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구
종종 버려진 물건들을 주워와서 닦고, 광내고, 색칠하고, 못질하고 새롭게 만들어 쓰는 재미도 쏠쏠했고, 번듯한 새 것이 주는 불편함이 있었던 나와 궁합도 맞았다. 그리고 주워온 물건들을 씻고 닦기만 해도 멀쩡한 물건들이 많은 데에 놀랐다. 게다가 버릴 수 밖에 없는 물건들이 멋진 물건들로 재활용 되는 모습들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왜 저 많은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질까?
위_창영초 앞 떡볶기 나라 어머니의 재활용 화분들, 아래_외국 쌀자루를 활용한 화분
소비가 미덕처럼 장려되고,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하게 되고,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거대 미디어들의 목숨을 건 노력 덕에 도대체 집에 믹서기가 몇 개, 다리미가 몇 개, 프라이팬이 몇 개, 세탁기에 냉장고까지, 청소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세탁기 계열만 봐도 짤순이에서 세탁기, 자동세탁기에서 다시 드럼세탁기, 건조되는 세탁기, 냄새만 빼주는 스타일러스라는 기계에, 간단한 빨래-아기용 빨래를 위한 미니세탁기까지 나온 참이다. 다리미는 일반 다리미에 스팀다리미, 옷 전용 다리미가 있고, 믹서기는 김장용 대형, 주서용, 커터용, 마늘까기용, 착즙기에 휴롬에 벽돌을 깨는 파워의 대용량까지 있다. 청소기도 대형, 선 없는 거, 필터 갈지 않아도 되는 거, 미니, 테이블용, 차량용 등등이 있다. 냉장고도 소량 대용량 양문형에 김치 냉장고도 2개 이상 있는 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예전엔 없어도 살았고, 1~2개 가지고 그 기능을 거의 다 했슴에도 그 기능을 세분화 하고 나눠서 끊임없이 좁은 집에 밀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집이 좁아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좀 유행이 지난 물건은 버리고 새 유행의 물건을 산다.
지구와 마을을, 가정을 살리는 재활용 벼룩시장
지구와 마을을 살리고, 가정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생태환경의 일환으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가 캠페인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벼룩시장이 쉽게 떠올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비슷한 성격을 띠는 중고 시장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유럽처럼 환경에 관심이 많은 곳에서 활성화되어 있는데, 특히
프랑스의 노천시장이 유명하다.
벼룩시장( 跳蚤市場,
flea market)은 중고품을 파는
프랑스의
노천시장이다.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 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고, 실질적으로
벼룩과는 무관한 명칭이다. 가구,
보석,
옷, 골동품,
그림, 오래 된
책,
장식품 등이 단돈 몇
유로에서 수만 유로에 이기까지 거래된다.
파리의
관광명소로 꼽혀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는다.
프랑스 이외에도
유럽의
대도시에는 이런 벼룩시장이 여러 곳 있다. _ 위키피디아/다음DAUM 제공
독일 벼룩시장
핀란스 헬싱키 벼룩시장 풍경
비슷한 말로 bazaar바자가 있는데
페르시아어 바자르(b?z?r)에서 파생된 단어로, 원래 의미는
향료와
직물,
소금이나
금 등을 교환하는
상점이 모여있는 일대, 일종의
시장으로 굳혀지고 있다. 유명한 바자회로는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가 있다. -위키피디아/daum 제공
벼룩이 많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판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 붙혀졌는데 말하자면 중고시장이다.
서울의 유명한 벼룩시장으로는 역사가 있는 벼룩시장으로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청게천 3가에서 시작했다. 진공관, 필름카메라, 전축, 타자기, 고서 등등 우리나라의 골동품이란 골동품은 다 모여있는 곳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좌판 깔고 장사하는 분들은 생업으로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라 잘못하면 싸움나기 쉬워 함부로 좌판을 깔면 안된다. 그 밖에 각 지역마다 벼룩시장이 많이 펼쳐지는데 일반적으로는 소정의 참가비를 내거나 참여의사를 밝히기만 하고 좌판을 펼 수 있다. 창작예술품을 함께 파는 홍대 프리마켓, 공연을 함께하는 사직동 그가게 멜로디 잔치 등이 있다.
인천에서도 구월동 중앙공원에서 벼룩시장이 격주로 열리고 있고, 만 2천여명의 회원이 있는 인천맘 아띠아모(육아 소통) 카페는 종종 아띠아모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그 밖에 송도 굿 마켓, 서구 가좌동 초록장터, 예술회관에서도 자원순환 녹색장터, 화도진 벼룩시장, 각 구청이나 그 주변에서도 종종 벼룩시장이 있다. 홈페이지나 인터넷 카페의 공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을 잊지 마시길... 일반적으로 노천시장이라 우천시에는 장이 열리지 않는다. 변경사항 확인이 꼭 필요하다.
위 -아띠아모 벼룩장터, 송도 굿마켓, 아래 - 서구 초록장터
창영동+배다리 다살림 벼룩시장
2011년 3월 첫번째 창영동+ 배다리 다~살림 벼룩시장
2011년 3월 마을 공간들이 의기투합 하여 금창동 배다리에 벼룩시장을 열기로 했다. 개인적인 의지도 있었지만 함께 하기로 하면서 생각한 것은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함께 어울리는 일이기도 했고, 산업도로 반대투쟁 이후 건강한 마을로, 활기찬 마을로 살려내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또 아직 빈터였던 산업도로 공터에서 열기로 했는데 이 또한 사람들이 떠나고 길이 파헤쳐져 중간에 넓은 공터가 생긴 것이 단절된 느낌을 줬는데 이를 다시 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위아래 마을 사람들이 가운데 공터-산업도로 광장에 모여 펼치는 장터며, 잔치며, 운동회, 축제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발전한다면 마을이 다시 하나로 어울러지는 모습을 그린다.
금창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작아서 여러모로 다양한 상상을 한다. 오래된 마을에 오래된 또는 중고 물건들이 오랜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 앞에 펼쳐져서 이웃끼리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벼룩가게들이 되고, 그들이 있는 곳곳을 모아 그려 금창동 배다리 벼룩가게 지도가 만들어지고, 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그 골목들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마을구경도 하고 물건도 살 수 있는 마을 풍경을 상상했다. 특히 금창동은 그리 크지 않아서 함께 할 꺼리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2011-3월 다살림 벼룩시장 포스터
'꽃길이', '나비', '강', '사각공간', '다인'이 계획하고 포스터도 만들고, 참여기준도 만들고, 인터넷 카페도 열고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다. 더우면 더운데로, 추우면 추운데로 나들이 하듯. 소풍을 하듯 진행했다. 우리들이 즐거워야 지속할 수 있고, 계속되는 과정에서 참여와 관심이 있을꺼라는 생각이었다.
다살리자는 의미의 다는 많다의 의미와 모두 함께라는 전부의 우리말의 뜻을 그대로 살린 의미다.다~살림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오래된 것으로 새롭게 살려내고, 죽어가는 땅을 살려내고, 사람들의 관계를 살려내고, 버러지는 것들 살려쓰자는 취지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보내오기도 하고, 갖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이상 확장되지는 않았다.
금창동 배다리에는 오랜동안 살아오신 분들이 많지만 남이 쓰다 버린 물건을 쓰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어렵게 고생스럽게 살아온 분들에게 당연한 생각이었다. 동시에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들에겐 팔 물건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기도 했다. 종종 쓰지 않는 물건들을 종종 얻어 팔기도 했는데 함께 벼룩시장을 여는 일은 다른 문제인 거 같다.
우리 문 앞에 벼룩가게를 여는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웃과 친구와 가족과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아닌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만날 기회가 많이 사라졌다. 작은 골목입구 가게들도 사라져 가고, 작은 시장들도 사라져 간다. 이웃과의 눈인사도 마을의 작은 공원들도 그렇게 사라진다. 사람간의 만남 자체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동안 소통이라는 단어는 더욱 먼 이야기가 된다. 인터넷의 악플이니 말도 안되는 말이 배설이지만 막아서도, 막으려고 해서도 안되는 이유다. 다양한 말들속에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더해져야 할 뿐이다.
"우리는 만나야한다"하는 후렴구가 있는 노래가 있다. 통일에 대한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랫구절이 새롭게 들어온다. 사람간의 만남을 귀찮고, 불편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구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의 만남 자체가 그래서 이제는 중요한 것이 되었다. 만나고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할 일이다. 그런데 만나고 인사만 하면 그 다음엔 멀뚱하고 머슥할테니 함께 할 시간을 지속시킬 무엇이 필요하다. 작은 가게, 작은 시장, 작은 식당, 작은 공방, 작은 벼룩시장도 좋다. 작게 많이 만들어서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많들고 이웃을 늘려가야 한다.
벼룩시장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의 가치, 만남의 가치, 환경과 생명의 가치,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가치,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 손해봐도 좋은 것에 대한 가치, ... 그리고 쓰레기 때문에 냄새나고 더러워지는 이웃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가치일 수도 있다.
사족; 쓰다가 질리면 벼룩시장에 내 놓는데 안팔려서 쳐박아 두었다가 다시 꺼내면 왠지 손이 간다. 내가 골랐던 물건이기 때문에 내 취향인거다. 물론 살이 찌거나 빠져서, 하는 일이 달라져서, 취항이 변해서 버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은 안팔려도 내가 쓸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다. ^^ 때로는 이렇게 멋진 예술품으로 탄생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