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kFTSDQUqIE
요즘 같이 누구나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고, 그래서 누구나 이것은 옳네 저것은 그르네 할 말 많은 저 수많은 입들이 탄생하여 오만 가지 매스컴을 통해 떠들고 있는 이런 시절에는, 그 나마 그 전에 세상에 앞장서서 이런 저런 일을 열심히 하며 제 정신을 추리고 살아가던 몇몇 사람들은 이런 저런 상실감이 이만 저만 아닐 것이다.
가끔 제 딴에는 이 세상에 저 보다 더 잘 난 사람 없는 듯 위세를 부리는 후배들로부터, 내 나이 또래들의 무식하기 이를 데 없고 어쩌면 일에 목숨 건 듯한 모습들을 보고, 도대체 휴식도 없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라고 하시는데, 거기 무슨 거나한 이유가 있는지 들어나 보고 일을 하든가 말든가 합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고 일하지, 소가 될라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다.
딱히 지들 입장에서 내가 서술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대를 통틀어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에~ 또 보자. 그 얘긴 지금 이 일을 하기가 싫다 그 말이냐? 아닙니다. 죽도록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지, 일하기 싫다고는 안 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거기에서부터는 자네 입장이 다르고 내 입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아 묵으면 되것다.
자네는 어쩌다가 이 일을 배우게 되었는지 모르것다만, 나는 배가 고파서 이 일을 배운 사람이다. 설령 내 배만 고팠으면 얼마나 다행이었겠냐 마는 나쁜 일은 늘 겹쳐오는 법이라서, 내가 안 벌면 부모님 약값에 동생들 학비에, 그 놈들의 데모 군자금까지 대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한없이 힘은 들었으나 여기 아직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그것은 죽을 만큼 힘든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이 일을 해 온 나는 이미 이 일에 자동화가 되어있다. 거기에는 자네들이 말하는 힘들다 어렵다, 그런 개념 조차도 없다. 말하자면 어떤 일이든 그 일은 하늘이 내게 준 의무 같은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이 이 세상에 유래를 찾기 힘든 고속 성장이라고 입에 침을 튀기지만, 그 자들은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나라가 고조선 개국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그저 흙이나 파 먹고 사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고들 있을까?
아니지. 어쩌면 6.25 때문에 그 보다 더 못했던 나라꼴과, 포연이 가시지 않은 벌거벗은 산천과, 피골이 상접한 영양실조 걸린 백성들의 누렇게 뜬 신색들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팔다리가 없는 상이군인들이 식은 보리밥이라도 한 숟가락 달라고 애절하게 문을 두드리던 모습들, 겨울 새벽 뒷골목에서 쓰레기처럼 얼어 죽은 그들의 모습들이, 아직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그것들이 사라질 때까지 또 무엇을 해 볼 밖에. 자, 이제 내 얘긴 그 쯤에서 됐고, 그 쪽 장대하신 후배님이 이 일을 배우게 된 이유를 한 번 들어볼 차례가 된 것 같다. 왜 답이 없는고? 그래. 별무 신통찮은 이야기 같으면 그냥 덮어두자. 이명 깊어진 내 귀가 무슨 말을 잘못 들은 것으로 치부하면 된다. 그러나 자네도 자네 주변의 인간들에 대한 무슨 원대한 계획이 있을 것으로 안다.
잊지 말고 그것이 이 현실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잘 여며두었다가, 내가 여기서 사라지고 없으면 그 때 그 뜻을 온 천하에 발휘하면 되겠다. 그리고 참, 이 일이 죽을만큼 힘들면 잠깐 사라져도 될 것 같다만, 잠깐 사라져도 이루어질 일 같은 것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정녕 그렇다면 사라질 수밖에 더 있겠나? 죽으면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으므로. - 音 지오반니 구이디 & 다니엘 디 보나벤추라 ‘데보라의 테마’
.