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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미국 시카고시 오헤어 국제공항에 가면
빨간색 하트 모양을 한 전기쇼크기(AED·자동 제세동기·除細動器) 박스
표지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공항은 5년 전부터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는
심장마비 치료용 전기쇼크기를 발걸음으로 1분 거리마다 설치, 80여개 두고
있다.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하면 누구나 소화전처럼 ‘AED’ 박스를 열 수 있다.
그러면 알람이 울리고, 공항 ‘911’(구급대)에 그 위치가 자동으로 전달된
다.
‘AED’를 꺼내면 사용법이 음성으로 나오고, 거기에 맞춰 2개의 패치를
환자의 가슴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AED’는 자동으로 환자의 심
전도를 판독하고, 적절한 시점에 전기쇼크를 발사한다. 구급대원이 오기 전
이라도 심장마비 현장에서 아무나 환자에게 전기쇼크 치료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심장마비시 전기쇼크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심장 박동 회복
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AED’ 박스에는 인공호흡용 마스크와 공기 펌
프도 구비돼 있다.
공항 심장구급 책임자 셰리 카프리씨는 “지금까지 45명의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는데, ‘AED’로 31명을 현장에서 완벽하게 살렸다”며 “공항 직원
4000여명 모두 이 장비 사용법을 배웠고, 박스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
했다.
길거리·집 등 병원 밖 심장마비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이처럼 인구 밀집
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에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쇼크
치료기를 설치하고 있다. 심장마비시 인공호흡과 가슴 압박 등 심폐소생술만
하는 것보다 추가로 조기에 전기쇼크를 주면 환자의 생존율이 약 2배 높아
진다.
▲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대합실 한 층에 설치된 자동 전기쇼크기 박
스 위치 표시도. 공항에는 전기쇼크기가 80여곳에 설치돼 있다.
시카고시에는 ‘AED’ 박스가 야구장, 축구장, 극장, 학교, 카지노, 호텔, 골
프장, 쇼핑 몰, 대형 헬스클럽 등 60여개 건물에 설치돼 있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는 2년 내 시내 곳곳에 3000개
의 ‘AED’를 설치할 예정이다. 미 연방항공국은 모든 여객기 내에 ‘AE
D’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일년에 한 번 이상 심
장마비 환자가 발생하는 곳이면, ‘AED’를 설치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시카고대의대 응급의학과 랜스 베커 교수는 “AED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가
르치면 게임기 다루듯 30분이면 완벽하게 배운다”며 “만약 심장마비 발생
시 이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건물주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분위기여서 ‘AED’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
커 교수는 ‘AED’가 시내 전역에 깔리면서 심장마비 환자가 전기쇼크 치
료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전에는 평균 16분이었으나, 현재는 6분으로
단축됐다고 전했다. 심장병 환자들은 여행할 때 호텔에 ‘AED’가 설치돼
있는지를 사전에 물어보고 예약을 하고 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의대 응급의학과 조지프 오나토 교수는 “심장병 환자
에 대한 거의 모든 구급 처치는 병원보다는 현장에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심폐소생술이나 AED 등도 일반인을 포함해 최초 목격자
가 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