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에 대한 비유/ 복효근
온전히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가령, 비누를
한사코 미끄러져 달아나는 비누를
붙잡아 처바르고 안고 애무해보지만
사랑한 것은 비누가 아니라 비누의 거품일 뿐
비누의 심장에 다가가 본 적 있는가
비누에게 무슨 심장이냐고?
그렇다면 비누가 그런 것처럼
제 살 한 점 선선히 내어준 일 있었는가
누구의 더러운 냄새 속으로 녹아 들어가
한번이라도 뜨거운 심장을 증명해 본 일 있었던가
고작해야
때얼룩 허물을 벗어 안겨주면서도
눈앞에 있을 때
참으로 간절히 참으로 간절히
비누에게 있는 비누의 이름을 불러준 적 있는가
닳아 없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불러보는 없는 이름
여보, 비누
없어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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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복효근시인의 시집<새에 대한 반성문>에 실려있습니다.
"비누"는 우리 주변에서 항상 보게되는 친근한 사물이지요. 이 시에서는 밑에서 두번째 행 "여보" 에 대한 비유로 쓰였겠지요. 화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사건을 "비누"를 통하여 말하네요.
"비누"처럼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하고 묻지요.혹 우리가 사랑한 것은 거품일지도 모른다고 일상을 돌아보게 하네요.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사람이라 당연히 거기에 있을 거라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시를 읽으며 소중한 사람들 얼굴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떠난 후에 후회하지 않게 있을 때 잘해야겠습니다.(감상/어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