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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왕국 바로 아래 피레네 산맥까지 이베리아 반도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최전성기를 누린다.(사진)
1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라나다, 세비야, 말라가, 코르도바 등 작은 국가들로 나누어진다. 그중 그라나다 왕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도시국가들은 가톨릭 국가들의 공격(레콩키스타)으로 차례차례 함락된다.
건축, 과학, 예술, 음식 등 고유의 문화를 가진 그라나다 왕국은 에스파냐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카스티야 왕국과 함께 존속한다.
15세기경 포르투갈 왕국이 대서양을 통해 서아프리카와의 새 항로를 개척하는 대항해 시대 Era das descobertas 를 열면서, 그라나다 왕국의 영향력이 서서히 줄어든다.
결국 1492년 카스티야와 아라곤 왕국에 의해 그라나다가 함락되고, 800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웠던 이슬람-에스파냐 시대는 화려한 알람브라 궁전(사진)을 남긴채 그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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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회의 문명 수준을 알아보자
이슬람의 과학
중동 지역의 이슬람 아바스 왕조(750~1258)는 8세기 중반부터 13세기 까지 이란, 중동 및 북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많은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문명을 이룬다.
무하마드 이븐무사는 정교한 천문표를 만들고 숫자 0의 개념과 의학을 정립한다. 이슬람의 천문학, 지리학, 지도 제작술 등은 이슬람-에스파냐로 이어지고, 나중 포르투갈 에스파냐의 대항해시대를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된다.
영국 학자 애덜라드는 이슬람의 신기술을 중세 유럽 사회에 소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 관측 장치를 개량한 아스트롤라베(사진)등을 중세 유럽에 전달한다.
무슬림에게 기도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해의 그림자 길이와 높이를 연결한 시간표를 만든다. 오랫동안 측정한 기록은 천문학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자오선을 측정하는 시설과 수많은 관측소를 세워 천문학을 더욱 발전시킨다.
11세기에는 광학을 연구하여 대기층의 두께를 측정하고 굴절 현상을 발견한다. 이것이 천문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13세기에는 고대 그리스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부정하고, 14세기에는 반 프톨레마이오스 모델을 만든다. 이들의 연구는 동로마(비잔티움) 제국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지동설 주장에 큰 영향을 준다.
지중해의 해안선이나 중동 서부 지형들을 정확하게 그린 세계지도를 만든다. 주변 왕국들의 지도집도 발간한다. 산맥과 강, 육로, 해로, 광산 등을 표기하는데 여기에 만리장성도 그려진다.
이슬람의 도서관
이슬람 학문의 번성은 고대 그리스 문헌들을 아랍어로 번역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그 밑바탕이 된다. 8세기부터 10세기까지 동로마(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흘러 들어온 기록과 문헌 -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부터 로마 제국 포함 - 을 아랍어로 번역하고 더 연구하여 발전시킨다. 점성학, 연금술, 산수, 기하, 천문, 음악, 형이상학, 물리학, 동물학, 식물학, 철학, 의학, 약리학, 수의학, 군사학 등 세계 기록의 거의 전부를 연구한 셈이다.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에는 중국인으로부터 종이 제조법을 전해 받은 제지 공장이 설립되어, 아랍의 구전 문학과 고대 그리스의 문헌들을 종이에 옮겨 담는다.
왕립도서관 '지혜의 집'은 학문 연구의 중심이다. 중세 유럽의 도서관들에는 수십 권 수백권 책이 보관되어 있던 시절, '지혜의 집'에는 40만 권 가까이 갖춰져 있다. 수학, 화학 등 기초 학문부터 의학, 천문학, 지리학, 지도제작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이 이곳에서 연구되면서 꽃을 피운다.(사진)
이슬람-에스파냐에도 제지술이 전해져 발레시아 인근에 유럽 대륙 최초의 제지 공장을 만든다. 코르도바에는 거대한 '지혜의 집'을 설립한다.
중세 유럽으로 유입
이슬람의 문명은 이베리아 반도를 회복한 기독교 왕국에 그대로 이어진다. 종교의 지배와 잦은 전쟁으로 과학을 경험하지 못했던 기독교인들은 철학, 과학, 의학, 건축 등의 이슬람 문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10세는 톨레도, 세비야 등에 번역 학교를 세워 아랍어 문헌과 고대 그리스 문서를 번역시킨다. 톨레도에는 이슬람인들이 기록한 철학, 종교, 과학, 점성술, 문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장서들이 가득하다. 중세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유대교인, 무슬림, 기독교인 번역자들은 이를 번역한다.
이들의 번역물은 프랑크 왕국과 제노바, 피렌체 등으로 유입되어 르네상스의 기초가 된다. 톨레도 출신인 알폰소 10세는 톨레도를 중심으로 이슬람,유대,기독교 문화가 혼합된 새로운 에스파냐 문화를 키운다.
이븐 루슈드 Ibn Rushd (1126년-1198,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해석은 유럽의 스콜라 철학에 큰 영향을 준다. 라파엘로가 바티칸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 벽화 '아테네 학당(사진)'에도 터번을 쓴 이븐 루슈드가 등장하고, 단테의 '신곡'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나올 정도로 그에 대한 유럽인들의 평가는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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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중세 유럽이 종교에 빠져 있는 동안,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철학, 과학, 건축, 문학 등이 이슬람 세계로 전해진다. 이들의 가치를 알아 본 이슬람 세계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흡수하고 발전시킨다.
이슬람이 이룬 높은 문명은 암흑기에 있던 중세 유럽으로 흘러가 '르네상스, Rinascimento, Renaissance' 라는 유럽 역사의 큰 분수령이 일어나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된다.
문명은 서로 주고 받고 또 흘러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