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은 없고 음식만 가득한 제사 (2018. 12. 21.)
사회가 변해가는 속도로 봐서 제사란 게, 차례란 게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스럽다. 4대조까지 모시던 제사의 대상은 시나브로 줄어들어 2대나 3대 혹은 1대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제사를 한 날 모아서 지내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시(子時, 밤 11시~새벽 1시)까지 기다려 제사를 모시는 집안도 거의 없어졌다. 다음날 일상을 위해 초저녁에 서둘러 제사를 모시고 파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반드시 아들이 모셔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하물며 이유 불문하고 장남이 제사를 도맡아야 한다는 의식도 사라진지 오래다. 수백 년간 엄격한 격식을 지켜온 제사문화지만 2000년대 이후 불과 십 수 년 만에 절차 면에서 큰 폭의 변화를 겪고 있다.
4대조까지 묘를 관리하고 철저하게 제사를 모시는 집안은 이제 소수에 불과하다. 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묘 절차를 거쳐 납골당으로 만들어 관리가 용이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제사나 차례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2대조 정도만 모시는 것이 상례가 됐다. 기제사의 경우, 내외분의 제사를 한날 모아 지내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 됐다. 전통적 의식으로 보면 무엇 하나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다. 초저녁에 제사를 모시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제사란 조상께서 돌아가신 날의 전 날 모시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돌아가신 날이 시작되는 시간에 모시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전 날 준비를 해서 자시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전통방식이다. 초저녁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엄격히 따지면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초저녁에 치른다.
내가 어렸을 적에 제사 지내는 모습과 오늘날의 제사 지내는 모습을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모든 것이 간소화 됐다. 절차도, 시간도, 횟수도, 대상도 모두 간소화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간소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음식도 많이 간소화 됐다고는 하지만 절차나 시간, 횟수나 대상이 간소화 된 것과 비교하면 아직 변화의 폭이 좁다. 음식 한 가지 한 가지를 준비하는 손길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간편해졌고, 상당수 음식은 공장 등에서 가공된 상태로 판매하는 것을 구입해 준비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생활에 맞추어 합리성의 잣대로 비추어보면 음식 종류도 많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준비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특히나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 중 하나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음식 준비가 대개는 여성들의 몫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사와 관련된 불만과 불평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집중돼 있다. 여성들은 제사나 차례를 위한 음식을 지금보다 더 간소화 시켜야 하고 준비하는 음식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세대 간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각 가정의 대소사에 핵심 주도권을 잡고 있는 60대 이상의 여성들과 노동력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는 30~40대 여성들 간의 인식 편차가 크다. 제사나 차례를 위해 준비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놓고 신구세대 간의 의식 차이는 크다. 전통적인 방식의 제례에 익숙한 노인들은 자신들이 배웠던 대로 많은 음식을 차리려 하지만 신세대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여성들은 음식의 종류와 양을 대폭 줄이려 한다.
노인 남성들의 생각도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사상을 많이 차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상을 간소하게 차리면 남들 눈에 가세가 빈약해 보이고, 조상 모시는 마음이 부족해 보여, 흉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음식을 풍성하게 차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이라 여기고 더불어 음식을 여러 지식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니 명절 차례 상도 그렇고, 기제사 상도 그렇고 넉넉하고 풍성하게 차려야 한다고 여긴다. 또한 자신들이 어려서부터 제사를 지내며 배운 대로 갖가지 음식은 저마다 상에 올라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 음식 수를 줄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그런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로지 합리성의 잣대로 생각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제사 상과 차례 상을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차리는 것이 옳을지가 궁금해 몇몇 문헌을 찾아봤다.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제사 상이나 차례 상을 화려하게 차리는 것은 전통적 신분사회의 관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음식을 많이 차려 널리 주변인들에게 나누는 것이 명문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보여주기 문화가 제사문화에 남아있음을 학자들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말기에 이르러 신분을 사고파는 거래가 일반화 되면서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고 양반 족보를 사들인 집안의 경우, 전통 있는 양반가를 흉내 내고자 하는 마음에 보란 듯이 음식을 많이 차려 제사나 차례를 모시는 일이 일반화 됐다고 한다.
결국 차례 상이나 제사 상에 많은 종류의 음식을 잔뜩 차려내는 것은 이래저래 과시욕의 산물이란 것이다. 또한 늘 먹을 것이 귀하고 기름진 음식을 평소 접하지 못하던 일상생활 속에서 제삿날이나 명절날을 맞아 포식을 할 수 있던 문화와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대개의 가례서는 차례 상이나 제사 상의 음식을 간소하게 차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과시욕이 상차림에 반영돼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분에 넘치게 많은 음식을 장만해 조상을 모시는 차례 상이나 제사 상에 올려야 한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집안 간에 암암리에 벌어진 허례의 경쟁에 불과하다. 평소 못 접하는 음식을 조상 핑계 삼아 하루만이라도 실컷 즐기려는 의도가 유일한 긍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집안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어머니는 자신이 살림을 맡아 하시던 시절부터 배워온 대로 이런저런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아무리 조금만 장만하라고 주위에서 성화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과거에 비하면 조금하는 것이라고 말씀은 하지만 젊은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많은 양이다.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상차림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바꿀 수 없는 일이다. 몇 해를 두고 잔소리를 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으신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준비 하시도록 두는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몸에 익은 습관인데 하루사이에 바꿀 수 없음을 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본다.
어머니는 음식을 잔뜩 장만해 봉지마다 담아 싸주시지만 자식들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명절음식, 제사음식이 이제는 더 이상 진귀한 음식도 아니거니와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해두었다 먹으면 제 맛이 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이전 명절 때 가져와 냉동실에 보관한 전(煎) 종류가 다음 명절 때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구식 입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제사상에 진설하는 음식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각 가정마다 명절음식을 소진하는 일이 여간 고역스럽지 않다. 하지만 노인 여성들에게 아무리 사정을 이야기해도 자신들의 신념을 꺾지 않는다. 음식을 조금 장만하려면 당최 손이 부끄럽고 마음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습관에서 비롯된다.
조상들의 돌아가신 날을 기억해 자손들이 한데 모여 추념하고,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의 제사는 훌륭한 의식이며 한민족의 전통이다. 제사를 이어가는 것은 훌륭한 생각이다. 하지만 세대간, 남녀간 이견을 좁혀 최대한 합리적으로 의식을 간소화시켜 진정한 의미에 집중할 필요는 있다. 제사란 그저 음식을 풍성하게 장만하고, 망자의 영정에 절을 하는 절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음식은 대단히 형식적인 준비물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을 장만하는 형식이 한데 모여 조상을 기리고, 자손이 우애를 나누는 본질에 우선할 수는 없다. 형식 때문에 고통스러운 제사라면 안 지내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건데 제사음식은 간소하게 장만하는 것이 맞다. 포 한 장에 술 한 잔, 과일 몇 가지면 충분하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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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매일 매일 힘든 날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희망의
날이 있어 참 좋은 날인것같습니다.
완연한 봄 날씨에 봄꽃 향기에 흠뻑 취해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라면서...
행복한 미소가 넘치고 삶의 희망이 굽이쳐 흐름을 느낌니다.
오늘도 좋은일만 있기를 바라며 항상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즐거운 나 날 보내시고 안전운전 하셔서 좋
은 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
오늘도 좋은 날입니다.
세상 만물의 삶이란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은 없습니다.
마지못해 피어있는 꽃도 없습니다.아무렇게나 태어난 인생이 없듯이
마지못해 살아가는 인생도 없어야 합니다.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삶입니다.
그 삶이 힘들거나 슬프거나 아플지라도 생은 아름답고 귀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