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단풍이 드는 매화오리나무의 잎과 익은 열매
유난히 독특한 형태로 마음을 끄는 식물이 있다. 바로 매화오리나무다.
이름 때문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리나무의 한 종류인 줄 알았는데, 매화오리나무는 매화오리나무과 매화오리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다. 자작나무과 오리나무속에 속하는 오리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매실나무(매화)와도 접점이 없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재미있게도 다섯장의 꽃잎을 가진 나무의 꽃이 매화를 닮았고,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한 나뭇잎이 오리나무의 잎을 닮아 매화오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7월 중순,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무의 이름을 다시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매화오리나무에는 아름다운 흰 꽃이 핀다. ‘지상 최고의 뜨개질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뜬 레이스 꽃나무’ 정도면 어떨까 싶다. 매화오리나무의 가지 끝에서 15㎝ 남짓한 꽃대가 돋고, 양옆으로 길이가 비슷한 여러개의 꽃자루가 난다. 가지에서 가까운 쪽부터 지름 5㎜ 남짓한 흰 꽃이 피기 시작하고, 꽃이 핀 순서대로 시든다. 매화오리나무와 같은 꽃차례를 ‘총상꽃차례’라고 하는데, 아까시나무, 등나무처럼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꽃차례 끝이 살짝 굽어 있어 머리에 꽂은 화려한 깃털 장식 같기도 하고, 땅을 향해 차르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한여름에 내린 눈꽃 같기도 하다.
매화오리나무는 키가 2m 남짓한 작은키나무지만, 한곳에서 오래 뿌리를 내려 자랄 경우 2m 넘는 작은큰키나무(소교목)로도 큰다. 실제로 외국 정원의 유튜브 영상에서는 두꺼운 줄기 끝에 꽃차례가 주렁주렁 매달린 매화오리나무의 화려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향매화오리나무의 경우 정원의 경계선을 따라 생울타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햇빛이 잘 들고 토양의 습도가 고르게 유지되는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지나치게 건조한 장소는 피해서 심는다.
2주 남짓한 짧은 개화 기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늦은 가을, 천천히 짙은 주황색으로 물드는 단풍 역시 볼 만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피는 향기로운 꽃과 선명한 가을 단풍 덕분에 매화오리나무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인증한 우수 정원 식물로 꼽힌다. 길쭉한 줄기를 따라 지름 5㎜ 남짓한 둥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마치 후추 열매와 닮아 ‘스위트 페퍼 부시’라고 불리기도 하고, 많은 봄꽃이 개화를 끝낸 한여름에 향기로운 꽃을 가득 피워 ‘서머 스위트’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매화오리나무의 열매. 후추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