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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1)
권 용 혁**
[논문개요]
이 글은 한국 근대가족을 공과 사 개념에 의거해서 분석하고 있다. 한국 근대가
족은 서구나 동양에서 개념화된 공/사 영역에 대응하는 내용을 그 안에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근대 가족은 특정한 하나의 이론에 의거해서 설명되지 않는
다. 이 글에서는 기존의 공과 사 개념을 이러한 복합적 현실에 의거해서 재구성하
고 있다.
서구에서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공과 사 개념은 사회 현실의 변화에 따라 재해
석되어 왔다.(2장) 이러한 논점은 한국 근대 가족을 고찰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한
국 근대 가족도 그 빠른 변화에 맞추어 그 해석 틀을 변경해왔다.(3장) 이를 통해
논자는 한국의 가족 및 가족주의가 복합적인 구조로 되어있으며 이에 대한 복합적
인 성찰이 요구된다는 점을 논증한다.
4장에서는 이러한 복합적 모습을 보다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틀을
제안하고 있다. 이 작업은 사유 실험적이기에 많은 보강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현
실 사태의 변화를 보다 잘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가치를 지닐 것이다.
주제어: 공적 영역,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 복합성, 이분법, 오분법.
*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
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2-S1A5A2A01016269)
** 울산대철학과
160 사회와 철학 제26집
1. 서 론
한국 가족은 사적 영역인가, 아니면 공적 영역에 더 가까운 준(準)공적 영역
일까? 가정(oikos)을 사적 영역으로 그리고 정치(polis)를 공적 영역으로 구분
하는 서구의 고전적인 구분법에 의거하면, 한국 가족은 사적 영역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질서에 순응하는 신민을 길러내는 기초 장소로서 가족
이 강조되는 성리학적 논거에 의한다면, 그것은 준공적인 영역으로 간주된다.
한국 가족을 이 둘 중 하나의 이론에 의거해서 단순화해 해석할 수 있
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
다. 한국 가족은 한편으로는 근대화의 진행과정 속에서 서구의 가족과 유
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모습이 변형․
유지되어 온 면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독특한 근대화로 인해
이 둘이 혼합되어 독특한 가족주의가 형성되었다.
논자는 이 글에서 한국 근대가족 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복합적
인 사태를 밝히고 그 독특한 특징을 개념화하고자 한다. 한국 가족이 서구
나 동양에서 개념화된 공/사 영역에 대응하는 내용을 그 안에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서 특정한 하나의 이론에 의거해서 설명할 경우 그 실체적인
모습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한국 가족 안에서 작동되어 온 다양한
내용에 의거해서 기존의 개념들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 개념의 발생과 변화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구에서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공과 사 개념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 왔다. 이것
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개념이 현실의 변화에 따라 재해석되어왔기 때문이
다. 이 변화의 양상은 2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변화 양상을 고찰하는 이유는 공과 사라는 개념이 고정되어 있
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실의 변화에 따라 그것을 설명하는 적절한 개념틀
로 재해석되어 왔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러한 논점은 한국 근대 가
족을 고찰할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 근대 가족은 매우 빠르게 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61
화해 왔으며, 따라서 그 변화에 맞추어 이를 해석하는 틀도 변화해왔다.
이 변화의 양상과 근대 가족 및 가족주의의 변화상은 3장에서 고찰한다.
이를 통해 논자는 한국의 가족 및 가족주의가 특정한 하나의 이론에 의거
해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그 내용은 전통적 양상, 그것이 근대적 상황에서 재구조화된 모습, 근대
산업사회적 가족의 특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독특한 한국
적 특성 등이 섞여 있는 매우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4장에서는 이러한 복합적 모습을 보다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 적합성이 검토되지 않은, 그런 점에서 그 이론이 적
용되어야 할 현실을 토대로 구성된 것이 아닌, 외부에서 구성된 이론을 차
용해서 현실 사태를 설명할 때 부딪치는 환원주의적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은 오히려 거꾸로 현실적 사태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이론
들을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이 작업은 사유 실험적이기에 많은 이론적 보
강이 필요할 것이지만, 현실 사태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론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2. 공과 사: 그 변화상을 중심으로
2.1. 서구의 공과 사 개념의 특징.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특징은 그것
이 정치적인 활동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구분된다. 구성원의 생존을 위한
생산과 자손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한 가정(oikos)은 비정치적인 활동
의 영역이며 이는 남녀의 결합과 주인과 노예의 결합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이다.1) 가정으로 구성된 마을과 여러 마을로 구성된
1)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002: 1252b9.
162 사회와 철학 제26집
완전한 자급자족적인 공동체가 바로 국가인데, 이 국가는 훌륭한 삶을 위
해 존속한다.2) 국가는 이전 공동체들의 최종 목표이며 국가는 본성상 가
정과 개인에 우선한다.3)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
이기 때문이다.4)
따라서 시민의 활동 중 가정보다 국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 보
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다. 가정은 생명의 유지와 번식을 위한 활동이 이
루어지는 비정치적인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
가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자식이다.5) 이들은 함께 식탁을
공유하기에 식구이지만, 노예는 소처럼 육체적인 노동을 하며 여자는 가사
와 아이를 낳는 일을 한다. 주인은 이들의 통치자로서 가정을 대표해 공적
인 국가 공동체의 문제에 참가한다. 가정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소유한 가
장들만이 공적인 활동을 한다. 정치는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좋은 삶의
실현을 위한 정신적 활동을 요구하는데, 이는 생존의 절박함에서 벗어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정과 폴리스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폴리스에서의 삶을 보다 중
시했던 아리스토텔레스적 공/사 이분법은 근대 시장과 자유주의의 등장으
로 수정된다. 로크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누
구나 자신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소유물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6) 따라서
가족도 동등한 자격을 지닌 개인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가정에 있어서 절
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가부장권도 상대화된다. 부부는 평등하며 자식들
도 자유로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지배하며 그들을 부양하고 교육할 의무를
지닌다.7) 즉, 가부장의 절대적인 지배권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는 가족 구
성원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2)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002: 1252b27.
3)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002: 1253a18.
4)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002: 1253a1.
5)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002: 1253b.
6) 참고: 존 로크, 1996: 4, 6절. 11, 13쪽.
7) 참고: 존 로크, 1996: 52, 55, 56, 58절. 55, 58, 59쪽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63
자유롭고 평등한 근대 시민은 국가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해 이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법을 만들고 정부를 구성한다. 따라서 가족의 다른 구성원
의 희생을 담보로 참여했던 그리스식 가장 중심의 공적 정치활동은 더 이
상 통용되지 않는다. 모든 개인은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공적 영역
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다. 정치활동의 기본단위가 가정의 대표자
로서의 가장이 아니라 개인으로 변경된 것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모여, 즉 자신의 생명과 소유물 그리고 권리
의 담지체인 개인들이 모여 자신의 권리를 향유하고 이것이 침해당하는 것
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시민 정부를 구성한다.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의
일부분을 양도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기구를 구성한다. 시민에 의
해서 만들어진 국가권력이 정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공적 영역이며
그것이 개입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사적 영역이다. 이 개입의 범위는 시
민들의 정치활동에 의해서 규정된다. 따라서 자유주의의 공사개념은 그것
이 가족을 기준으로 구획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주의는 국가를 시민 개
개인의 사적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했다는 점에서 사적 영역은 더 이
상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에 의해서 보장받아야 하는 중요
한 영역이다. 이런 점에서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과 서로 연계되어 있다.
근대 시장경제의 발달은 또 한 번 공/사 영역의 재구조화를 요구한다. 시
장의 확대로 사적 영역은 사생활의 근거지인 가족 영역과 상품생산과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영역으로 분화된다. 시장이 사회적 영역으로 스스로를
확장함으로써, 가족은 비시장적인 것, 비정치적인 것을 담당하는 사적인 영
역으로 축소된다. 임금이나 봉급 등의 개인소득으로 꾸려지는 산업사회의 핵
가족은 생산기능을 상실하고 소비기능만을 전담한다.8) 핵가족화된 가족은
고전적 위험들, 특히 실업, 사고, 질병, 노년, 사망 등을 복지국가적 보장과
보조에 의존한다. “부르주아 가족이 이전에 사적 위험으로 감당해야 했던 기
본 욕구들에 대해 오늘날 가족구성원은 개별적으로 공적 보장을 받는다.
…… 이처럼 가족은 자본형성의 기능과 더불어 점차 양육, 교육, 보호, 양호,
8) 위르겐 하버마스, 2002: 261쪽.
164 사회와 철학 제26집
지도의 기능들도 상실한다.”9) 학교, 보험, 연금 등의 정착으로 개별 가족구
성원들은 더욱더 가족 외적 기관인 사회에 의해 직접적으로 사회화된다.
결국 가족에게 남아 있는 것은 구성원간의 친밀성이다. 이 사생활에서의
친밀성을 기반으로 가족은 개인을 길러낸다. 불평등한 성별 역할 분업을 토대
로 한 로맨틱한 사랑이 결혼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도 이와 연관된다.10) 그러
나 핵가족에서 부부가 가족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부부간의 협의가 중요해진
다. 기존의 남녀 역할분담에 의거해서 규정된 전통적 가족 규칙은 의문시된
다. 남녀가 모두 사회 노동에 참여하면서 실질적으로 남녀가 평등해질수록 가
부장적 핵가족에서 당연시되었던 성별분업이나 자아실현의 포기 등은 지탱되
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화, 평등화가 진척되면서 오히려 부부간의 정서적
교감과 친밀성이 중시된다. 또한 가정에서 누가 무엇을 할지도 함께 결정해야
할 협의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각자가 자신의 인생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어
떻게 사회적 존재로 타인과 함께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
은 ‘당신 자신이 되는 것’, 그리고 똑같이 자신의 자아를 모색하는 그 누군가
와 지속적으로 ‘함께 사는 것’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에 있다.”11)
자유롭고 평등한 당사자들이 정서적 교감과 친밀성을 바탕으로 가족을
구성한다는 것은 가족관계가 내부적으로 민주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
9) 위르겐 하버마스, 2002: 262쪽.
10) 이는 결혼이란 자신의 개체성을 버리고 타자와 합일을 이루는 이성간의 자연
적인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는 헤겔식 논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연
적인 인륜 공동체’로서의 가족(헤겔, 2006: 26)은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 분
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삶과 정치적 삶은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은
가정을 보살피는 일을 맡게 된다. 이는 결국 정치라는 공적 영역과 가정이라
는 사적 영역을 구분하고 공적 영역을 우선시하는 공화주의적 논점으로 이어
진다. 참고: 킴리카, 2008, 540쪽. 이에 비해 자유주의적 논점은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데, 이러한 논점에 의거하면 가족은 사
적 영역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은 사생활과 개인적인 독자적 공간의 영
역을 형성해주는 기능을 해야하며, 가정의 영역에서도 사생활을 보호하고 학대
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참고: 킴리카, 2008, 548쪽.
11) 울리히 벡․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2002: 145쪽.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65
무처럼 부과되던 기존의 친족관계와 가족규범이 엷어지고 친밀성과 애정에
기초해 가족 구성원 사이의 평등, 상호존중, 자율성, 소통을 통한 의사결
정 등이 자리 잡는다.12)
이는 정서적으로, 성적으로 평등한 부부의 친밀한 관계13)를 중심으로
사적 영역을 민주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인화된 부부는 서로의 사
적 영역을 상호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데, 이는 타자의 개인성, 자율성을 포용하고 배려함으로써 구축된
상호신뢰를 통해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친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확대하는 사적 영역의 감성적 차원에서의 민주
화는 서로 자율성을 기르고 타인과의 수평적 관계를 습성화함으로써 공적
영역의 민주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 가족은 그
내부적으로는 개인화가 진행되고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영역과 복지국가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사적인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공적인 영
역과의 상호연관성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재규정하고 있다. 근대적 개인이
공적 개인과 사적 개인으로 분화하면서 변화하듯이, 가족도 공/사 영역을
다 그 안에 포함하면서 변화 중이다.
2.2. 동아시아 공과 사 개념의 특징.
동아시아의 공과 사 개념은 서구의 전통과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된다.
공과 사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는 한비자․오두(五蠹) 편에 전거를 두고
있다. 그 곳에서는 “스스로를 위해 둘러싼다는 의미로 ‘ ’자를 만든다. [自
營爲]”고 했으며, “스스로를 위해 둘러싼 것을 나눈다는 의미로 ‘公’자를
만든다.[八爲公]”고 했다.14)
12) 참고: 앤서니 기든스, 1998: 148쪽.
13) 참고: 앤서니 기든스, 2003: 154쪽.
14) 허신, 2009: 465쪽.
166 사회와 철학 제26집
전국 말에서 후한시대까지는 공(公)은 (1) ‘사를 등지다’ 즉 ‘에워싼 것
을 개방하다’는 뜻이 있다. 이로부터 ‘공(共)’, ‘통(通)’, 평분(平分)의 뜻이
생겨났다. (2) ‘공(共)’의 의미로부터 공동작업장․제사장 등을 표시하는
공궁(公宮)․공당(公堂) 및 이를 지배하는 군주나 관부 등 지배기구를 뜻
하게 되었다.15)
중국의 공․사는 특히 (1)유형으로부터 공정(公正)에 대한 편사(偏私)
라고 하는 정(正)․부정(不正)의 윤리성이 형성된다.16) 특히 송대에는 이
러한 공․사 개념으로부터 천리(天理)의 공, 인욕(人慾)의 사라는 보편 명
제가 형성된다.17) 이처럼 주자의 경우에는 공과 사에 정사(正邪), 시비
(是非)의 차등적 윤리성이 부여됨으로써 천리와 인욕을 대변하는 대칭 쌍
으로써 구조화된다. 공은 인․천리이며 그것은 인간사회에서는 인의예지이
며, 봉건적인 사회관계에서 그 덕목은 신분제 질서 그 자체가 된다.18)
15) 미조구찌 유조, 2004: 16-17쪽.
16) 미조구찌 유조, 2004: 19쪽.
17) 미조구찌 유조, 2004: 21쪽.
18) 참고: 미조구찌 유조, 2004: 23). 물론 인욕이 꼭 부정적인 사(邪)로만 간주
된 것은 아니다. 주자와 달리 명말 청초에 이르면 이탁오, 황종희 및 대진 등
은 사회적 욕망인 사(私)를 긍정한다. 참고: 미조구찌 유조, 2004: 25-36
쪽. 특히 대진(1723-77)은 기(己)=사(私), 사(私)=욕(慾)이라는 결합에 메
스를 가하여 ‘기’와 사, 사와 ‘욕’을 분리시켜 ‘기’와 ‘욕’을 긍정적 개념으로 확
립시키는 한편, 사를 부정적 개념으로 재확립시켰다. 그는 사회적 욕망에는
선천적으로 사회적 조화능력이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천하의 공을 이루
는 것’은 천하와 함께 그 생을 이루는 것이 되며, 모든 생이 상호충족되는 그
상호충족 관계가 인(仁=公)의 상태로 규정된다. 그 인(仁)은 타자와 자기의
사회적 욕망의 상호관계로서 파악되어, “자기의 생을 이루고자 하면서 또한
남의 생까지도 이루어주는 것이 ‘인’이다. 자기의 생을 이루고자 하여, 남의
생을 해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 불인이다”라고 하였다.
오랫동안 인자(仁慈) 즉 하위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상위자의 마음으로서 혹은
충서(忠恕) 즉 자기로부터 타자로의 자기측의 동정의 마음으로서 관념되어 온
인(仁)이, 자기와 타자, 개체와 개체 사이 즉 횡축의 사회적 상호관계의 장에
서 파악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 미조구찌 유조, 2004: 36-38쪽. 이 상호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67
태평천국적 평등의 공도, 엄복(1853-1921)과 강유위(1858-1927)의
평등․자유도 천리나 공․리 속에 포용된다.19) 강유위에 있어서는 민권도
민 개개의 사권(私權), 이른바 시민적 권리가 아니라, 국민 내지 민족 전
체의 공권(公權)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바꾸어 말하면 민권=사의 주장은
황제 한 개인의 공을 부정하면서 국민적인 천하공을 향하여 몰사(沒私)적
으로 지양되어, 결국 나선적으로 발전한다. 그 곳에 있는 것은 여전히 몰
개(沒個)적인 천하공이다.20) 이처럼 개사(個私)없는 천하보편의 공이 청
나라 말기에 반(反)개사=반(反)전제라는 국민적 ‘자유평등의 공’으로서 중
국적으로 근대화되었다.21)
종합하자면, 중국의 공․사는 공동체인 공․사로부터 군․국․관과 신․
가․민 사이의 정치적인 공․사로 정비되어 가는 과정에서 천(天)의 무사
․불편을 정치의 원리로 받아들여 공=‘평분’, 사=‘간사’, 즉 공평․공정에
대한 편파․간사라고 하는 도의적인 배반․대립을 포함하기에 이른다.22)
청나라 말기에는 민의 자연권인 민권이 천하공의 실질이 되었고, 황제
등 위정자 계층의 정치권력은 소수의 권력이라는 이유로 사로서 배척되어
천하는 명실상부하게 민의 천하가 되었고, 이에 따라 공은 도의적으로도
원리적으로도 민의 것이 되었다. 조정․국가가 사로 간주되는 것은 천․천
하를 공으로 여기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23)
성에 근대적인 평등의 사상이 유입됨으로써, 이 만물일체적인 천하 코먼웰스
적 조화가 중국의 독자적인 근대사상이라고 할 만한 민생주의로 이어진다. 미
조구찌 유조, 2004: 41쪽.
19) 참고: 미조구찌 유조, 2004: 43-45쪽.
20) 미조구찌 유조, 2004: 47쪽.
21) 미조구찌 유조, 2004: 49쪽.
22) 즉, 조정․국가의 공의 상위에 천하의 공이 위치해 있어, 조전․국가의 공은
공의(公義)․공정(公正)․공평(公平)이라는 원리적․도의적인 천하의 공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였으며, 이 천하의 공에 비해 조정․국가라고 할지라도 그
위상으로서는 일성(一姓)․일가(一家)의 사에 지나지 않았다. 참고: 미조구찌
유조, 2004: 58-60쪽.
23) 미조구찌 유조, 2004: 71쪽.
168 사회와 철학 제26집
이처럼 원리적인 중국의 공은, 민권․민생․민족이 동심원적으로 민족․
국가를 초월하는 것으로서의 천하적인 공계(公界)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이에 반해 일본의 공사개념은 윤리적 평가가 결여되어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있어서 번(蕃)-국(國)은 대외적으로는 ‘사의 정실(情實)’을 벗
어날 수 없었으며24), 국가의 공을 최종적이며 최대의 영역으로 간주한
다.25) 그는 오히려 천지의 공으로 일본의 번이나 정부를 재편하는 것에
반대한다.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존재하고 국민의 사사로운 정인 편파심과
보국심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이러한 해석을 천지의 공도와 ‘사사로운 정’(다른 말
로 보국심)의 이원적 긴장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권력정치적 대응을 어디
까지나 ‘사사로운 정’ 또는 ‘사사로움의 情實’에서 발하는 것으로 보고 그
이상으로는 평가하지 않는, 깨어 있는 인식으로 평가한다. 즉, 천지의 공
도에 대한 국가 실존 이유 또는 문명의 보편성에 대한 자국 독립의 ‘특수
주의’를 높게 평가한다.26) 이러한 일본의 공사개념은 중국이나 한국의 전
24) 참고: 후쿠자와 유키치, 2012: 91쪽 그림 2.
25) 참고: 후쿠자와 유키치, 2012: 390-391쪽.
26) 마루야마 마사오, 2007: 708, 709쪽. 미조구찌 유조는 일본의 공과 사의 특
성을 윤리성의 부재로 파악한다. 오오야케(公)와 와타쿠시(私)는 그 자체로서
는 드러냄에 대한 숨김, 공식적인 것에 대한 비공식적인 것, 관사(官事)․관
인(官人)에 대한 사사(私事)․사인(私人) 혹은 근대에 들어와서는 국가․사
회․전체에 대한 개인․개(個)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떤 윤리성도 갖고 있지
않다. 공과 사의 얽힘이나 대립은 있지만, 그것은 종종 의리(義理)와 인정(人
情)에 비유될 수 있는 것으로, 결코 선과 악이라든가 정과 부정이라든가 하는
차원의 대립은 아니다. 미조구찌 유조, 2004: 19. 이런 맥락에서 후쿠자와의
“번과 번과의 교제에 있어서는 저마다 스스로 사적으로 마음대로 하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사(私)는 번외(藩外)에 대해서는 사이겠으나, 번 내에서
는 공(公)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여
기에서 사용되는 일본적 공(公)과 사(私)는 선과 악, 정과 부정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적 공(公)은 번으로부터 국가로 미끌
어져 들어가고, 이윽고 너무나도 일본적인 천황제 국가주의로 이행된다. 미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69
통적 해석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서 천하의 공 개념과 그 윤리적 공공성,
공평성을 중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공사 개념 파악은 규범적 판단
에서 벗어나 있는 서양의 고전적인 공사개념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 그러
나 이로 인해 공이 번에 이어 국가로 그리고 결국에는 천황제로 무비판적
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에 반해 조선 성리학은 오히려 주자학의 공 개념 중 그 도의적 특성
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천리의 공에 규범적인 우선성을 두고 있다.
3. 한국 가족에 있어서의 공과 사.
3.1. 전통 가족에 있어서의 공과 사.
조선시대의 ‘공’ 개념은 중국 ‘공’의 세 측면(지배영역으로서의 ‘공’, 보편
적 윤리원칙으로서의 ‘공’, 그리고 더불어․함께의 의미로서의 ‘공’)이 다
수용된다. 조선 성리학은 송대 주자학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서 공사 개
념도 대략적으로 주자학적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 특히 이 셋 중 지배권력
으로서의 공이 공정성․공평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도의적 요구를 중국이나
일본보다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27)
또한 이 공사관은 ‘연속성’과 ‘상대성’을 지닌다. 중심으로부터 가까운 관
계는 사(私)로 인식되는 반면 바깥은 언제나 공으로 인식되는데, 이는 동
심원적 관계망에서 상대적이며 연속적인 특징을 지닌다. ‘공’이란 언제나
“작은 범위를 둘러싸고 있는 큰 범위”를 가리키는 개념일 뿐이며, ‘사’란
“큰 범위 안에 있는 작은 범위”를 뜻한다.28)
구찌 유조, 2004: 20쪽.
27) 참고: 이승환, 2002: 55쪽.
28) 이승환, 2002: 57쪽. 이것은 고대 그리스식 공=국가=정치영역/ 사=가정=
경제영역 이라는 배타적인 이분법과는 다른 것이다. 이 지배영역으로서의 공
170 사회와 철학 제26집
성리학에서는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으로 동심원적으로 확산되어가는
연속적 구도를 강조한다. 성리학에서는 ‘혈친에 대한 의무’(親親)를 인륜의
대도(大道)라고 보았고, 이를 ‘자연의 이법’(理)이라고 보았다. 이 친친의
도리를 확장하여 만백성들에게 인(仁)을 펼쳐나가는 일을 성왕의 정치라고
보았다. 친친에서 인정(仁政)으로 나아가는 일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순서처럼 연속적이고 일관된 과정으로 파악한다.29)
효를 위해 복수를 강조했던 ‘복수 의리관’으로 친친(親親)과 존존(尊尊)
이 대립할 때 노론 계열의 송시열은 군주에 대한 의무인 충보다 혈친에 대
한 의무인 친친(효)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효를
천리로 보았기 때문이다.30) 즉 친친이라는 혈친에 대한 사적 의무가 군주
에 대한 공적 의무보다 중요하다는 논점은 친친이라는 인륜적 질서가 존존
이라는 국가의 지배질서보다 중요하다는 논거에서 유래한다. 인륜적 대도
(大道)로서의 친친이 자연의 리(天理)이자 천륜(天倫)이기에 국가의 지배
질서도 이것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는 성리학이 사회통제를 위해 법치보다 덕치 혹은 예치를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정(仁政)을 통한 덕치는 사회통합의 기본 단위를 가족으
로 삼고 그 가족의 규범을 천리, 인륜과 연계해 해석한다. 가족 단위로 수행
되는 규범을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내면화함으로써 가까운 관계로부터 확
장되는 예치의 논리가 개인과 가족 그리고 국가로 동심원적으로 이어진다.
그 가족관계의 핵심을 인으로 본 것은 인이 자기를 중심으로 가까운 관
계에서 점차 확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 사회규범의 기
본인 오륜(五倫)이 부자, 부부, 형제 등 가족관계의 규범을 중시하는 것도
가족 구성원 사이의 질서를 근간으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은 원칙적으로는 보편적 윤리원칙으로서의 공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가족
이라는 영역에서 작동되는 효가 국가 영역에서 작동되는 충보다 공적으로 앞
서는 것은 전자가 천리의 공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배
영역으로서의 공은 천리의 공에 의해 언제든 상대화될 수 있다.
29) 이승환, 2002: 57쪽.
30) 참고: 이승환, 2002: 59쪽.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71
사회적 관계는 이 가족관계의 확대로 파악한다. 효를 기반으로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를 동일시하는 맥락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가족제도를 통해서 사회질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의
질서 유지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명률(大明律) 에는 가
족과 친족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상세한 규정이 있으며, 가족질서를 위
반할 때, 그것에 대해 비친족간의 유사위반행위보다 더 엄한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31)
조선의 가족은 자손을 낳는 인구의 재생산 기능과 구성원의 생활을 유
지하는 경제적 재생산이라는 기능뿐만 아니라, 국가의 질서유지를 위한 핵
심적인 질서 수행 단위로 작동됨으로써, 가정의 역할 중 전자만을 강조하
는 전통 서구적인 공사 도식과는 매우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따라
서 조선의 전통 가족은 서구적 구분법에 따른다면 공과 사의 기능을 함께
수행한 것이기 때문에 공사의 역할이 전혀 다른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공
과 사가 동심원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가까운 사람과의 사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그 규범을 사회적으로 확장하
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의 정치(仁政)는 그 관계를 맺는 방식이 궁극적으
로는 천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윤리적 핵심 내용이 바로 천의 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규범 안에 이미 천의 공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사적인 인간관계에 이미 천리의 공이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
는 천리의 공과 연계되어 있는 규범들이 충돌할 경우 무엇을 공으로 무엇
을 사로 파악할지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데에 있다. 친친과 존존이 충돌할
때 친친을 중시하는 것도 그것이 천의 공이라는 주장인데, 친친이 지니는
공과 사의 얽힘을 구분하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조 예학논쟁이 그 한 사례일 것이다.
어쨌든 조선의 성리학은 유교의 공사개념 중 천리의 공, 인욕의 사라고
하는 윤리적인 도식을 보다 강화해 공과 사를 구분짓는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천리의 공과 인욕의 사라는 공과 사의 윤리적 판단도 주자학의 입장
31) 참고: 최홍기, 2006: 46-47쪽.
172 사회와 철학 제26집
을 따른다. ‘개인’은 정치에서는 ‘사’에 속하지만, 보편적인 윤리원칙에서는
‘사’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무아의공’(無我之公)을 추구해야 하는 도덕적 존
재로 파악되었다.32)
따라서 개인이 사사로운 이익이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정도에서 벗어
난 사도로서 비난의 대상이 되며, 오직 자기절제와 수신을 통해 천도로 정
해진 가족규범을 익히고 따르는 것이 권장된다. 조선 중기 이후 정착된 유
교적 가족주의에서는 개인이란 위계적이고 차등적인 공동체 관계 속의 일
부분으로서만 존재한다. 개인은 가통(家統) 속에서 자신의 생멸을 이해하
는 수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가족 계승의 축인 적장자 계승제도에서 강한 권한을 지닌 가부장권도
이런 점에서 개인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이라는 지위가
갖는 권한을 적장자가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장자가 가족을 다
스린다는 것은 유교적 가족질서를 유지하면서, 체제적 질서의 유지에 이바
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가(齊家)를 통해서 가계를 빛내는 것이 조상에
대한 효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가족 성원의 결집과 협력이 요구되며 이를
구체화한 것이 종법제이다. 이 종법제하에서는 가부장을 포함한 모든 성원
은 가족 규범체계를 받아들이고 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33)
유교적 가부장제는 가족이 수행하는 막중한 역할을 체제가 통찰하여, 종
법제를 바탕으로 하는 가족-친족 제도를 통해 유교적 질서를 구현 유지하
고자 한 체제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속에서 발전된 것이다. 즉 예치와 법치
32) 이승환, 2002: 61쪽.
33) 조선 후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가문 중심의 연대가 강화된 것은 조선의 후기
유교 통치질서의 위기 속에서 사대부세력이 자신의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향촌의 사족들이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문을
통해 중앙정치와 연결을 도모했는데, 이는 결국 잠재적 경쟁상대인 타 문중을
차별하는 폐쇄적인 형태를 띤다. (참고: 김동춘, 2002, 102-195쪽) 근대 가
족의 폐쇄적 배타적 가족주의의 역사적 맥락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이는 인
과 친친을 중심으로 동심원적으로 확대되는 인정과 예치가 도외시되고 오로지
자신의 가족의 생존과 번영만을 도모하는 기행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73
를 통해서 체제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국가기구가 수행하기 어려
운 역할을 가부장제 가족으로 하여금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유교적 통치정
책 속에서 발전된 것이다.34)
이것은 제가치국(齊家治國)의 이념이기도 한데, 이 이념은 가부장제 가
족이 통치체계의 일부이며 가부장권은 왕권이 연장 확대된 것으로 이해된
다. 이러한 유교적 가족제도는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추구한 사회체제와 함
께 이념적으로 발전시킨 제도였다.35)
이러한 공 중심의 공사 독법은 근대 이후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가나 관주도에 대해 묵인하는 정서와 독재의 일상화, 사익추구를 공론화
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사유에 대한 이중적 태도, 민주화시기 양심적 지식
인들의 멸사봉공, 무아지공의 자세, 등이 그 유산이다.36)
3.2. 한국 근대 가족에 있어서의 공과 사.
60년대까지는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 법체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부계혈연중심의 유가적 가족주의 가치관이 유지된다.37) 특히 친족법
중 호주제 및 호주상속권이 신민법(신민법, 민법 조항 794, 991조)에 존
속된다. 이 시기에는 형식적인 근대법체계 내에 유교적 내용이 혼재되어
있었으며, 실질적으로는 유교적 가치관과 규범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부부 중심의 도시형 핵가족이 주
류를 이루지만, 가족 내 가치나 규범은 전통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이 복
합적으로 섞여 있다. 사회경제적 구조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 변화
를 설명할 수 있는 틀도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다양한 가치관과 이념들이
함께 병존하면서 혼성화되는 것이, 즉 중층성과 혼성성이 일상화된다.
34) 최홍기, 2006: 54쪽.
35) 참고: 최홍기, 2006: 55쪽.
36) 참고: 이승환, 2002: 62-63쪽.
37) 참고: 최재석, 1994[1982]: 223-224, 272, 393쪽.
174 사회와 철학 제26집
한국의 근대 가족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의식구조를 유지하
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적 삶 속에서 근대적 생활양식과 의식구조를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했다는 점에서 이 두 형태를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하
고 혼용하는 양가적, 혼성적, 중첩적인 독특한 가족관을 형성하고 있다.38)
따라서 가족 내에서 공과 사를 대하는 태도도 경우에 따라서 복합적으
로 전개된다. 집안 대소사나 향우회 등 혈연이나 지연관련 문제 처리에 있
어서는 전통 규범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며39), 개인 중심의 도시적 삶터
에서는 공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서구 근대적 논점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
이다. 예를 들면, 가장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자식으로서 효도를 해야 하
고, 친척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위계적 서열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러나
핵가족 내에서의 가장은 그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행사한다. 그는 또한 구성원들의 요구로 민주적인 가
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능 수행자이어야 한다. 따라
서 가장은 핵가족 내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사적인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경
우에 따라서는 직계가족 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준 공적인 질서체계의 일
부로서 행위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능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일상적인 삶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근대 이후 오히려 강화된 가족주의를 예로 들어도 상황은 유사하다. 근
대 내내 지속된 ‘선성장 후복지’의 결과 전적으로 가족에게 부가된 사회복
지 기능을 수행해야 했던 한국의 근대 가족은 생존과 물질적 충족을 위해
서 가족단위로 결집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은 생존을 위한 주
38) 참고: 권용혁, 2012: 177쪽.
39) 이 전통규범은 성리학적 공동체주의 및 그 규범에 의거해 있는데, 이 동아시아
적 공동체주의도 현재적 시점에서 부단히 재해석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근
대 가족에 있어서 가족 규범도 시대에 따라 직계가족규범에서 핵가족 규범으로
그리고 핵가족과 개인성이 공존하는 규범들로 변화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전
통 규범들도 그 내용을 현실 변화에 맞춰 바꿔왔기 때문이다. 참고: 권용혁,
2013, 205-215쪽. 이런 점에서 전통적 공동체성의 특징을 현재적 시점에서
부단히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참고: 조경란, 2005, 111쪽.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75
요한 전략적 단위이자 인식 및 행위의 절대적 준거로서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40) 개인이 가족 내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이러
한 근대 가족의 사태는 가족 외적인 영역과 가족 영역을 구획하고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사회의 기초 단위로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을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사적 영역으로 보기는 힘들
다. 가족이 교육지원, 노인부양, 건강 돌봄 등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도 하고, 구성원들의 사회적 적응과 성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단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가족은 사회로부터 구성원
을 보호하는 사적인 역할과 사회적 성공을 돕는 준공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1990년대에 산업화가 정착되고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실질적인 민주화가
본격화되고 이에 따라 가족 문제도 빠르게 변화한다. 예를 들면 1990년 개
정된 가족법은 남녀평등과 여성의 법적 지위를 강화했다. 특히 여성의 가사
노동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친족을 남녀 8촌으로 인척을 4촌까지로 동
등하게 명시화했다. 2005년에 호주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남계와 여계의 차
등 대우가 거의 완전히 해소되고 가족 내에서의 개인의 권리가 확보된다.
2005년 3월 호주제도 폐지로 가족의 범위를 호주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개인성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가족의 위계성을 합법화했던 호주제가 폐지됨으로써, 가족을 가제도로 해석
했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 개개인의 개인성을 강조하고 가족을
이들의 생활공동체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41) 또한 가족이 형태상으로도
40) 이러한 가족주의 강화는 가족의 동심원적 공조를 강조한 성리학적 공사개념과
도 연관된 것이며, 조선후기 문중 강화현상과도 이어진다. 그 당시 부계혈연
중심으로 결집했던 조선후기의 가족주의 강화 현상도 규범적 차원에서 도입된
유교적 가족 이념의 특정한 내용을 국가와 사회의 연결고리 단절로 인해 위협
받은 생존과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극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근대 가족의 가
족주의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강화된 이해될 수 있으며, 그 역사적 기원을
조선 후기의 혈연적 결집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 최우영, 2006: 1.
41) 참고: 양현아, 2011: 473-474쪽.
176 사회와 철학 제26집
직계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으며, 일인가구가 확대되면서 핵가족과 일인
가구가 주요 형태로 등장하면서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42)
한국의 가족은 직계가족, 핵가족, 일인가구 등이 혼합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는 도시형 핵가족이 있으며 이 핵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주의를 이어
가고 있다. 현재 1인가구의 증가로 개인주의형 가족이념이 확대되겠지만,
이들 대부분이 핵가족화에 대한 물질적,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서43) 아직은 핵가족 중심 가족주의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가족은
현재 부부중심의 핵가족을 중심으로 직계가족과 일인가구가 상호 연계되어
있는데, 이러한 변화된 가족에 있어서는 예전에 비해 보다 느슨한 형태의
가족주의가 작동되고 있으며 동시에 그 구성원들의 개인화가 강화되고 있
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가족이라는 집단과 그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동시
에 중시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근대 내내 강화되었던 생존과 물질적 안정을 위한
폐쇄적이며 강한 응집력을 강조했던 가족주의 강화 논리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간다. 그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집단을 위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복
종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자아실현 등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간주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
의 변화와 가족 형태의 변화로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가 보다 자유롭고 평
등한 수평적 관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논자는 이러한 변화를 한국의 가족주의가 일차적, 기초적 물질중심 논점
에서 이차적 비물질적 수평적 네트워크형 가치중심의 논점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생존을 위해 가족이라는 집단에 개인이 종속되는
집단주의적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자아실현
등을 우선시함으로써 가족 공동체가 구성원 상호 간의 사랑, 친밀성, 행복
등을 고려하는 비물질적인 공동체성을 강화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44)
42) 참고: 통계청 2010 전수조사 [가구원 수 규모]
43) 참고: 장경섭, 2009: 301-302쪽.
44) 참고: 권용혁, 2013, 225쪽.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77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족에서의 공과 사의 문제도 재구조화된다. 가족 외
부에 대해 가족은 사생활을 보장받는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그 가
족 내부 구성원의 사생활도 가족이 함께 보장해야 하는 이중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기존의 강화된 가족주의에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었
던 개인성이 주요 변수로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가족 내의 가
부장적 위계성이 약화되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보다 수평적인 친밀한 관계
를 강화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4. 결 론
2장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대한 규정은 지역
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것
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한국 가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공적인 영역과는 배타적으로 구분되는 사적인 영역으로만 간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 구성원들의 사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
지에 따라 서구적인 공사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공화주의적 입장과 자유주
의적 입장으로 구분된다. 근대 이후 자유주의의 진행 속에서는 가족이 그 구
성원의 사적인 영역을 보장하도록 국가나 사회가 개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 안에는 공사 영역 둘 다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가 가족구성원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개입하는 경향이 강
화되고 있다는 점에서45) 가족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동양에서의 공 개념은 지배영역으로서의 ‘공’, 보편적 윤리원칙으로서의 ‘공’,
45) 최근에는 서구에서는 가족 내 아이들의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문제에
개입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사적 영역에 개입해 그 심판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가의 개입으로 국가는 가족 구성원의 동등한 권리를
보호하는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 앤서니 기든스, 1998: 158
쪽. 울리히 벡, 2000: 159-160쪽.
178 사회와 철학 제26집
그리고 더불어․함께의 의미로서의 ‘공’으로 풀이되고 있고, 사 개념은 이에 대
응해서 연속성과 상대성을 갖는 개념으로 자리매김된다. 특히 성리학은 ‘천리의
공’, ‘인욕의 사’라는 도의적인 측면과,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으로 확산되어 가
는 연속적 동심원적 구도를 강조한다. 개인은 사익추구를 벗어나 천리의 공을
추구해야 하는 도덕적 존재로 파악된다. 가족도 이러한 공사 개념의 동심원적
구조 속에서 파악된다. 이 구조로부터 민권도 사권(私權)이 아닌, 국민 내지
민족 전체의 공권(公權)이 된다. 즉, 개사(個私)없는 천하의 공이 주장된다.
이처럼 동서양의 공사관의 내용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서양도
전통적인 공사 이분법의 내용이 변화해, 사의 일부분이 공의 영역으로 이
전되고 있다. 동양의 공사관도 공의 민주성을 강화함으로써 민과 공을 함
께 해석하는 민주적 형태가 제안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그 확연한 차이
는 동양의 공사관이 천리의 공, 인욕의 사라는 논점을 강조함으로써 개인
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지양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점은 조선 성리학에서도 그대로 수용된다.
어쨌든 근대 이후 가족 현실은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근대적인 생활양식이
혼합된 채 변화해왔다. 한국 근대 가족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
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적 핵가족의 삶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점
에서, 최소한 이러한 두 가지 공사개념 쌍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상황에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한국 근대 가족의 사태가 지니는 혼성성과 복합
성을 보다 적절하게 해명하기 위해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최소한
오분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세분화가 한국 가족의 진행과정을 보다 설득
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이분법적 구도를 1)사적 영역/ 2)사적 영
역 위주에 공적 영역이 혼합된 영역/ 3)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4)공적
영역 위주에 사적 영역이 혼합된 영역/ 5)공적 영역으로 세분화하고 분석
의 중심축을 1)과 5)로 보지 않고, 이를 대신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의 공존과 상호 상대적 연관성을 논의하는 3)을 기본 축으로 2)와 4)를
현실 해석 틀로 볼 필요가 있다.46)
그 이유는 서구와는 달리 한국 근현대의 가족은 국가라는 공적 영역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79
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적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국가
라는 공적 영역이 요구하는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준(準)공적인 영역으로
도 기능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상대적, 동심
원적 연속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서구적 형태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거나 한 영역이 다른 영역을 포섭하는
형태의 서구적 논점보다는 이 둘의 중첩성, 중층성을 함께 고려하는 3)의
방식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를 보다 형식화 한다면, ‘A 대 B 혹은 A에서 B’라는 이분법적 단선적 이
행 논리에서 탈피해 ‘A, A>B, A and B, A<B, B’라는 최소 오분법적 복합적
이행 논리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다섯 영역은 직선적 비교 우
위를 통해서 위계화되는 것이 아닌, 다섯 가지 분류가 혼성적, 중첩적으로 진
행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 변화의 형태도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의 단
순한 직선 이행이 아닌, 중첩적이고 혼성적인 상태가 상호 균형을 이루는 상태
로 다다르는 복합 이행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근대 핵가족에서의 가장의 행위는 복합적, 중층적
인 것으로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섞여 있는 3)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 중 직계가족과의 위계적 관계 유지와 집안 대소사 처리에 있어서는 유
교적 공/사의 동심원적 구조에 따라 행위한다. 이는 4), 5)유형에 가깝다.
핵가족 내에서는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민주적 태도를 경우에 따라서 수행
한다. 이는 4), 2)유형에 가깝다. 다른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가정
을 휴식과 정서적 유대의 공간으로 간주할 때는 1)유형에 가깝다. 또한 근
대의 폐쇄적 배타적 가족주의는 가족을 1)유형인 사적 영역으로 간주하는
46) 이 오분법은 한국 근대 가족이 처해온 중층적, 중첩척, 혼성적인 복합 상황을
평면적으로 배열․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20세기 내내 진
행된 이 복합적 사태의 시기별 진행과정을 분석하고 주도적인 흐름을 요약할
경우 그 실체적인 모습은 입체적으로 (삼차원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근대 가족 및 가족주의의 시대별 변천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권용
혁, 2013: 205-223쪽을 참고하기 바람. 이러한 한국 가족의 변천사를 기반
으로 공․사 개념을 재구성하는 일은 또 하나의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180 사회와 철학 제26집
것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가족 구성원의 사회적 성공을 보조한다는
점에서 4)유형인 준공적인 영역에 가깝다. 이처럼 근대 가족이 수행하고
있는 사안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최소 오분법은 단순 이분법에 의
거한 해석보다 사태를 보다 더 적절하게 해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이 경우 동서양의 공/사 개념의 혼성화로 개념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
다. 두 개의 이질적인 개념을 섞어서 논의하면 그 주장의 논리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힘들다.47) 그러나 동서양의 특정한 공사관을 유일한 기준점으로
삼을 경우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것은 사태의 복합성을 전혀 고려하
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한국 가족을 다룰 경우 단일 논리의 일
관성에서 벗어나 이 둘을 포함해서 재구성할 수 있는 “복합논리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근대 이전에 작동되었던 동양의
공사관을 근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비판, 근대에는 서구의 공사관을 적
용해야 한다는 비판은 한국 근대 가족의 복합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너
무나 특정이론 중심적인 일면적인 주장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통과
근대가 따로 또 같이 중층적, 중첩적, 혼성적으로 존재하는 한국 근대 가
족이 처해 있는 복합적 사태를 사유의 대상으로 한다면, 특정 서구 이론에
의거해서 현실을 재단하고 그 개념의 논리적 일관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태
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오히려 이 복합적 현실에 상응하는
개념틀을 만드는 것이 사태설명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논자는
한국의 근대 가족이 이러한 복합성찰성을 작동시키는 유형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오분화로 재구성해본 것이다.
특정한 서구의 공사관에 의거해 한국 근대 가족의 사태를 재단하는 것
보다, 이러한 최소한의 오분화가 한국 근대 가족에게 주어진 복합적 사태
47) 이 둘 사이의 차이도 엄존한다. 동양의 공사관이 천리의 공, 인욕의 사라는
테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공과 사를 선과 악으로 동치시켰기 때문이
다. 따라서 이 둘을 분리하고 그 중 사욕 및 사권을 재해석해 현재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인권담론의 재구축을 시도하는 조경
란의 논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참고: 조경란, 2005, 109-
113쪽. 어쨌든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81
를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당사자들의 사유방식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틀이
아닐까? 논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혼성적 방식이 두 개 이상의 이질적인
개념틀이나 규범들을 현실적으로 적절하게 배열하면서 삶을 유지해야 하는
삶의 조건을 지닌 자들을 적절하게 표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논자의 주장은 실험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그 현실 적합성
이 문제될 경우 적절하게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최소한의
오분법이 포착하지 못하거나 그 혼성적 틀보다 나은 형태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사유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자는 이러한 한
국 근대 가족 구성원들의 복합적 삶의 조건과 대처 방식을 크게 보면 근대
의 진행과정에서 가족이 처한 복합적 사태를 고려해서 자신의 역할을 복합
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러한 복합적 능력을 수행하
는 행위의 저변에는 이러한 복합적 사태에 상응하는 복합적 성찰성이 작동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48) 따라서 이 논문에서 제안하고 있는 최
소 오분법도 이러한 한국 근대 가족이 처해 있는 복합적 현실사태 속에서
구성원들이 주어진 상황에 의거해서 나름대로 복합적으로 성찰해 온 그 사
유의 궤적을 포착해내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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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한국 근대 가족을 중심으로(권용혁) 183
The Public Sphere and Private Sphere :
Focused on the Korean Modern Family
Kwon, Yong-Hyek
【Abstract】
This article is an attempt to expound Korean modern family based
on its notions within the public sphere and the private sphere. The
Korean modern family is complicated in nature, having to cope with
spheres of the public and the private, which are well established in
the West as well as in the East. Therefore, it can hardly be explained
by sticking to one specific theory. This is the reason why I have tried
to reconstruct the existing “public” and “private” notions of Korean
modern family, choosing to focus on its compound reality.
As an advocate posits in Ch. 2, the notions regarding the public and
the private have been constantly reinterpreted in both the East and
the West. There is no reason that this trend should not be applied to
the study of the modern Korean family as well. In fact, this very approach
is subsequently explored in Ch. 3. Here, I stress the compound structure
of family, or the “family culture,” in modern Korean society and argue
for the need to take this complexity into consideration.
In Ch. 4, I propose a new conceptual paradigm by which the
complexity of the Korean modern family can be properly explained. I
am well aware that my proposal is still in its experimental stages and
requires further support and verification. However, I am confident in
184 사회와 철학 제26집
its worthiness as an alternative account that can aid in better
understanding the rapid dynamism of the social reality of the Korean
modern society.
Key words: the public sphere, the private sphere, korean modern
family, complexity, dichotomy, a five-way classification
논문접수일: 2013년 9월 9일 논문심사일: 2013년 9월 27일 게재확정일: 2013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