두 그루가 서로 보살피고 있다.
예쁜 광경 이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나라 5대 사찰 중의 하나인 범어사.
언제 와도 정다운 사찰이다.
규모로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주변에 많은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역사적 그리고 문화사적으로 아주 가치를 받고 있는 사찰이다.
범어사의 일주문은 아주 유명하기도
하다.
금정산 정상과 산 이름의 유래가 된 금정을 가려면
범어사를 통해서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금정 산성은 규모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성이라고 한다.
산성 염소구이와 산성 막걸리도 전국적으로 유명 하다.
그리고 내려 오는 길.
본래 오려고 했던
카페 티원에 들렀다.
카페라떼와 사과빵.
안에 사과가 조금 들어 있어
모양뿐 아니라 맛도 사과 맛이다.
늘 오션뷰 카페만 보다가
산 풍경을 바라 보며 마시는 커피 맛도 나름 운치가 있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오는 길.
생초컬릿을 파는 카페에 들러
초컬릿만 사 들고 나왔다.
고급 초컬릿이야 백화점 코컬릿 코너에도 많고
중앙동에도 초컬릿 전문점이 있지만
어쩐지 내 입에는 이 생초콜릿이 잘 맞다.
초컬릿을 사고 조금 길을 걸으니
또 못보던 카페가 눈에 하나 들어 온다,
무인 카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내 눈에는 늘 카페만 들어 온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