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대주의 비판
Critic on Foundationalism 基础主义批评
토대주의(土臺主義)는 올바른 인식은 확실한 토대에 근거해야 한다는 인식론(認識論)이면서, 본질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진리론(眞理論)이다. 토대주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인식론의 주류이론이었으나 정합주의와 콰인(W.V.O. Quine) 이후에 이론적 근거가 흔들렸다. 토대주의가 근거하는 무한퇴행 불가의 원칙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오류 불가능, 교정 불필요, 의심 불가능한 확실한 믿음이나 지식을 확정하기도 어렵다. 토대주의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원리, 제1동자로부터 지식/믿음을 추출했다. 토대주의자들은 토대인 제1원리, 제1원인, 완전 존재, 필연존재, 절대 본질과 같은 토대를 기초 믿음(basic belief)으로 설정하면 정당화된 참된 지식/믿음(JTB)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셀라스(W. Sellars)는 이것을 소여의 신화(myth of the given)라고 비판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경험주의자는 감각 경험을 토대로 간주하고 이성주의자는 이성을 토대로 간주했는데, 경험주의와 이성주의가 주장하는 토대의 예는 다음과 같다.
①나는 지금 야자수를 보고 있다.
②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경험주의자들은 ‘①나는 지금 야자수를 보고 있다’와 같은 감각 경험을 기초 믿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야자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이것이 감각 경험이 토대가 될 수 있을까? ‘보고 있다’는 감각 경험이고 ‘야자수’는 개념 판단이다. 그런데 감각이 감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연결되어 정당화된 것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주체인 ‘내’가 대상인 야자수를 보고 있다는 감각 경험은 주체에게는 믿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술이 정당화 조건, 진리 조건, 믿음 조건의 세 가지 조건(JTB)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경험주의자 러셀에 의하면 감각으로 주어진 감각소여(sensory given, 感覺所與)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중간의 매개인 감각자료(x)다. 감각자료(x)와 유사한 중간 매개를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표상실재론에서 외부의 실재가 마음속에 표상을 만들면 인간은 그 표상을 보고 지식을 얻는다. 주어진 감각자료는 휘어져 보이는 물속의 막대처럼 정당화된 참된 지식이 아닐 수 있다. 또한 내가 보고 있는 야자수는 사막의 신기루일 수 있다. 이처럼 감각 경험을 직접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경험주의의 토대는 불완전한 토대다.
이성주의자들은 ‘②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에서 생각(cogito)을 토대로 간주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니, 그 확고한 생각을 토대로 세계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토대주의자 데카르트의 인식 방법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존재한다’라는 지식을 코기토에서 얻는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에서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은 부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나’가 실제로 다른 지식을 생성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을 근거로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여 정당화해야만 다른 지식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이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나의 생각’이 외재적인 지식을 구성하는 것은 틀린다. 따라서 ‘나의 생각’은 인식의 방법론일 뿐 정당화된 지식/믿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류가능성이 없고, 의심할 수 없으며, 교정되지 않는 제1원리, 제1원인, 완전 존재, 절대 본질, 필연존재, 확실한 근거 등을 토대로 간주했다. 토대주의를 체계화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토대인 제1원리를 범주로 설명했다. 그의 범주는 실체, 양, 질, 관계, 시간, 장소, 자세, 상태, 능동, 수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적 토대론에 의하면, 어떤 지식/믿음은 범주에 근거해서 존재하며, 그래야만 정당화된 참된 지식/믿음을 얻을 수 있다. 전통적 토대이론은 셀라스에 의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셀라스의 ‘주어진 것의 신화(Myth of the Given)’는 경험과 이성이 토대라는 주장을 비판한 개념이다. 이후 지식/믿음은 다른 지식/믿음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확정된다는 정합주의(Coherentism)가 인식론의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토대의 개념을 다시 설정하면서 최근에 토대주의가 다시 지지받고 있다.★(김승환)
*참고문헌 Wilfrid Sellars, Empiricism and the Philosophy of Mind(1956), edited by Robert Brandom,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1997).
*참조 <감각 소여>, <기초 믿음>, <인식⦁인지>, <인식 정당화의 양상>, <인식 정당화의 조건>, <정당화[인식]>, <정당화된 참된 믿음>, <정합주의>, <정합주의 논증>, <정합주의 비판>, <제1원리>, <코기토>, <토대주의>, <토대주의 논증>, <토대주의 비판>, <필연존재>, <회의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