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절국(竊鉤竊國)
갈고리 도둑과 나라 도둑이라는 뜻으로, 갈고리를 훔친 좀도둑은 사형당하고, 나라를 훔친 큰 도둑은 부귀를 누린다는 말이다. 시비(視非)나 상벌(賞罰)이 명분에 따라 다름을 비유한 말이다.
竊 : 훔칠 절(穴/17)
鉤 : 갈고리 구(金/5)
竊 : 훔칠 절(穴/17)
國 : 나라 국(囗/8)
출전 : 장자(莊子) 第10 거협편(胠篋篇)
장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통하여 시비(是非)나 상벌(賞罰)이 명분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비유하고 있다.
夫谷虛而川竭, 丘夷而淵實, 聖人已死, 則大盜不起, 天下平而无故矣.
시냇물이 마르면, 골짜기의 물이 없어지고,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못이 메워지며, 성인이 죽으면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아 천하는 태평하여 스스로 일이 없을 것이다.
聖人不死, 大盜不止.
그러나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도 그치지 않는다.
雖重聖人而治天下, 則是重利盜척也.
아무리 성인이 잇달아 나와 천하를 다스린다고 해도 그것을 결국 도척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爲之斗斛以量之, 則竝與斗斛而竊之; 爲之權衡以稱之, 則竝與權衡而竊之.
섬이나 말을 만들어 물건을 대면 섬이나 말마저 도둑질할 것이오, 저울을 만들어 물건을 달면 저울마저 도둑질할 것이다.
爲之符璽以信之, 則竝與符璽而竊之; 爲之仁義以矯之, 則竝與仁義而竊之.
부신과 옥새를 만들어 신표로 쓰면 그 부신과 옥새마저 도둑질할 것이요, 인의의 도를 내세워 사람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그 인의 마저 도둑질할 것이다.
何以知其然邪? 彼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
어째서 그런 줄 아는가? 조그만 쇠갈구리를 훔친 사람은 목을 베이고 큰 나라을 훔친 사람은 제후가 된다.
諸侯之門而仁義存焉,
則是非竊仁義聖知邪?
그런데 그런 제후의 가문에 인의가 있다고 하니, 이는 곧 인의와 성지를 훔친 것이 아닌가?
故逐於大盜, 揭諸侯, 竊仁義竝斗斛權衡符璽之利者, 雖有軒冕之賞弗能勸, 斧鉞之威弗能禁.
그러므로 큰 도둑을 따르고 제후를 내세우며, 인의와 섬과 말과 저울과 부신이나 옥새의 이익을 훔쳐 뺏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큰 벼슬로 상을 주어 착한 일을 권해도 듣지 않을 것이요, 무거운 형벌을 주어 착한 일을 권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此衆利盜척而使不可禁者, 是乃聖人過也.
이렇듯 도척에게 큰 이익을 거듭 주어 막을 수 없도록까지 한 것이 곧 성인의 허물이다.
절구절국(竊鉤竊國)
절도(竊盜), 표절(剽竊) 등에 사용되는 훔칠 절(竊)은 획수가 많아 속자 절(窃)로 더 많이 쓴다. 끝이 뾰족하고 꼬부라진 물건 갈고리를 훔친 도둑(竊鉤)과 나라를 훔친 도둑(竊國)이라는 말은 무슨 비유일까.
좀도둑은 큰 벌을 받고 큰 도둑은 부귀를 누린다. 시비나 상벌이 공평하지 못하고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꼬집은 말은 많다.
높은 벼슬아치가 갖가지 뇌물과 세금으로 재물을 탐한다는 ‘사모 쓴 도둑놈’이나, 그러면서도 밑의 사람들의 부정행위는 엄격히 다스린다는 ‘큰 도적이 좀도적 잡는 시늉 한다’ 등의 속담이 있다. 이것에 훨씬 더하여 나라를 송두리째 들어먹어도 성공하면 제후가 되었으니 공정을 말할 수가 없다.
기원전 403년~221년, 전국시대(戰國時代) 때의 사상가 장주(莊周)는 '장자(莊子)'에서 도덕이나 지식, 문명 등의 부정적 측면을 꼬집는다. 성인이나 지식인은 위정자라는 큰 도둑을 위한 파수꾼에 불과하다고 거협(胠篋)편에서 주장한다.
상자를 열고 궤짝을 뜯는 도둑에 대비하려면 줄로 꽁꽁 묶어야 하는데 큰 도둑이 오면 상자 째로 훔쳐 간다. 그러니 지혜로 상자를 잘 간수한다는 것은 큰 도둑을 위해 물건을 모아주는 것이 된다는 설명이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아무리 성인이 잇달아 나와 세상이 잘 다스려진다 해도 그것은 도척(盜跖)과 같은 큰 도둑만 이롭게 해 줄 뿐이다.
곡식을 계량하는 말과 섬으로 정확히 잰다고 해도 말과 섬을 훔치고, 저울로 계량하려 하면 저울을 훔치며, 인의의 도를 내세워 사람을 가르치면 그 인의마저 도둑질할 것이라며 이어진다.
彼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
조그만 쇠갈고리를 훔친 사람은 목을 베이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결국 그 가문에는 인의가 있다고 하니 인의와 성인의 지혜를 한꺼번에 훔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권세나 돈이 많은 자들이 저지르는 부정이나 부패를 법대로 처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국민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었어도 돈의 힘으로, 또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권력의 연줄로 법의 틈을 헤집어 빠져나가는 일이 숱했기 때문이다. 장자의 작은 도둑, 큰 도둑 이야기는 오늘날도 여전한 셈이다.
▶️ 竊(훔칠 절)은 ❶회의문자로 부수(部首)인 穴(혈)과 米(미; 쌀)와 나머지 글자(벌레)의 합자(合字)이다. 움에 있는 쌀을 벌레가 몰래 훔쳐먹음의 뜻으로, 훔침의 뜻에서 몰래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竊자는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竊자는 총획이 22획이나 되는 매우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다. 복잡한 구성만큼이나 복잡한 변화를 거친 글자이기도 하다. 竊자는 穴(구멍 혈)자와 釆(분별할 변)자, 그리고 쌀벌레가 그려져 있다. 竊자에 있는 자는 쌀벌레를 그린 것이다. 또 竊자에 쓰인 釆자는 米(쌀 미)자가 해서체에서 잘못 옮겨진 것이다. 釆자를 米자로 바꿔놓고 보면 竊자는 쌀벌레가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竊자는 곡식 창고에 있는 쌀을 벌레가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竊(절)은 ①훔치다 ②도둑질하다 ③절취하다 ④도둑 ⑤도둑질 ⑥살짝 ⑦남몰래 ⑧마음속으로 ⑨슬그머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둑 도(盜)이다. 용례로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 또 그 사람을 절도(竊盜), 남몰래 훔쳐 가짐을 절취(竊取), 남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음을 절청(竊聽), 남 모르게 가만히 살펴 봄을 절관(竊觀), 도둑을 거느리는 우두머리를 절와(竊窩), 남이 모르게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따지는 의논을 절의(竊議), 남이 모르게 부시어 헒을 절훼(竊毀), 저 혼자 가만히 생각함을 절념(竊念), 강도나 절도의 사건이 생김을 절발(竊發), 자격이 없으면서 벼슬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절위(竊位), 술을 몰래 마심을 절음(竊飮), 남의 창작물의 내용 일부를 취하여 자기 창작물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하는 것을 표절(剽竊), 분에 넘치는 자리를 가짐을 참절(僭竊), 물건을 축내고 훔침을 모절(耗竊), 남의 시문을 베껴서 몰래 따다 씀을 등절(謄竊), 근거지를 정해 놓고 도둑질 함을 거절(據竊), 몰래 훔침으로 다른 사람의 시문을 따서 자기 작품인 체함을 양절(攘竊), 도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근심을 이르는 말을 절발지환(竊發之患),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鉤(갈고리 구)는 형성문자로 鈎(구)의 본자(本字), 钩(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句(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鉤(구)는 ①갈고리 ②올가미 ③계략(計略) ④띠쇠(띠를 매는 쇠) ⑤갈고리로 걸다 ⑥굽다 ⑦꼬부장하다 ⑧(끌어)당기다 ⑨끌어 올리다 ⑩꾀다 ⑪낚시로 낚다 ⑫뜨개질하다 ⑬분명(分明)하지 않다 ⑭흐리멍덩하다 ⑮흐리터분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미술이나 공예 등의 동양 화법의 하나로 쌍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그 사이를 채색하는 법을 구륵(鉤勒), 갈고리 같이 휘움하게 만든 난간을 구간(鉤杆), 술책을 써서 꾀어 꼼짝 못하게 함을 구거(鉤鉅), 술책을 써서 꾀어 남을 불러들임을 구치(鉤致), 술책으로 남을 꾀어서 그 실정을 탐지하여 꼼짝 못하게 함의 비유를 구거(鉤距), 갈고리와 덫을 달리 이르는 말을 구기(鉤機), 쇠갈고리를 달아 만든 지레를 구형(鉤衡), 갈고리처럼 구부정한 주둥이를 구문(鉤吻), 낚시처럼 굽은 것을 구곡(鉤曲), 갈고리로 잡아 당겨서 목을 벰을 구참(鉤斬), 갈고리로 끌어 내어 끊음을 구단(鉤斷), 갈고리로 끌어내어 가짐을 구취(鉤取), 끝이 갈고리처럼 된 바늘 따위의 통틀어 일컬음을 구침(鉤針), 갈고리처럼 생긴 모양을 구형(鉤形), 갈고리처럼 꼬부라진 모양을 구상(鉤狀),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새의 발톱을 구조(鉤爪), 꼬치꼬치 캐어서 실정을 알아냄을 구득(鉤得), 범죄 사실을 꼬치꼬치 캐어 물음을 구문(鉤問), 범죄 사실을 조사하여 캐어 냄을 구핵(鉤覈), 샅샅이 살피어 찾음을 구탐(鉤探), 찾아내어 조사함을 구교(鉤校), 허물이나 잘못을 꼬치꼬치 따짐을 구힐(鉤詰), 썩는 곡식을 조사하여 골라냄을 구증(鉤拯), 채택하여 씀을 구용(鉤用), 심오한 도리를 찾고 구함을 구색(鉤索), 콤파스와 곱자를 달리 이르는 말을 구구(鉤矩), 낚시에 단 미끼를 구이(鉤餌), 엄지와 식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붓대를 걸치어 잡는 쌍구법으로 그려 낸 글씨의 획이나 자형을 쌍구(雙鉤), 옥으로 만든 갈고리라는 뜻으로 초승달같이 생긴 모양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옥구(玉鉤), 줄다리기를 달리 이르는 말을 견구(牽鉤), 줄다리기로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서 굵은 밧줄을 마주 잡고 당겨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를 타구(拖鉤), 봉황 형상으로 만든 갈구리를 봉구(鳳鉤), 혁대의 두 끝을 서로 걸어 합치거나 끼어 맞추어서 디를 죄는 쇠붙이를 대구(帶鉤), 낚시를 드리움 곧 고기를 낚음을 수구(垂鉤), 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작은 쇠갈고리를 조구(釣鉤), 남의 재물을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챙김을 일컫는 말을 구영익리(鉤贏弋利), 낚시 미늘에 걸린 생선이라는 뜻으로 곤경에 빠지거나 죽을 수를 당하여 어쩔 수 없다는 뜻의 속담을 일컫는 말을 중구지어(中鉤之魚), 갈고리 도둑과 나라 도둑이라는 뜻으로 갈고리를 훔친 좀도둑은 사형당하고 나라를 훔친 큰 도둑은 부귀를 누린다는 말로 시비나 상벌이 명분에 따라 다름을 비유한 말을 절구절국(竊鉤竊國) 등에 쓰인다.
▶️ 國(나라 국)은 ❶회의문자로 国(국)은 간자(簡字), 囗(국), 囶(국), 圀(국)은 고자(古字), 囲(국), 围(국)은 동자(同字)이다. 國(국)은 백성들(口)과 땅(一)을 지키기 위해 국경(口)을 에워싸고 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서 나라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國자는 ‘나라’나 ‘국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國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或(혹 혹)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或자는 창을 들고 성벽을 경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或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누가 쳐들어올까 걱정한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혹시’나 ‘만일’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國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國자는 성벽이 두 개나 그려진 형태가 되었다. 참고로 國자는 약자로는 国(나라 국)자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國(국)은 (1)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국가(國家), 나라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나라, 국가(國家) ②서울, 도읍(都邑) ③고향(故鄕) ④고장, 지방(地方) ⑤세상(世上), 세계(世界) ⑥나라를 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 백성을 국민(國民), 나라의 법적인 호칭을 국가(國家), 나라의 정사를 국정(國政), 나라의 안을 국내(國內), 나라의 군대를 국군(國軍), 나라의 이익을 국익(國益), 나라에서 나라의 보배로 지정한 물체를 국보(國寶), 국민 전체가 쓰는 그 나라의 고유한 말을 국어(國語), 한 나라의 전체를 전국(全國), 자기 나라 밖의 딴 나라를 외국(外國), 양쪽의 두 나라를 양국(兩國), 외국에서 본국으로 돌아감 또는 돌아옴을 귀국(歸國), 국가의 수를 세는 단위를 개국(個國), 조상 적부터 살던 나라를 조국(祖國), 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을 순국(殉國),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국(愛國),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둘도 없다는 국사무쌍(國士無雙), 나라의 수치와 국민의 욕됨을 이르는 말을 국치민욕(國恥民辱), 나라의 급료를 받는 신하를 국록지신(國祿之臣), 나라의 풍속을 순수하고 온화하게 힘을 이르는 말을 국풍순화(國風醇化),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흩어졌으나 오직 산과 강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