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 / 김미정
며칠 전 내린 비로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영산강 하구언에 갇힌 강물이 탁하고 수위가 높다. 오늘도 영산강 하구둑 2,000m의 다리를 가로질러 목포를 향해 달렸다. 내 시야의 오른쪽에 남악지구와 더 오른쪽으로 오룡지구의 아파트 숲이 보인다. 이 길을 지날 때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23년 전 군인이던 남편이 발령을 받아 목포로 이사를 왔다. 교육청 인근에 위치한 군인 아파트에 살았고 집 장만은 퇴직 즈음에 계획하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남악지구 쪽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도청이 이전하기 전이라 택지 조성만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교회에서 만난 집사님은 하구둑을 건너 올 때마다 남악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기대에 들뜬 목소리로 “자네도 저 땅을 축복하소. 저 넓은 땅 중에 자네 땅 없겠는가?” 하였다. 군인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새로운 부지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던 터라 그 말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말로만 들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시댁이 남악이라 보상 받은 택지가 있었고 시부모님으로부터 상속 받은 땅이 있었던 것이다. 그랬으니 그 곳이 얼마나 축복하고 싶은 곳이었겠나.
얼마 후 전남 도청이 이전을 하여 아파트가 생기고 상가가 조성되며 도시가 형성되었다. 지인도 3층 건물을 지어 상가를 세 내어 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군인 아파트에 살던 나도 예기치 못한 남편과의 사별로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가 고3이라 국방부의 배려로 군인 아파트 퇴거를 한 해 유예해준다고 해서 마음만 추스리고 있었다. 그런데 큰딸이 전해 주기를 작은딸이 “언니, 우리 아빠 없는데 우리끼리 어디서 어떻게 살아?” 했다고 돈이 필요해도 엄마에게 말 못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울고 앉아 있는 동안 딸들의 불안과 슬픔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일단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자는 생각에서 남악 쪽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고 급하게 계약하였다. 영산강 하구가 내다보이는 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영암과 목포의 경계 다리를 지나오면서 내 집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계획하는 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어느 사이 그 곳에 살고 있는 나를 생각하며 지인의 옛 말이 떠올라 웃음 짓는다. 이제 곧 결혼하는 작은딸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무안 오룡지구의 아파트를 얻었다. 혼수 준비와 아파트 청소 등 수시로 신혼집에 들르게 되었다. 그 동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마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처럼 활기차고 생기가 넘쳤다. 여기저기 초등학생 아이들의 장난치는 고함 소리와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아파트가 들썩거리는 느낌이었다.
14년 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근처 영산초등학교 아이들로 왁자지껄 하였다. 요즘은 청소년 자녀가 더 많은 듯 조용하다. 젊은이들이 목포에서 무안으로 수평 이동을 많이 해서 목포가 텅 비었다는 말을 듣곤 한다. 구도심 쪽은 젊은이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싶다. 학령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타도시에서 이주해 온 것이 아니고 인구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젊은이들이 왔겠는가? 당연히 목포 인구가 빠졌겠지 싶었다. 처음 목포에 이사 왔을 때 하당 지역에 비파 아파트가 있는 곳까지 뻘밭이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다. 뻘밭에 건물이 들어서고 활성화 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쇠락해 가는 느낌이다.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해 가면 좋겠지만 눈부시게 부흥하는 곳이 있으면 쇠퇴하는 곳도 있겠지 하면서도 마음은 씁쓸하다. 이제 신혼을 시작하는 작은딸을 생각하며 ‘네가 거하는 땅을 축복한다. 너의 터전에서 복 누리기를’
첫댓글 맞아요. 이쪽(구도심이나 북항)은 학교가 텅텅 비었어요. 돈 없는 젊은이들도 죄다 신도시로 가니 서글퍼집니다.
작은따님 결혼을 축하합니다. 도시가 생기면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여러 시설이 들어서니 예산도 많이 사용되겠지요. 반면 쓸만한 건물이 있는 구도심(목포시, 무안읍)은 빈 건물이 늘어나고, 심한 경우 폐허가 되기까지 합니다. 도시가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구 고령화, 낮은 출생률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네요. 그래도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져야 겠지요. 선생님 덕분에 영산강 하구언 풍경이며, 남악 신도시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옛날 ‘하당’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